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그러나 '아직'/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기

'천국 소망' 기다리는 선교사, 죽음 앞두고 ‘고별예배’ 드리다

heojohn 2023. 7. 24. 01:47

 김아영별 스토리 • 토요일

이석봉(왼쪽) 방글라데시 선교사가 동역자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Copyright@국민일보

죽음은 이생에 있는 사람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이 마냥 절망스럽지 않은 이유는 죽음 이후의 천국을 소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독교 장례예배에서는 천국 소망, 부활에 대한 메시지가 빠지지 않는다.

22일 늦은 오후 경기도 용인 처인구 고안리 샘물호스피스병원 영동홀에서는 특별한 ‘고별 감사예배’가 열렸다. 죽음을 앞둔 말기암 선교사가 가족, 동역자들과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 축복·감사하는 시간을 보냈다. ‘천국으로 소풍’ 갈 날을 기다리는 이석봉(60) 방글라데시 선교사는 누구보다 밝고 평안한 모습으로 천국 소망 메시지를 전하며 참석자들을 도리어 위로했다.

고별 메시지를 전하는 이석봉 방글라데시 선교사.© Copyright@국민일보

이 선교사는 1992년부터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봉제 기술, 방과 후 교실 등을 접촉점으로 현지인에게 복음을 전했다. 선교지를 떠나 한국에 있었던 시기에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을 목양하는 사역도 감당했다.

2021년 말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이 선교사는 지난 4월 강남성모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지난달 중순 샘물호스피스병원에 입원했다. 동료 선교사들은 30년 이상 복음을 전하며 수고한 선교사가 생전에 주변인들과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그의 유언 같은 메시지를 나누자는 뜻에서 고별 예배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30년간 호스피스 사역을 감당한 샘물호스피스선교회(이사장 원주희 목사)가 주관한 고별예배에서 이 선교사는 담담하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저의 사역지였던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중동에서는 신랑이 신붓집에서 먼저 결혼식을 올린 뒤 일 년 가까이 신혼집을 짓는다. 이 시기에 신부는 신부 수업을 받는다”며 “신혼집이 완성되면 신랑 아버지가 적당한 때를 판단해 신랑에게 신부를 데려오라고 한다. 결혼식 비유처럼 예수님의 증인으로 산 사람은 신랑 되신 예수님이 오실 날을 기다리게 된다”고 했다.

동료 선교사들이 특송을 부르고 있다.© Copyright@국민일보

이어 “2년 전 말기암 선고를 받았을 때 저의 신랑 되신 예수님이 저를 데리러 오신다는 생각에 감사하다고 고백했다”며 “저는 예수님이 나팔을 불며 신부 된 저를 데려오실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에게 “시한부 판정을 받을 때 서너달 살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 기간이 지나가는 것을 보니 동역자분들이 기도를 많이 하신 것 같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부탁드리는 것은 제가 이 땅에서 오래 살도록 기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천국 소망' 참석자들이 단체 촬영을 하는 모습.© Copyright@국민일보

참석자 중 일부는 연신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마냥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진 않았다. 지인과 가족들의 추모사와 회고담에선 감사의 고백이 이어졌다.

이 선교사와 10년간 동역한 노찬래 남서울교회 장로는 “인간적으로는 슬프지만 임종을 기쁨으로 맞이하는 선교사님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다”며 “저도 선교사님처럼 임종 전에 이런 예배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30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동역한 김기정 새안교회 사모는 “고별예배를 통해 죽음을 마주하는 ‘찐 크리스천’의 삶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고 전했다.

“당신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 당신의 그 겸손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 참석자들은 복음성가 ‘해 같이 빛나리’를 부르며 이 선교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훗날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축도한 원주희 샘물호스피스선교회 이사장은 “당당하게 천국으로 이사하는 것을 준비하시는 선교사님을 보며 많이 배웠다. 천국 소망에 대해 다시금 배운다”며 “오늘 예배에 참석한 선교사님 자녀들에게도 큰 메시지를 주셨으리라 본다”고 전했다.

용인=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