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유신론 이해

과학적 유신론의 방법론

heojohn 2020. 3. 13. 23:29

인간은 각자 진리라고 믿는 것으로 사물을 판단 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세계관은 그 사람의 믿음의 체계이고 곧 그 사람의 종교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는 ‘각자의 종교와 각자의 신이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엄밀
하게 따지고 보면, 이름은 같아도 각자가 믿는 신의 모습은 같은 것
이 하나도 없다. 각자가 제멋대로 상상한 신의 깃발아래 살아가고 있
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실을 간파하여 도킨스 (Richard Dawkins, 1941- )

가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에서 주장하는 것
처럼, 현실적으로 신은 사람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것이 되었고, 각
자는 제멋대로 상상해서 만들어낸 신을 믿고 있다. 그러나 과학
적 무신론자들이 주장하는 우주와 생명의 기원, 그리고 계통 발생의
원인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은 아직까지 실험과 입증에 성공하지 못
한 가설일 뿐이라는 사실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현실은 무신론이 과학주의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결국 마르크
스-레닌주의를 교리로 하는 과학적 무신론자들의 종교가 세계적으
로 확산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의 존재를 변증하는 신학은 이제 철학
과 과학을 따로따로 연구할 것이 아니라 통섭적인 연구를 통해 신의
존재가 진리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유신론’이 회생(回生)하는 방
법은 과학적 무신론을 무너뜨릴 과학적 유신론을 탐구하는 길밖에
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과학적 유신론을 제안하지 않을 수 없
다. 과학적 유신론’은 먼저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바탕 위에서 정립되어야 한다.


첫째, 유신론은 종교에서는 의심할 수 없는 진리였으나 철학에서
는 논쟁거리였고, 과학에서는 부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철학은 신이
정의롭지 않으므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고, 과학은 자연
에서 신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귀납(歸納)하여 유신론을 부정하
였다. 논쟁에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료와 실증적인 논리를 제시
해야 한다. 과학적 유신론이 논쟁에서 승리하고 과학적 무신론을 극
복하기 위해서는 우주와 생명의 기원이 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방법으로 논증해야 한다. 현대과학은 일반적으로 자연이 물질로 구
성되어 있고 물질은 부피와 질량을 가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과학
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실재(實在)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한다. 부피와
질량을 가진 물질은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인간의 눈이 자연에
서 신의 존재를 관측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학적 유신론은 신에 의한
창조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우주와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다. 인간은 주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신의 존
재를 긍정하거나 또는 부정적으로 진술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 유
신론은 우리의 생명과 우리 우주의 시발점을 과학적으로 창조자 신에
게로 귀납시킴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한다. 다행하게도 ‘보이지 않는’
다는 이유만으로 실재(實在)를 부정할 수 없는 양자(量子)물리학 이론
들이 최근 많이 발전했다. 그러므로 양자물리학 이해는 과학적 무신
론을 극복하기 위한 과학적 유신론의 필수 도구의 하나이다.


둘째, 과학은 지동설을 입증하여 과거 천동설(天動說)을 주장했던
신학과 철학을 패퇴시켰다. 과학은 그동안 점점 발전한 최첨단 망원
경과 현미경으로 우주자연을 구석구석 탐사해보고, 물질의 원자까지
분해하여 살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거대 우주와 원자
내부의 미시세계를 완전히 탐구하지는 못하였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거시적 세계는 95% 이상, 그리고 미시적 세계도 아직 제대로 관측하
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은 자연을
연구하는 동안 ‘자연에는 비약이 없다(Natura non facit saltum)’는 원칙
을 확정했다. 이 원칙은 자연을 탐구하는 과학이론에서 ‘비약’이나
‘우연’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적용된다. 아인슈타인의 유명
한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이 원칙을 뒷받침하고 있
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신의 존재를 믿었지만, 입증하지 못하고 ‘숨
은 변수’로 남겨놓았다.

 

한편 과학적 무신론은 ‘비약’이나 ‘우연’에 의
지하여 신의 존재를 깡그리 부정했다. 과학적 무신론의 원조는 『포이
어바흐와 독일 관념론 철학의 종말』에서 관념론적 유신론에 사실상
최후의 일격을 가했던 엥겔스다. 오파린은 물질에서 생명이 ‘변증법
적 비약’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과학적 무신론은 생명의 목
적성을 거부하고 역사를 변증법적 ‘비약’ 또는 주사위 놀이에 맡겨버
린다. 알고 보면 과학적 무신론은 과학의 원칙을 위반하는 모든 이론
들을 쓸어 담아놓은 쓰레기통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못된 이론일지
라도 이론은 이론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과학적 유신
론은 과학적 무신론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론이다.


