과학적 유신론 이해

아인슈타인이 말한 '인간의 약점'=종교적 본능

heojohn 2008. 6. 15. 23:51
아인슈타인의 편지가 경매에서 4십만미불을 넘는 가격에 팔렷다고 언론에 보도됐었다. 그 편지 값이 그토록 올라간 원인은 ---신이란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는 말 또는 표현---이라는 문구 하나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무신론자가 이  편지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 과학자가 무신론을 보증하는 듯이 써놓았으니, 그는 그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거룩한(?) 증거로서,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편지에서 그가 써놓은 이 말을 잘 생각해 보면, 무신론자들이 주장하는 진화론의 허구성을 엿볼 수있다. 진화론에서 보면 생명체의 약점은 진화를 통해서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신이라는 말이 인간의 약점을 나타내는 무용지물의 말이라면, 그들이 말하는 불용설에 의해 신의 개념은 퇴화되어 사라졌어야 한다. 왜냐하면 신에게 제사하는 종교의식의 기원은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인류문화의 원형이라고 하는 것이 역사학계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인류의 제사문화는  역사성으로 인해 신학계에서는 신존재를 증명하는방법의 하나로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인간의 약점으로서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한 신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했다면, 신을 극복하는 단계까지 진화를 하기 위해서 또 우리는 얼마나 장구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인가? 

    생명체는 각각 그 본성을 가지고 있다. 생명의 본성이 진화론 이론처럼 진화해 왔다면, 그 본성은 전부 같은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역방향의 진화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등생명일수록 진화의 과정에서 나중에 나타나는 것이지, 먼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보면 인류는 너무 빠르게 진화해서 다른 생물에게는 없는 신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인류에게 있어서도 무신론이 유신론에 비해 나중에 나타난 것이므로 진화된 이론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를 충분히 검토해볼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무신론 전반을 다 검토하는 것은 단시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므로, 이번 기회에는 아인슈타인이 편지에서 지적한 '인간의 약점'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기로 한다. 

    인간의 약점이 신이라는 것은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인간에게 신은 치명적인 존재이다.  인류는 이 지구상에서 지배적 존재이지만, 신이 등장하는 무대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력해진다. 인간이 신에게 이겼다 라는 이야기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은 인간에게 조그만 잘못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이 처벌한다,  그것이 신의 공의이다. 사실은 언제부터인가 신의 이름으로 인간--그 중에서도 지배계급이--이  공의의 기준을 만들고, 이 공의가 인간법률의 토대가 된 것이고, 처벌의 근거가 되었다. 인간은 자기의 힘이 부족하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면 신을 찾는다. 그리고 신의 이름에 최종적 권위를 부여한다.  인류 지배계급의 출현 초기에는 모든 것이 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다. 각 민족의  기원신화를 보면 인간과 생명과 우주의 출현을 모두 신에게 근거를 두고 있다. 성경은 신,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이스라엘 민족에게 직접 법률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그러므로 인류는 신에게 운명적으로 생명의 빚을 지고 있는 채무자로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무신론자들은 신에게 진 이런 빚을 부정하고 싶어 한다.  빚은 사람이면 누구나 갚기 싫은 것이고 떼어 먹고 싶은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빚을 갚는다는 것은 그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는 동안, 절제와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하고, 그럼에도 대부분은 그 빚을 다 갚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무신론자들이 신 앞에서 소위 모라토리움-- IMF를 겪던 시절에 대한민국 사람들이 흔히 말하던 부채상환 불이행--  선언을 하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으로 보아서는 이해가 간다. 그들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피하고 싶은 것이 신이라는 존재이다. 무신론자들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신에게 진 빚은 이 세상에 자필서명한 빚문서가 없으므로 세상 법정에서는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에는 빚지지 아니한 자 처럼 살아갈 수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생명은 물리현상의 일부이고,영혼불멸이란 없다고 하면서 죽으면 그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약점이라는 것은 감출 수는 있지만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편지에서 '신이라는 말은 인간의 약점을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말했다고 그를 무신론자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신에 대해 인간에게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에게 종교적인 본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종교는 초월적 신--가능하면 절대적으로 초월하신 신--을 인정하고 경외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니까. 아인슈타인 그 자신도  신앙적으로는 끊임없이 신을 찾아 헤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그는 태생적으로 종교적인 유대인이었고, 바보가 아닌 천재였으니까 더욱 그렇다고 본다. 단지 그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증거를 찾지 못한 이유때문에 겉으로는 무신론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단순히 신 앞에 마주 선 인간들에게 약점이 있음을 고백한 아인슈타인의 편지를 보고 무신론자들이 열광하고 터무니 없이 고액의 돈을 지불하고 있음을 볼 때, 그들이 얼마나 맹목적으로 행동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 같아 한 마디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