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유신론 이해

과학적 유신론의 틀 만들기-4(우주론적 고찰)

heojohn 2020. 3. 13. 18:28

1. 지동설의 등장


신화의 시대를 지나서 고대의 우주 이해는 점성술사 프톨레마이
오스에 의해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이 회전하는 것으로 제안되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반영되었
다. 지구 중심의 우주론에 첫 번째의 전환을 가져온 사람은 과학혁명
을 촉발한 코페르니쿠스였다. 그는 의사였으며 당시에 의사들은 점
성술을 의술에 이용하고 있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점성술을 응용하는
과정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도표를 이용해야 했다. 코페르니쿠
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 체계가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 놓음으
로써 쓸데없이 복잡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
대신 태양을 중심에 놓고 행성들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한다고 하면, 행성들이 선회하는 주전원(周轉圓)의 숫자를 80개에
서 30개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 체계는 더 명료하고 단순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다른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를 따라

회전하고 있는 하나의 행성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은

태양을 우주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의 지구 중심 우주론
을 폐기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당시 지구 중심 우주론은 로마 가
톨릭교회의 강력한 교리의 하나였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리를 비
판하면 화형을 당할 수도 있는 시기였다. 코페르니쿠스는 그의 주장
을 담은 『천체들의 회전에 대하여』를 그가 죽은 후에야 책을 볼 수 있
도록 1543년 죽기 직전에 출간했다. 그의 행동은 지동설을 주장하면
닥칠 수 있는 교회의 처벌을 피하려는 예방책이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연구하고 가톨릭
교회의 교리문답 형식으로 가다듬어서 1632년 『두 가지의 주요한 세
계관에 관한 대화』를 출판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이 책을 문제삼
아 종교재판에 넘겼고, 갈릴레이가 그의 주장을 철회한다고 했음에
도 살아 있는 동안 가택연금을 명령했다. 그러나 과학은 암암리에
지동설을 확증하고 있었다. 결국 뉴턴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1687)를 발표하여 우주는 중력법칙에 의해 기계와 같이 작동하고 있
는 것으로 설명했다. 뉴턴의 우주론은 신이 우주를 창조했지만, 그
이후에는 수학적 법칙에 맡겨두고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로부터 이신론이나 기계적 유물론이 파생되어 서구 세계관의 주류
를 이루었다. 프레드 호일(Fred Hoyle, 1915-2001)은 현재의 우주가 처
음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이며, 영원히 불변한다는 정상 우주론(steady
cosmology)을 확립했다. 아인슈타인도 처음에는 이를 지지했다.

 

