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호킹의 [위대한 설계]비판

『위대한 설계』읽기-5(양자 우주론의 모형들)

heojohn 2020. 3. 19. 22:06

호킹은 빅뱅 이론을 “초기 우주의 타당한 기술로 여길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빅뱅을 “곧이곧 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빅뱅 이론으로 우주의 시작까지 기술하는 것
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빅뱅 이론의 바탕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의 온도와 밀도와 곡률이 무한대인 특이점이 있었다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호킹에 의하면 일반상대성 이론은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예측하는 데에는

쓸모가 없고, 다만 우주가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논의하는 데에만 쓸모가 있다.

호킹이 설명하는 양자우주론을 살펴보자.

 

1. 양자우주론

지구중심 우주론과 정적우주론이 차례로 폐기되고, 새로 시작한
빅뱅 우주론에서 팽창(inflation)에 관련한 논쟁이 벌어졌다. 빅뱅 우주론에서

시작된 팽창론은 1980년대에 팽창의 원인을 스칼라장에 의한 암흑에너지

(인플라톤으로 불린다)로 해석하는 급팽창론(inflation theory)으로 발전되어

구스(Alan H. Guth)의 낡은 인플레이션, 린데(Andrei Linde)의 새 인플레이션, 

그 밖에도 혼합 인플레이션, 영원한 인플레이션 등이 연이어 나왔다. 

팽창우주론이 채 매듭 짓기도 전에, 매우 어렵고 복잡한 양자우주론

(quantum cosmology)이 튀어나왔다. 양자우주론의 바탕이 되는 양자 이론은

매우 복잡하고 기묘하다. 그럼에도 현대 우주론은 양자 이론에 의한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양자우주론들을 매우 복잡하고 기묘하게 만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양자이론의 중요한 해석 방법의 하나인 불확정성 원리 때문이다.
불확정성 원리는 우주자연의 가시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비가시적인
현상에 대해서도 그것의 실재 또는 여러 가지 발생의 가능성을 확률
적으로 인정한다. 짐 배것(Jim Baggott)은 “불확정성 원리는 물리학 이
론에 기묘함을 도입하는 일종의 면허증.”이라고 말했다. 그 면허증
을 사용하여 양자우주론을 주도한 것은 호킹이 주장하는 다중우주론
이다. 다중 우주론은 한 번의 빅뱅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빅뱅이 발
생하여 다수의 우주가 거품처럼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다중우주론
은 1957년 휴 에버렛 3세의 박사 논문 “Relative State Formulation of
Quantum Mechanics, 양자역학의 상대적 상태의 공식”에 뿌리를 두
고 있다. 그 내용은 ‘관측이 이루어질 때마다 하나의 세계가 여러 갈
래의 세계로’ 갈라진다고 하는 것이다. 양자이론에서 관측은 실재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그러므로 관측할 때마다 여러 개의 세계가 존재
할 수 있다고 하는 뜻으로 다세계 해석(many world interpretation)으로
이름이 붙여졌고, 이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다세계 해석은여러 개의
다중우주론으로 발전했다.


