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호킹의 [위대한 설계]비판

『위대한 설계』읽기-8(궁극적 질문-2에 대한 검토)

heojohn 2020. 3. 19. 23:13

궁극적 질문 2: 왜 우리가 있을까?


(호킹의 답변)

호킹은 콘웨이의 생명 게임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관찰하면, “복합 대상들을 다루는 물리학을 온전하게 구성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호킹은 콘웨이의 생명 게임에서 사
용된 정사각형 패들이 우주에서 충분히 많다고 가정하면, 그것들은
지능과 자기복제 능력을 지닌 “보편적인 튜링 기계들(universal Turing
machines)임을 증명”했다고 본다. 이를 근거로 호킹은 생명 게임의
룰을 따르는 입자들이 우주에 충분히 많다면 생명이 생겨날 수 있다
고 설명한다. 호킹은 “살아 있는 존재”를 “크기가 유한하며 안정적이
고 자신을 재생산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약
간 더 복잡한 법칙들은 생명의 속성을 모두 갖춘 복잡한 시스템을 허
용할 것이다.” 이 말에서 보면 호킹은 더 복잡한 시스템에 의해 덜 복
잡한 생명체 등의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호킹의 ‘더 복잡한 시스템’은 법칙들을 의미하는 것이지, 신을 의미하
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호킹의 말은 생명이 없는 존재가 생명을 허용
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호킹의 주장은 자연발생론의 수정판에 지나
지 않는다.


호킹은 스스로 질문과 답변을 하면서 그의 생각을 과학적으로 입
증된 사실처럼 표현한다. ‘복잡한 시스템이 하나의 대상으로 존재한
다면, 그것이 자기 행동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기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호킹은 콘웨이 게임의 단순한 법칙조차
생명의 특징들과 유사한 것들을 산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
한다. 그러므로 어떤 존재가 크고 복잡하다면, 설령 그 존재가 로봇
일지라도, 그것은 자기의식에 의해 자기 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지녔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호킹은 이 말
이 “우리가 그 존재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해주는 계산들을 할 능력
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이지 “자유의지가 그 존재의 근본적
인 특징”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부언한다. 결국 호킹에 의하면 ‘최초원
인’이 되는 최고의 복잡한 존재는 결정론적인 법칙들의 집합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우주를 지배하는 근본법칙들을 선택했을까?
호킹에 의하면 콘웨이의 게임 세계에서처럼 우리우주에서도 법칙들
이 우리우주 시스템의 진화를 결정한다. 그런데 호킹은 콘웨이의 세
계에서 게임이 시작될 때에 우리가 대상들의 위치를 지정함으로써 우
리는 창조자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초기상태를 선택하는 장본인은
바로 우리”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한 호킹의 말은 여기에서 일단 멈춘
다. 그러나 호킹의 말은 콘웨이 게임에서 우리가 창조자인 것처럼 우
리우주에서도 우리가 창조자가 된다고 비유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호킹의 답변에 대한 비판적 검토

 

호킹의 우주론 모형은 콘웨이의 생명 게임이다. 호킹은 생명 게임
의 법칙(rule)과 우주의 법칙이 같은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호킹의 주
장은 비유를 넘어서 ‘비약’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생
각할 수 있다. ‘최초원인’이 무엇이든지 그것에서 생겨난 우주가 있었
고, 우주의 일부인 지구에서 우리가 생명을 획득했다. 과학적으로 진
리는 간명하다. 전체 우주의 ‘최초원인’은 우주 에너지 총량이다. 과
학적 유신론은 호킹의 논리에 따라 우주 에너지 총량에서 신이 자연
발생했고, 그 신이 진화하여 창조 능력을 갖추었을 때 빅뱅으로 현재
의 우주와 우리를 창조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호킹의 주
장이 옳은 것이 될 수 있을까? 어쨌든 현재 우주의 구성 물체는 우주
에너지의 총량이 빅뱅에 의하여 전환된 물질을 일부분씩 나누어가졌
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최초의 우주 에너지 총량에 이미 우리
가 나누어가진 의식이 있었다는 것이 또한 논리적으로 추정된다. 그
러므로 최초의 의식을 가진 존재가 각 생물의 원시조상에게 의식을
나누어주었고, 결국 우리에게까지 그의 의식이 전달되었다는 것이
합리적 논리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의식을 가진 최초의 존재를 신이 라고 부르는 것이 과학적

이성에 전혀 위반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최초원인’인 신이 콘웨이의

생명 게임보다 더 크고 복잡한 우주와 우리를 만들고, 우리에게 그의

의식을 나누어주었다고 논증해도 모순이 없다. 이 논증이 호킹의 주장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지 아니한가?


호킹의 말을 좀 더 살펴보면, 그는 먼저 우리 인간은 ‘약간 더 복잡
한 법칙들’에 의하여 ‘허용된’ 존재라고 말한다. 계산 능력이 부족한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허용한 존재와 우리 인간들은 자유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모두 법칙들에 의하여 존재하
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호킹의 말처럼 우주가 더 크고 복잡한 시스템
이 하위 시스템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가장 크고 복잡한 시스
템은 곧 ‘최초원인’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 말은 열역학 제2법칙
에 적용받지 않는 생명의 원칙에는 위배되지 않는다. 그러나 진화론
자인 호킹으로서는 ‘단순계에서 복잡계로 진화한다’는 진화 이론을
스스로 부정하는 말을 하는 것이 된다. 호킹은 과학이론과 진화론 사
이에서 갈팡질팡 헷갈리고 있다.


호킹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분명한 대답은 하지 않고,
콘웨이 게임의 초기 상태를 우리가 선택하는 것처럼, 우리우주에서
도 우리가 초기 상태를 선택한 창조자인 것으로 암시했다. 이런 주장
은 강한 인본원리 또는 파인만의 역사 합 이론에 의하여 허용되는 논
리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우주의 초기로 돌아가서 근본법칙들을
선택했다고 파인만의 역사합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
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호킹은
우리에게 양자물리학적으로 우리 인간이 신(神)임을 믿고, 대신에 고
전물리학적 신(神)을 부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호킹의 주장을 논리
적으로 따져보면 일부러 과학법칙을 빙자하여 우리를 기만하고 있거
나, 아니면 자가당착에 빠져 있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주의 초기 상태에 존재하지 않았고, 우주의 법칙들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하여 스티븐 와인버그는 “자연의 상수가 지닌 값들이 우주의 서로 다
른 부분들에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가를 서술하는 법칙들” 안에서 “생
명이 해야 할 특별한 역할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와인버그는 여
기에 “우주의 각 부분에 특정한 상수를 분배하는 역할은 우주 밖에 존
재하는 생명체가 (혹은 신?) 담당할 부분이므로, 우주 자체의 생명체나
법칙을 초월하는 것일 것”이라는 각주까지 붙여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