2. 빅뱅 우주론


1922년에 러시아의 물리학자 알렉산더 프리드먼(Alexander
Friedmann, 1888- 1925)은 우주의 팽창과 수축을 나타내는 프리드먼 방
정식(Friedmann equation)을 개발했다. 프리드먼은 우주가 현재 상태
를 유지할 것인지, 수축할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팽창할 것인지, 세
가지의 해(解)를 내놓았다. 1927년에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Henri
Lemaitre, 1894-1966)는 어느 위치에서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우주가 등
방(等方)적이라는 사실을 관찰하고, 우주의 역사는 초원자(super atom)
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가톨릭 성직자인 그는 신이 초원자를
창조했고, 우주는 그것이 점점 자라난 것으로 보았다. 프리드먼의 제
자 조지 가모프(George Gamow, 1904-1968)는 미국으로 건너와서 우주
가 ‘아일럼’(yelm)이라는 원시물질에서 팽창을 시작했다는 팽창우주
론을 주장했다. 그의 연구팀은 그때 발생한 마이크로파가 우주에 아
직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 1889-1953)은 1917년부터 그때까
지 세계에서 가장 큰 지름 100인치짜리 거대한 망원경을 이용하여 안
드로메다은하까지 관측할 수 있었다. 허블은 그 은하가 수십만 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다고 계산했다. 그것은 우리 은하계의 가장 바깥쪽
보다 훨씬 더 먼 거리였다. 또한 허블은 적색편이(赤色偏移, redshift) 현
상을 발견하고, 1929년에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블은
은하들이 발산하는 빛을 프리즘에 비춰보고, 여러 색깔의 줄무늬를
분석했다. 그것은 관측되는 별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려
주었다. 허블은 별들의 성분에 특히 수소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
을 알아냈다. 그런데 스펙트럼의 줄무늬들이 상대적인 순서는 정확
하지만 이상하게도 점점 붉은색 쪽이 더 많이 나타나는 적색편이 현
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 현상은 ‘도플러 효과’와 같은 것으로 은하계
의 별들이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이것은
또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허블의 적색편이 발견은 프레드 호일의 정상우주론을 반박하는 팽
창우주론의 증거로 작용했다. 우주가 팽창하는 것이라면, 처음에는
부피가 아주 작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로저 펜로즈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이용하여 이것을 물질의 내향적 붕괴의 현상이라고 입증하
고,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불렀다. 펜로즈의 도움으로 블랙홀 이
론을 연구하던 스티븐 호킹(Stephen W. Hawking, 1942- )은 이 특이점
에서 우주 전체가 시작되는 빅뱅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러나 물리법칙으로 예측했던 특이점에는 역설적으로 어떤 물리법칙
도 적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프레드 호일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
다는 주장에 대해 처음에는 ‘빅뱅(big bang)이 있었다는 말이냐?’고 물
으면서 강력하게 반대하였다. 그러나 호일은 아인슈타인이 지지를
철회하자 우주가 빅뱅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졌다는데 동의했다. 과학
적 무신론자들은 ‘특이점’이 점과 같이 아주 작은 것이었으나 질량은
아주 엄청나게 큰 것이었고, 빅뱅은 우주에서 단 한 번 있었던 ‘우연’
한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1965년에 펜지어스(Arno Allan Penzias, 1933- )와 윌슨(Robert Wilson,
1936- )이 안테나를 점검하다가 우주 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를 발견했을 때, 팽창우주론은 또 다시 입증되
었다. 우주 배경복사의 분포를 그린 타원형 지도는 우리우주의 초기
시절을 보여준다. 이 지도를 처음 그린 조지 스무트(George Fitzgerald
Smoot III, 1945- )는 이 모양을 보고 ‘우주의 달걀’이라고 불렀다. 빅뱅
이 일어나고 약 40만 년 되었을 때의 모습이다. 우주 배경복사는 빅뱅
의 초기에는 강력한 에너지인 감마선이었으나, 점차 엑스선이 되었
다가 약140억년이 지난 지금은 마이크로파가 되었다. 현재는 절대온
도 0K보다 겨우 2.7도 정도 높은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다. 빅뱅설의
더욱 강력한 증거는 1992년에 COBE 관측 위성을 이용하여 전(全)방
위의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만들어보니 거의 균일하게 나타났다는 사
실이다.

우주 배경복사가 발견된 이후 과학자들은 우리우주가 빅뱅이라
는 시작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시공
간이 팽창하는 모형들은 서로 다르게 주장했다. 빅뱅우주론은 우주
의 시작과 팽창과 종말에 대해서 갖가지 불확실한 예측과 주장으로
곧 혼돈 상태에 빠져들었다. 과학자들은 빅뱅에서부터 일어난 우주
의 팽창속도를 더욱 정밀하게 측정하려고 노력했다. 팽창속도를 정
확하게 알수록 우주의 나이를 제대로 알고, 우주의 탄생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팽창비율을 측정하기란 매우 어렵지만,
빅뱅 초기 핵융합 반응에 의하여 생성된 물질의 구성비(수소75%, 헬륨
23%, 리튬 등 약 2%)는 계산과 관측의 결과가 일치했다. 우주의 종말에
대해서는 계속 팽창하다가 빅 스플릿(big split)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
면 어느 시기에 빅뱅의 반대인 빅 클런치(big clunch)를 거쳐 다시 빅뱅
이 일어날 것인지, 또는 현재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등에 대
하여 과학자들마다 서로 다른 예측을 하고 있다.

 

2. 빅뱅우주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과학적 유신론은 빅뱅우주론이 우주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매우 잘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빛의 발
생은 필연적이다. 기독교 성경에서 신이 가장 먼저 창조한 것이 빛이
라고 기록한 것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다만 과학적 유신론은 과학
적 무신론에 인용되는 빅뱅우주론에 대하여 몇 가지 오류를 지적한
다. 첫째는 ‘우연’의 문제이다. 과학적 무신론은 빅뱅의 발생뿐만 아
니라, 우주의 역사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는 모두 ‘우연’에 의한
진화로 설명한다. 그러나 우주의 창조자이신 신의 능력을 믿는 과학
적 유신론은 빅뱅을 신이 의식적으로 선택한 창조의 방법이라고 믿
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연’에서 시작한 우주가 과학에서 발견되는
법칙들을 계속되는 ‘우연’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
문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런 사실에 대하여 천재 수학자 폰 노이만은 “정
말 그런 일이 일어나려면, 결국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을 허무맹랑한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빅뱅 이후 우주는 하나의 물리
법칙이 일관성 있게 작용했던 것이 아니라, 각 단계마다 전혀 다른 물
리법칙이 작용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에도 우리우주에는 적용되는 법칙
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물리적 변화가 동시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
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우주는 정밀하게 조율된 질서에 의해 기계
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질서 있는 우주의 법칙들은 누가 만들
었는가? 과학적 유신론은 최초의 지성적 존재인 신의 행위가 개입되
지 않았다면, 우리우주는 생겨날 수도 없었고, 더욱이 우리가 자기의
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지도 못했다고 본다. 질서를 ‘우연’의 결과로
만 설명한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연’이라는 말
대신에 ‘숨은 변수’라고 말하고, 과학의 목표를 ‘숨은 변수’를 발견하
는 것에 두었다. ‘숨은 변수’를 발견하는 일은 곧 신의 창조 방법을 찾
아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과학적 유신론은 유신론을 믿는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의 입장에서 출발한다.