호킹은 그의 블랙홀 복사 이론을 빅뱅우주론과 다세계 해석에 덧
붙인 다중 우주론을 만들었다. 호킹의 다중우주는 우주마다 물리법
칙이 전혀 다르다.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에서 우주는 얼마든지 물리
법칙이 다르게 생겨날 수 있다. 블랙홀의 생성 과정은 먼저 우주공간
에서 기체구름이 모여 새로운 별들을 생성하면 중력의 압력에 의하
여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핵융합 반응으로 연료를 모두 소진한 별
들에는 결국 중력만 남게 되고 마침내 빛조차 방출되지 않는 블랙홀
이 된다. 대학원에서부터 블랙홀을 연구하던 호킹은 블랙홀이 밀도
와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인 특이점이며, 이곳은 물리학 법칙이 적
용되지도 않고, 안의 정보도 알아낼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호킹은 처음에는 블랙홀의 표면적이 줄지 않으므로 복사도 없다고 주장했
으나, 뒤에 멕시코의 제이콥 베켄슈타인(Jacob David Bekenstein, 1947
2015)과 러시아의 야코브 젤도비치(Yakov Zeldovich, 1914-1987)가 복사
가 가능하다는 이론을 제기하자 그의 주장을 철회했다. 호킹이 그들
의 이론에 따라 계산해보니 블랙홀의 복사 스펙트럼과 플랑크의 흑체
복사 스펙트럼에 나타난 결과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
다. 그래서 블랙홀 복사는 베켄슈타인-호킹 복사라고도 불린다. 이
것은 블랙홀의 표면 즉 ‘사건의 지평선’의 휘어진 시공간에서 생성된
입자쌍이 하나는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서 보이지 않지만, 밖으
로 튀어나가는 다른 하나가 관찰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호킹은 일
반상대성 이론의 시공간에 양자장 이론을 적용하여 1974년에 블랙홀
의 복사 이론을 발표 했다. 호킹은 결국에는 블랙홀이 폭발하면서 증
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표준모형에 등록된 힉스입자와 등록조차 되지 못한 중력입자
를 찾기 위한 물리학 연구는 제 자리 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호킹은 블랙홀 복사 이론을 발표한 뒤에 초중력이론을 연구하기 시
작했다. 그러나 어떤 이론도 우주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
이 아니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빅뱅이 반
복된다고 주장하는 ‘주기적 우주론’이 나오는가 하면, ‘빛의 속도도 광
자의 진동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이단적 주장까지 나와서 물리
학의 근본을 뒤흔들었다. 이렇게 수많은 이론이 얽힌 와중에서 0보다
는 아주 조금만 더 크고, 양자보다는 엄청나게 작은 점(點)과 같은 끈
을 기본입자라고 가정하는 끈 이론이 등장했다. 끈이론과 양자장론
에 이중성(duality)이 존재하듯이, 서로 듀얼리티를 가진 끈들이 더욱
큰 구조 안에서는 하나로 통일된다고 주장하는 M이론이 호킹을 사로
잡았다. 호킹의 M이론에 의한 우주론을 살펴보자.

 

2. M이론에 의한 다중우주론

 

호킹은 아일랜드 교회의 제임스 어셔(James Ussher, 1581-1656) 주교
가 ‘기원전 4004년 10월 27일 오전 9시’에 창조가 시작 되었다고 주장
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자신은 우주가 137억 년 전에 존재하기 시작
했던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다. 호킹은 우주의 기원이 ‘양자적인
사건’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때 우주의 크기는 플랑크 길이(Planck
size), 즉 10 -33센티미터 정도였다. 그러므로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려
면 미시 구조를 기술하는 양자이론과 우주의 거시구조를 기술하는 일
반상대성이론을 조합해야 한다. 두 이론을 조합하려면 초기 우주에
서는 시간과 공간이 뒤섞여 있었다는 사실과 우리의 통상적인 공간
과 시간의 개념을 “적용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우주는 우
리의 경험은 벗어나지만, “우리의 상상력 혹은 수학은 벗어나지 않는
다.” 호킹은 이런 상태의 우주를 상상하여 “공간 차원이 네 개였고 시
간 차원은 없었다”고 말하면서 “우주의 역사들이 닫힌 곡면처럼”
무경계 조건(no-boundary condition)이라고 주장한다. 호킹에 의하면
“시간이 공간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우주의 시작이 과학
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며 어떤 신의 손길도 필요로 하지 않음”을 이
해하게 된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호킹의 주장은 우리에게 엄청난 혼란을 준다.
통상적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느니, 우리의 경험은
벗어나지만 상상력 혹은 수학은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하면,
네 개의 공간 차원에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서, 우주의 시작이 신의 손
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과학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었다고 결론 짓는
다. 그렇다면 호킹의 과학법칙들은 통상적이지 않은 상상력의 산물
이며, 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기 위해서 차원을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어쨌든 호킹은 ‘그의 상상을 벗어나지
않는’ 설명을 계속한다.


