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호킹의 [위대한 설계]비판

『위대한 설계』읽기-2(궁극적 질문 3가지)

heojohn 2020. 3. 19. 20:31

호킹의 『위대한 설계』는 존재의 수수께끼에 대한 궁극적 질문 3가지에

대해 대답하는 것을 목적으 로 서술되고 있다.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질문 1. 왜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을까?
질문 2. 왜 우리가 있을까?
질문 3. 왜 다른 법칙이 아니라 이 특정한 법칙이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해 답변하기 전에 호킹은 그의 주장에 반대되는 철
학과 과학 이론들을 비판한다. 호킹에 의하면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고대인은 “인간의 삶의 모든 면들을 멋대로 지배하는 신들을
발명”했다. 그때부터 “신들이 지배한다는 생각이 물러가고, 우주
가 자연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우리가 언젠가 해독하게 될 설계
도에 따라서 창조되었다는 생각이 전면에 나서는 긴 과정이 시작되었
다.” 탈레스에 의하여 시작된 서양철학은 뒤이어 수많은 철학자들
이 나타나서 온갖 주장들을 쏟아냈다. 특히 아테네의 소크라테스가
시민들을 향해 ‘너 자신(의 무지함)을 알라’고 질타했고, 그의 수제자 플
라톤은 ‘무지는 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지식을 사랑하는 철학
의 기초를 집대성했다.


호킹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법과 자연법칙”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위대한 물리학자 케플러조차도 물활론(animism)적
인 믿음을 가지고, “감각을 가진 행성들이 그들의 ‘정신(mind)’에 의해
서 파악한 운동법칙들을 의식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주장을 했었다
고 비판한다.  관찰을 토대로 과학의 원리들을 발견했던 갈릴레이
는 과학의 목적을 “물리 현상들 사이에 존재하는 양적인 관계들의 탐
구”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갈릴레이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아니했
다. 호킹에 의하면 르네 데카르트가 자연법칙의 개념을 최초로 분명
하고 엄밀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자연법칙들은 변경 불
가능한 것이라고 보았지만, 그 이유를 신의 고유한 본성에 따르고 있
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데카르트는 “세계는 신에 의해서 작동하기
시작하지만, 그 다음에는 신의 개입 없이 혼자서 작동”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써서 중력과 세 가지 운동법
칙을 제시한 아이작 뉴턴도 그와 비슷한 기계적 우주론을 생각했다.
호킹은 과거의 과학자들이 궁극적 질문의 답변에 실패한 것은 존재의
수수께끼에 대한 자연법칙(law of nature)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호킹에 의하면 오늘날 우리에게 자연법칙은 “관찰된 일관성에 기
초를 둔 규칙(rule)”이며, “서로 연결된 법칙들로 이루어진 더 큰 시스
템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고, “대개 수학의 언어로 표현”되면서도,
“그것들은 엄밀할 수도 있고 근사적일 수도 있지만, 이제껏 이루어진
관찰 사례들에서 예외 없이 성립해야 한다.” 인류 역사 전체에서
이와 같은 자연법칙에 기초한 과학은 최근에 발생한 것이다. 호킹에
의하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연법칙들이므로 이에
관련한 질문 3가지가 다시 제기된다.


(1) 법칙들의 기원은 무엇일까?
(2) 법칙들의 예외, 이를테면 기적은 존재할까?
(3) 가능한 법칙들의 집합은 오직 하나뿐일까?

 

이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서 과학자들과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어왔다고 지적하면서 호킹은 다음과 같이 설
명한다. 그러나 호킹의 설명은 그의 주장에 따르도록 편향적으로 진
행된다.

