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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날 대비한 씨앗방주가 있다?…노르웨이, 그리고 경북 봉화에 있죠

heojohn 2021. 5. 7. 00:04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이상용 시드볼트센터장

21세기 식물판 노아의 방주
핵전쟁·기후변화 재앙 대비
씨앗 6만점 잠들어 있어
0.1㎜부터 30㎏짜리까지
백신 등 원료로 활용되기도

입력 : 2021.05.06 17:14:46 수정 : 2021.05.06 22: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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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저장소' 하면 흔히 노르웨이의 길쭉한 시멘트 건물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 눈 덮인 고산지대, 마치 '식물판 노아의 방주'처럼 우뚝 선 건물 한 채는 씨앗(종자)들이 겨울잠을 자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핵전쟁, 멸종, 기후변화에 대비한 씨앗 저장소 말이다.

그러나 한국인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21세기 식물판 노아의 방주인 씨앗 저장소가 대한민국에도 있다. 노르웨이는 식용 가능한 작물 위주인 반면, 우리나라는 작물과 야생식물 종자를 함께 저장한다는 점에서 스펙트럼이 더 넓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시드볼트(seed vault·종자 금고)'를 지키는 이상용 센터장(사진)을 최근 전화로 만났다.

"시드볼트는 세계에 노르웨이와 한국, 딱 2곳뿐이에요. 대재앙이 발생하면 숙면 중인 종자들이 깨어날 겁니다."

 


2010년 나고야의정서 협약에 따라 한국은 경상북도 봉화군에 시드볼트 설립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시드뱅크(seed bank·종자은행)는 농업용·연구용 종자를 보관하고, 시드볼트는 말 그대로 '언제 열릴지 모르는' 인류 차원의 씨앗 금고다. 한국 시드볼트는 해발 600m 지대에 위치해 덥지도 춥지도 않아 운영에 최적이다. 종자 6만점을 담아낸 식물 다양성의 전진기지다.

"같은 품종이더라도 하위 종류 종자를 보존하고 있어요. 한 품종이 멸종위기에 처하면 내병성을 가진 품종으로 멸종을 막아야 하니까요. 타미플루는 향신료 팔각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팔각 종자가 과거에 이미 멸종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요."

씨앗은 죽은 듯 잠들어 있지만 분명하게도 살아 있는 생명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대사작용을 한다. 길게는 1000년까지 보관된 사례도 나왔다. 한국에서는 3년 전 함안 성산산성 유적지에서 발견된 700년 전 고려시대 연꽃 '아라홍련' 씨앗이 개화되는 믿기 어려운 사례까지 나왔다.

"종자도 생명이에요. 저온일수록 종자는 저장기간이 늘어나기에 '온도 영하 20도, 습도 40%' 이하 환경을 만들어주지만 상온에서도 구성물 비율이 바뀝니다. 이게 대사작용이죠. 수목원, 식물원에서 식물 자체로 보존할 수도 있지만 종자로 보관하는 방법이 가장 수월해요."

개미 눈썹보다 작은 종자부터 '씨앗 한 알'이 초등학생 저학년 몸무게인 종자까지 시드볼트 내 깊은 수면실에 잠들어 있다. 큰 녀석이든 작은 녀석이든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공수됐다.

"흑난초라 불리는 식물은 길이가 0.16~0.20㎜에 불과해요. 사람 눈으로 웬만해서는 볼 수 없죠. 보관하고 있는 종자 중 제일 큰 것은 세이셸섬에서 자라는 야자 종류 '코코드메르'예요. 길이 45㎝, 너비 30㎝에 무게는 30㎏입니다. 어른이 들기에도 벅찬 무게예요."

시드볼트는 국가 차원에서 종자를 관리하지만 종자 자체는 맡긴 사람이 소유한다. 종자는 임의로 사용되지 않고 기탁을 요청한 측에서 동의할 때만 빼낼 수 있다. 기탁되는 종자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다. "말 그대로 '금고'인 셈이죠. 노르웨이 스발바르 시드볼트에서도 지금까지 종자를 꺼낸 사례는 단 1건뿐이었다고 합니다. 시리아 내전 당시 종자 저장시설이 파괴돼 종자를 처음 꺼냈다고 해요."

 



백두대간 시드볼트는 오스트리아, 캄보디아, 조지아, 카자흐스탄, 스웨덴, 영국과도 협업하고 있다. 왜 인류는 식물을 보존해야 할까. 그것의 함의는 또 무엇일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질병 치료제는 대부분 식물에서 발견됩니다. 아무렇지 않게 넘겨봤던 식물이 인류를 구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일 수 있어요. 시드볼트에 한번 놀러와 보세요. 드넓은 숲 사이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실 겁니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