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유신론 이해

과학적 유신론 서론

heojohn 2020. 3. 13. 23:19

앞에서 우리는 ‘과학적 무신론’이 나오게 된 과정과 주장하는
내용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그것이 잘못된 이론이라는 사실을 밝
혀냈다. 이제 인간사회를 동물사회로 격하시키는 과학적 무신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학적 무신론이 인간사회에 미치는 문제점
을 제기하고, 그 다음에 과학적 유신론의 첫 단계로 과학적 자연이해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논의하겠다. 그리고 과학적 자연 이해 패
러다임 전환의 열쇄는 최초의 자연에 이미 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갈
파한 노자의 도(道) 사상에 있다는 사실을 밝히겠다. 그 다음에 과학
적 유신론의 명제인 신의 존재에 관련한 과학적 ‘쟁점들’을 제시하고
해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논의를 진행하겠다.


과학적 무신론의 문제점

 

과학의 역사를 보면 과학은 어디까지나 전체 자 연을 대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어야 한다. 과학을 발전시킨 원동력인 자연발생론은 과학혁명

이후에도 그리스 철학의 물활론적 전통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초기 과학자들은 물활론적 자연발생론에 대한 실험과 논쟁을 계속했으며,

실험 결과를 보고 오히려 신의 창조를 믿는 방향으로 해석했다.

막무가내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물질주의를 주장한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라, 마르크스와 엥겔스였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1848년 역사적

유물론을 주장하는 『공산당 선언』에서 ‘그동안 사회적으로 인정되었던

영원한 진리, 모든 종교나 도덕 등을 아예 폐기하고 과거의 모든 역사적

경험과 모순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선언했다.247 그들의 사적 유물론은

생명이 ‘단백질의 존재양식’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물질 일원론을 주장한
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제시한 인간의 ‘존재양식’은 유물사관에 다
윈의 생물학적 진화론을 결합한 과학적 무신론을 믿고 따르라는 것
이다. 과학적 무신론이 함의하는 세계관의 핵심은 우주자연에는 물
질밖에 없고,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들은 인
간의 문제를 신에게 질문할 것이 아니라, 단백질의 존재양식에 의거
해서 해결해야 한다. 물질이 물질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인간의 윤
리적 가치는 전혀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것이 과학적 무신론의 핵심
문제이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에너지와 물질을 양자 차원에서 다루는 양자
물리학 시대가 개막되었다. 이와 같은 시기에 다윈주의자로 자처하
는 서방의 과학적 무신론자들은 생물학적 진화론에 유전자 이론을 도
입하는 한편, 양자물리학적 진화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과
학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현대 문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으
며,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과학은 불완전했던 고대 의술
을 정밀한 현대 의학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인간의 건강과 수명, 그리
고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엄청나게 기여하였다. 바로 이런 업적 때문
에 과학은 인간사회에서 무너질 수 없는 신뢰를 구축해놓았다.

 

마침내 마르크스 교조주의자 레닌이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에

성공한 이후, 볼셰비키 과학자들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과학적 무신
론’의 최고 단계라고 찬양하게 되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은 오
파린의 화학적 진화론의 방법으로 인공생명체를 제조하여 과학적 무
신론을 입증하려고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마
르크스-레닌주의자들의 종주국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1991년에 붕
괴되는 사태를 맞았으나, 과학적 무신론은 아직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이제 과학적 무신론은 우주와 생명에 관련하여 양자물리학적으로
생명의 자연발생을 주장하는 이론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이론들의 내용과 방식을 살펴보면, 이전 시대의 것들과 달라진 것이
없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하여 이전과 똑 같이 실험이
나 증거를 왜곡하는 주장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티븐
호킹은 우주는 무(無)에서 자발적으로 창조되었으며, 우주만물은 우
주물질로부터 진화된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기 스스로를 물질
의 진화에 의해서 생겨났다고 믿는 인간 사회에서는 도덕과 정의(正
義)의 규범이 붕괴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를 바 없고, 결국엔 물질로
환원되어야 하는 임시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욕망
의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최후의 승자만이 살아남는다. 인간사회가
이렇게 동물사회처럼 변모된 근본 원인은 과학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불과했던 마르크스-레닌주의 즉 과학
적 무신론을 과학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연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학문에서도 과학의
이름을 붙이지 아니한 것은 신뢰를 얻지 못할 정도로 과학주의는 보
편화되었다. 심지어는 신학에서도 ‘과학신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을 정도이다.248 문제는 과학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과학적 무신론’이 보편적인 세계관으로 자리 잡고 말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유신론’은 사실상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유신
론자들은 왜 무책임하게 이런 현상이 벌어지도록 방관하고 있었었을
까? 신에게 기도만 하고 있었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
면, 무신론자들에 비해 사고능력이 열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
람들도 있다. 그런 말들이 영 틀리지는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신의 구원을 믿고

