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호킹의 [위대한 설계]비판

『위대한 설계』읽기-7(궁극적 질문-1에 대한 검토)

heojohn 2020. 3. 19. 22:58

호킹은 『위대한 설계』 첫 장에서 제시했던 존재의 수수께끼에 대한

3가지의 궁극적 질문을 마지막 장에서 답변한다. 그의 답변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호킹이 제공한 예비지식을 습득했다. 호킹의 양자물리학적 진화론을 비판하려는
목적은 호킹의 ’3가지 궁극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검토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궁극적 질문 1. 왜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을까?

 

(호킹의 답변) 이 질문에 대해 호킹은 “신이 창조했다”는 대답을 부정
한다. 왜냐하면 신은 “창조될 필요가 없는 존재를 인정하고, 그 존재
를 신이라고 명명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457 대신 그는 우리의
뇌가 “감각기관들에서 온 입력정보를 해석”하여 모형을 만들어낸다
고 보는 ‘모형 의존적 실재론’에 의하여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 호킹에 의하면 “모형에 의존하지 않고 무엇인가의
실재 여부를 판단할 길”은 없다 그러므로 “잘 구성된 모형은 그 나름
의 실재를 창조한다.” 호킹은 실재와 창조의 성찰에 도움이 될 만한 예로

존 콘웨이(John Conway, 1937- )의 생명 게임(Game of Life) 모형을 가져왔다.

호킹은 이 생명 게임이 실제로는 “게임이 아니라” 결정론적(deterministic)인

“2차원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들의 집합”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생명 게임
의 “처음 배열, 즉 초기 상태를 설정하면, 법칙들이 이후의 상태를 결
정”한다는 것이다. 생명 게임의 법칙은 생존과 죽음과 새로운 탄생
의 조건을 결정하는 3개의 법칙이 있을 뿐이다. 호킹에 의하면 무엇인
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초기 상태에서 결정된 이런 법칙들 때문이다.

 

-호킹의 답변에 대한 비판적 검토

 

호킹은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하여 ‘최초 원인’으로서의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리고 콘웨이의 생명 게임과 같이 잘 구성된
모형이 실재를 창조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창조될 필요가 없는’ 신
을 그가 창작한 모형 의존적 실재론에 의하여 ‘법칙들의 집합’으로 바
꾸어놓는다. 호킹의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놓은 것이다. 호킹
의 모형 의존적 실재론은 거울에 비친 결과의 상(像)을 원인의 상으로
서술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호킹이 뒤바꿔 놓은 실재를 찾으려면
거울의 상(像)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된다. 모든 존재의 ‘최초원인’
은 호킹이 말하는 것처럼 아무렇게나 바꾸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최초원인’이 없다면, 이후의 존재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최초원인’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것일 뿐
이다.

 

그렇다면 호킹에게 다시 질문이 제기된다. 호킹이 말하는 법칙
과 모형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가? 왜 ‘최초원인’이 법칙과 모형은
될 수 있고, 신은 될 수 없는가? 여기에서 ‘모형이 실재를 창조한다’는
호킹의 주장은 궤변이다. 왜냐하면 이 말은 복제품을 원형으로 바꿔
치기했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주장이 근거로 삼고
있는 양자이론에서도 아무런 타당성을 발견할 수 없다. 다만 호킹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이론을 거울 상(像)으로 삼고, 여
기에 신의 존재를 대입하여 실상(實像)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
로써 과학적 유신론은 진화론의 논리를 최초원인까지 적용할 수 있었
고, 진화론이 과학적 무신론의 기초 이론이 될 수 없다고 논증하는 타
당성이 성립된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다음 질문의 답변을 검토하면
서 입증할 것이다. 이제까지 모형 의존적 실재론에 의해 가장 잘 만들어진

최초 원인의 모형은 두 가지가 발견되었다. 


창조될 수 없는 ‘최초 원인’의 첫째 모형은 열역학 제1법칙인 ‘에너지 보존법칙’에

의하여 발견된다. 열역학 제1법칙에 의하면 ‘우주 에너지 총량’은 창조된 것이 아니라

영구불변하게 보존되는 존재이다. 우주 에너지 총량의 존재는 과학적 법
칙에 의하여 증명된 것이다. 우주 에너지가 없었다면 현재의 우주도
생겨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우주 에너지 총량은 누가 창조했느냐고
질문할 수 없는 ‘최초 원인’이다. 현재의 우주는 그것에서 변화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의 일부로 형성되었으며, 그것의 한 부
분을 구성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기의식도 결국에는 그것에 존
재하는 자기의식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최초의 ‘우주 에너지 총량’은 생명을 포함한 우주만물의 ‘최초원인’이다.

그것에 있는 자기의식을 신(神)이라고 부른다면 ‘최초원인’으로서의 신에 대한

수수께끼는 과학적으로 더 이상 다른 수수께끼를 만들지 않는다.


둘째는 동양철학의 시조인 노자의 도(道)사상에서 발견된다. 노자
의 도(道)사상을 호킹의 ‘모형 의존적 실재론’으로 전환해보면, 우주의
‘최초원인’은 유무(有無)이다. 유(有)는 과학적 개념으로 에너지 제1법
칙(보존)에 의하여 불변하는 ‘우주 에너지의 총량’에 해당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무엇인가 존재하는 유(有)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는 상생하고 있다(有無相生)고 설명했다. 노자에게 ‘최초원인’의
모형은 유무(有無)이다. 유무(有無)는 만물에 안과 밖이 존재하는 것처
럼 비분리적(非分離的)인 존재이다. 따라서 무(無)가 존재하지 않으면
유(有)도 존재하지 않는다. 노자의 유(有)는 ‘만물의 어머니’이므로 신
이라고 부를 수 있다. 무(無)는 비존재적 0(zero, nothing)이 아니다. 무
(無)는 유(有)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무(無)는 유(有)를 담
고 있는 무한대(無限大)의 그릇으로 해석된다. 노자의 도(道)사상에 의
하면 유무가 최초의 자연의 모습이다. 호킹의 모형 의존적 실재론에
의한 ‘최초원인’은 결국 우주 에너지 총량 모형과 노자의 유무(有無) 모
형의 합일(合一)로 귀결된다.

 

이 두 개의 모형은 동일한 ‘최초원인’의 실재에 대한 과학과 철학의

해석적 차이에서 나타난 것일 뿐이다. 과학적 유신론은 이를 근거로

과학적 진리성을 확보하고, 따라서 과학적 무신론을 비판하는 정당성을 확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