‘우연’은 과학에서 부정되어야 한다. ‘우연’은 물리법칙에 위배된
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제까지 밝혀진 모든 물리법칙은 열역학 제2법
칙을 위배하지 않는다. 다만 의식을 가진 생물들만이 생존하는 동안
부분적으로 물질의 질서를 향상시킬 수 있고, 이 법칙을 위반할 수 있
다. 그러나 생물들도 죽으면 물질로 구성된 몸은 열역학의 지배를 피
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우주는 약 140억년 동안 파
괴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작동해오고 있다. 이런 우주를 ‘우연’에 의
해 발생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거짓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과학적 유신론은 어떻게 ‘우연’히 발생한 빅뱅에 의해서 생겨
난 물질이 스스로 이 많은 법칙들을 만들어내면서 우주와 생명체를
조직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우주가 무수한 물
리법칙들이 작용하여 나온 결과물이라면, 무수한 ‘우연’이 어떻게 연
속적으로 연결된 법칙들을 만들어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우연
은 질서의 체계를 계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과학적 무신론자들은 과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현상을 신에
의한 기적이라고 보는 자들을 미신에 빠진 유신론자라고 공격한다.
신이 그런 갭(gap)을 메꾸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존재라면 어차피
과학의 발전에 의해 소멸할 것이라고 조롱한다. 그렇다면 마찬가지
로 과학적 유신론은 ‘우연’을 믿는 자들을 미신적 무신론자라고 비판
한다. 아인슈타인은 ‘우연’이 없는 결정론을 믿었고 갭을 ‘숨은 변수’
라고 주장했지만, 그가 죽은 후 과학자들은 ‘숨은 변수’에 숨어 있던
수많은 물리법칙을 발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학적 유신론은
의식이 없는 물질적 존재는 결코 자기에게 적용되는 물리법칙을 만
들어낼 수 없다는 사실에서 ‘우연’이 아닌 창조자인 신의 작위를 주장
한다. 의식이 없는 우주가 ‘우연’히 질서 있는 법칙을 만들어낼 수 있
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괴변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우연’은 결코 반복적으로 작용하는 법칙들을 계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는 사실에서 유신론의 타당성이 성립한다. 그렇다면 우주의
자연현상을 만들어내는 모든 법칙들은 빅뱅 이전에 유일하게 의식을
가졌던 신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빅
뱅에 대하여 과학적 유신론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특이점’에 대하여 우주 에너지 총량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
다. 과학적 유신론은 우주 에너지의 일부만 빅뱅의 순간에 재료로 사
용되었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왜냐하면 우주 에너지 총량에서 의식
을 가진 신이 점유하는 일정 부분이 빅뱅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최초의 우주 에너지 총량은 빅뱅에 일
부 사용되어 우리우주가 되었고, 대부분은 우리우주밖에 그대로 남
아 있다는 의미이다. 의식 있는 신이 자신의 존재를 전부 빅뱅의 과정
에 밀어 넣지 아니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둘째는 빅뱅으로부터 4차원의 시공간이 생겨났다는 개념을 반박
한다. 왜냐하면 열역학 제1법칙에 의하여 영원불변하는 우주 에너지
총량이 존재했다면 시공간도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논리가 성립하
기 때문이다. 존재는 시공간의 밖에서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빅
뱅은 기존의 시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이며, 영원한 시간의 흐름에서
특정한 순간이었을 뿐이다. 과학은 바로 이 문제의 이해에서 오류에
382 과학과 신(神)의 전쟁
빠짐으로써 심각한 모순에 빠져 있다. 과학적 유신론은 창조의 신이
우주만물의 창조를 시작하기 위하여 그가 선택한 시간에 그가 계획한
방법으로 빅뱅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