호킹은 파인만의 방법들을 우주의 관찰에 적용하여 양자적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고 본다. 우주의 기원이 양자적인 사건이었다면, 그
것은 ‘파인만 역사 합’에 의해서 정확하게 기술될 수 있다. ‘파인만 역
사 합’은 입자가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지나갈 수 있는 역사적 경로
가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전체적으로 출발점
(point A)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파인만의 역사 합에 나타난 모
든 우주들을 합계해야, 그 속에서 무경계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우리
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우주를 겨우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
점에서 호킹은 “우주는 자발적으로 모든 초기 조건들을 발생”했으며,
그것들의 대부분은 “다른 우주들에 해당”하고, “다른 자연법칙들의
지배”를 받는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이것을 ‘다중우주’(multiverse)
개념이라고도 말하지만, 호킹은 ‘파인만 역사 합’의 다른 표현에 불과
하다고 말한다. 호킹에 의하면 “우주의 자발적인 양자적 창조는 끓는
물의 수증기 거품방울이 형성되는 것과 비슷하다.” 대다수는 이내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소수는 충분히 크게 확대되어 점점 빠르게 팽
창하여 인플레이션 단계의 우주를 형성한다. 완벽하게 균일하게 팽
창한 우주는 단 하나일 뿐이나, 약간 불균일하게 팽창한 우주는 여러
개이며, 그 중의 하나에서 우리는 생명을 누리게 되었다.


호킹은 이어서 “우리는 아주 어린 우주에 존재했던 양자 요동의 산
물”이라고 말한다. 호킹은 아인슈타인의 말을 뒤집어서 “신은 주사
위 놀이를 한다”고 말하면서, 전통적인 우주관과 다른 그의 우주관을
표현한다. 물론 호킹의 설명은 신을 믿지 않으므로 신을 믿는 사람
들을 야유하는 것이다. 호킹은 우주의 역사를 추적하려면, 과거에서
부터 현재까지의 ‘순행(順行)적’(bottom-up) 접근법이 아니라, 현재에
서부터 과거로의 ‘역행(逆行)적’(top-down) 접근법을 써야 한다고 주장
한다. 왜냐하면 우주의 역사는 단일하고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파인
만 역사 합’에 의해 표현된 양자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결국 ‘파인만 역사 합’에 포함된 역사들의 하나는 우리 우주의 것
이지만, 나머지는 다른 우주의 것이 된다. 따라서 역사들이 독립적으
로 존재하지 않고 관찰에 의해서 존재하므로, 호킹은 “우리가 관찰을
통해서 역사를 창조한다.”고 주장한다. 호킹의 역행 우주론에 의하
면, 자연법칙들은 우주의 역사에 의존하므로, 자연법칙과 물리상수
들을 설명하는 단일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호킹의 우주론은 우리의 통상적인 우주론 개념을 파괴한다. 파인
만 역사 합 이론과 함께 호킹의 역행 접근법 또한 타당성에 대해서
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중우주론은 다만 우리의 우주를 수많
은 우주의 하나로 평가절하하기 위하여 과학적 무신론자들이 고안한
선동적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미시 세계 안에서 순간적으로
관찰되는 양자 현상을 그보다 엄청나게 크고 확고한 거시 세계의 시
공간에 적용한다는 것은 신의 존재를 배제한 공상(空想) 이론(fantasy
theory)을 바탕으로 쓴 SF(science fiction)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상상에
의해 제안된 이론은 유효이론도 아니고 근사 이론도 아닌, 일반적 논
리를 무시한 과학적 무신론자들의 주장일 뿐이다. 호킹이 ‘파인만 역
사 합’이라는 양자 이론을 인용하여 주장하는 다중우주론은 증명될
수 없는 것이다. 호킹의 주장은 양자수가 많아지면 고전물리학 이론
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코펜하겐 해석에도 위배된다. 우주는 무수한
양자들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