 

(1) 법칙들의 기원에 대한 설명

 

전통적으로 갈릴레이, 케플러, 뉴턴, 데카르트와 같은 사람들은 신의 작품이라고

대답했다. 기독교에서 신은 법칙을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법칙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하여 기적을 행할 수 있고, 법칙에 예외의 허락을 요구하는 기도를 들어
주는 존재라고 믿는다. 데카르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인간의 행동
에 대해서는 ‘과학적 결정론’에 예외를 적용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데
카르트는 인간이 ‘평범한 기계일 뿐’인 신체와 ‘과학법칙에 종속되지
않는’ 자유의지를 가진 영혼의 두 가지 요소를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
문이다. 그러나 이런 대답은 호킹에게 신을 자연법칙들의 화신으로
정의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수수께끼를 다른 수수께끼로 바꾸는 것
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호킹은 왜 자연법칙에는 풀지 못하는 수수께
끼가 없다고 생각할까? 왜냐하면 호킹은 자연법칙을 포함한 우주만
물이 신의 개입이 없이 무(無)에서 저절로 생겨났다고 간주하기 때문
이다.


(2) 법칙들에 대한 예외 설명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법칙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근대과학의 토대가 되는 ‘과학적 결정론’을 최초로 주장했던 사람은 라플라스였다.

호킹은 우리의 생물학적 과정들은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에 의해서 지배되므로

우리의 행동은 행성의 궤도와 마찬가지로 결정’되어있다고 본다. 우리의 행
위는 어떤 별개의 행위자가 아니라 과학법칙들을 따르고 있는 물리적
인 뇌(physical brain)가 결정하고 있다. 호킹은 결국 생물학의 분자적
토대에 관한 지식 및 신경과학의 최근 실험들의 지식에 의하여 “우리
는 생물학적 기계일 따름이고 자유의지는 착각에 불과한 것 같다”403
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호킹은 인간의 행동이 워낙 많은 변수들에
의해서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결정되므로 실질적으로는 예측이 불가
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호킹은 모든 과정들을 자세히 기술하지 않고
관찰된 특정 현상들만 모형으로 사용하는 유효이론을 채택한다. 호
킹의 유효이론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제한적으로만 유효한 자유의지
가 있다. 자유의지를 착각이라고 한다면 그 이유에 대해 발생 원인까지 설
명해야 한다. 오파린은 슈뢰딩거를 비판했지만, 결국 두 사람 모두
물질과 정신 사이에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호킹은 발
견했단 말인가? 호킹은 물리학자로서 생물과 물리적인 기계와의 근
본적인 차이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3) 법칙들의 집합은 오직 하나뿐일까? 호킹은 우주와 인간의 행
동을 결정하는 자연의 원리들을 ‘필연적’인 신의 법칙 하나뿐이라고
믿었던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데카르트와 아인슈타인을 비판한
다. 그리고 신이 기도를 듣고 법칙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
고 믿는 뉴턴과 기독교, 데카르트도 비판한다. 데카르트는 자유의지
를 가진 영혼에 의해 사람들이 자연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킹은 마침내 라플라스에게 동의한다. 라플라
스는 자연법칙이란 ‘예외가 없는 것’이고 ‘우리는 생물학적 기계일 따
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에는 워낙 변수가 많으
므로 유효이론에 의하여 ‘인간에게는 제한적으로만 자유의지가 있
다'. 호킹에 의하면 “바로 이것”이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는 까닭”
이다.


결국 이런 전제 위에서 제시한 3가지 궁극적 질문은 호킹의 ‘위대
한 설계를 만든 ’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법칙의 집합, 즉 M이
론이 존재한다는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
미 호킹이 주장하는 M이론은 ‘관찰된 일관성에 기초를 둔 규칙(rule)’
으로서의 자연법칙이 아니라, ‘유효이론’에 따라 ‘엉망진창’으로 만들
어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호킹은 그의 답변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M이론을 구성하는 자연법칙들에 대한 설명에 책의 나머지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왜냐하면 호킹은 우리가 그의 답변을 이해하기 위해
서는 예비지식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호킹이 설명하는 이론을 들어야 한다. 결국 그런 지식은 호킹을 비판
하기 위해서 과학적 유신론에도 필요한 것들이다. 이미 살펴본 것들
도 있지만, 몇 가지를 추려서 중점적으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