셋째, 전통적 고대종교 창시자들이 신화적인 교리를 만들었다고
할지라도, 현대의 신학조차 신화적인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서
는 안 된다. 그것은 시한부 생명을 사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과학적 무
신론자들이 이론이나 증거들을 조작하여 기만적으로 과학적 무신론
의 승리를 선언하였음에도 신학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였다. 신학
이 신의 존재와 창조사건을 아직도 역사적 사실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면, 신학은 진리에 기초를 두고 있지 못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
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진리를 말하는 신학이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
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종교 사업가’
의 뒷바라지에 분주한 신학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종류의 신학은
현재도 만들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신학
은 폐기되고 새로운 신학이 등장해야 한다. 이제 철학에서 ‘과학철학’
이 신조류가 되어 있는 것과 같이, 신학에서도 ‘과학신학’이라는 신조
류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음은 새로운 신학의 형성에 의미가 적지 않
다고 본다. 그러므로 과학적 유신론은 겸손하게 통섭적으로 신의 존
재와 창조의 사건을 사실로 입증하여 새로운 신학에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

 

넷째, 앞에서 과학적 무신론을 검토한 결과 그것은 과학이론이 아
니라, 정치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고 과학적 유신
론도 허위 이론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각 부족
의 신을 믿고 살았다. 그리고 각 부족 신의 깃발을 들고 전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서 승자는 패자의 신을 몰아내고, 승자의 신이
그려진 깃발을 내걸 수 있는 권리를 행사했다. 이런 전통에 따라 과학
적 무신론자들은 그들의 점령지에서 유신론을 몰아냈다. 그러나 이
제 과학적 무신론자들이 스스로 물러난 옛 점령지의 잔해를 살펴보
면, 그들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깃발을 들고 허위 이론으로 신의
존재를 자연에서 몰아내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다 해도 현
대 과학주의 사회에서 과학적 유신론을 주장하자면, 보이지 않는 신
의 존재와 보지 못했던 신의 창조에 의한 우주와 생명의 기원론을 과
학적으로 진술해야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물질만으로 우주가 구성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이론은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과학적 상식
으로 인정되고 있다. 과학적 유신론은 각 종교의 경전이나 교리적 신
학에 근거를 두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창조 사건이 남겨놓은
우주와 생명에서 증거를 찾아 과학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설득력을 확
보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특징은 동물적인 본능 이상의 이성을 가지
고 있으므로, 인간에게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성적이고 과학적
인 논리로 진술해야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과학적 유신론은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는데 기초한다. 과학적 유신론은 신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하
여 신학이 애매모호한 비합리적 또는 신화적 교리를 설교하고, 철학
이 추상적 형이상학(形而上學)을 논의하는 것은 공론(空論)에 지나지 않
는다고 본다. 과학주의 시대에서 과학과 신학 그리고 철학이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 되려면, 각각 과학적 방법으로 과거의 주장들을 재
검토하여 서로 버릴 것은 버리고 살릴 것은 살려야한다. 그렇게 하고
나면 대립적 관계에서 통합으로 가는 길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하
자면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에 대해 공통적인 이해를 가지고, 연
구 대상을 우주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과학주의 시대에서 신을 실재
(實在)로 진술하자면, 과학적 개념을 토대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
러나 과학적 무신론자들은 신의 존재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탐구하지
도 않았고, 증거와 이론을 조작까지 했다.

 

과학적 무신론자들은 과학의 대상인 자연의 개념과 법칙을 왜곡하여

사람들이 사실을 오해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유신론자들이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패배한 것이다. 오파린은 과학적 무신론을

옹호하기 위하여 증거와 이론을 조작했으나, 철학자, 신학자, 그리고 일반인들
은 물론 상당수 현대의 과학자들도 그런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
의 추종자가 되었다. 과학적 무신론에 승리하기 위해서 과학적으로 유
신론을 논의하자면, 먼저 과학이 학문의 대상으로 삼는 자연의 이해에
대한 오류를 시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와 실험으로 입증할 수 없는 창조 사건이 자연에서 일어난 역사적
제3부·과학적 유신론 - 정말 신(神)이 존재하시네! 261
사실임을 인정하는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자면 자연 이해에
대해 잘못된 과학적 패러다임(paradigm)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