바라는 종교인들이 자기에게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문제에 수고하지 않겠
다는 이기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문제이다. 성직자들은 천국 티켓 판
매상처럼 헌금을 징수하여 사익을 취하고, 신자들은 자기에게 유익
이 있는 일에만 참여한다. 그런 성직자나 신자들은 신의 존재를 부정
하는 과학적 무신론에 대해서는 아예 모른 체하고 있다. 과학적 무신
론이 과학에서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에서도 신을 추방한다면, 신을
믿고 구원을 설교하는 종교는 어디에서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과학적 무신론은 빅뱅이 일어나기 전에 제1차적으로 ‘특이점’이라
는 작은 물질 덩어리가 있었고, 어느날 ‘우연’히 ‘특이점’에서 발생한
빅뱅에 의하여 우주물질이 형성되었으며, 우주물질에서 생명이 발생
하여 현재의 세계로 진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무신론은 우주
와 생명과 관련한 수많은 과학법칙들에 대해서는, ‘우연’히 저절로 만
들어진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과학적 무신론을 비판적인 관점
으로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과학적 증거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과학적 유신론은 이점에서 희망
을 발견했다. 어느 날 ‘우연’히 ‘특이점’이나 무(無)에서 우주만물이 생
겨났다는 주장은, 개그맨(gagman)의 웃기자는 말이라면 몰라도, 과학
이론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술적 주장은

사실상 신이 우주만물을 만들었다는 주장과 다를 것이 없다. 왜냐하면

과학적 무신론은 신의 작위를 ‘우연’으로 대치하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도 무(無)에서 ‘우연’히 존재하게 되었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현실적으로 우주와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것들의 기원과 관
련한 사건들이 역사적으로 발생했었다는 증거이다. 이 사건들과 관
련하여 수많은 인간들이 갖가지 이론과 주장들을 내놓았고 현재는 과
학적 무신론 진영과 과학적 유신론 진영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
어 스티븐 호킹은 우주가 무(無)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났으며 자연법
칙에 따라 진화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신의 존재와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는 관측과 실험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수많은 이론
들 중에 어떤 이론도 사실여부를 정확하게 판정할 방법은 없다. 우리
는 여러 가지 주장들 중에서 각자 선택하여 잠정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주가 무(無)에서 발생했고 생명체가 물질의 화학작
용에 의해 ‘우연’히 발생했다는 과학적 무신론을 믿어도 좋다고 말하
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과학적 무신론을 믿는다면, 우리는 고대신
화를 믿었던 우리 조상들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비판 받아야 마땅하
다. 왜냐하면 과학적 무신론에서 주장하는 이론이 실험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라는 반증이 있기 때문
이다. 이제부터 과학적 유신론이 과학적 무신론을 극복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주장이나 이론, 심지어는 종교적 교리도 과학적 법칙
이나 사실에 위배되는 것은 배척해야 한다. 과학은 자연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원인을 모를 수는 있지만, 원인 없이 사건이 일어나지
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므로 ‘우연’은 과학적인 용어로 쓰일 수 없는
말이다. 과학에서는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사건은 결코 발생하지 않
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작크 모노(Jacques Monod, 1910-1976)는

『우연과 필연』에서 유전암호가 진화론적인 ‘우연’에서 필연으로 전환되
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모노의 주장은 진화론을 대변하는 말이
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열역학 제2법칙(무질서-엔트로피 증가)에 분명
히 위배된다. 자연법칙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조건은 열역
학 법칙이다.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반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생명체
의 지적 행위뿐이고. 자연발생적 사건은 결코 이 법칙을 위반할 수가
없다. 열역학 제2법칙의 위배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 무신론은 결코
과학적 이론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이 될 수 없다.


과학 이론이 항상 잠재적인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인정되
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미 발생한 사
건의 원인을 ‘우연’이라고 말한다면, 그런 사건은 아리스토텔레스적
방법으로 차라리 ‘신적’인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보다 나을 것이다.
과학적 무신론이 아리스토텔레스적인 해석을 인정한다면, 작크 모노
처럼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거짓말하거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
해 사실을 왜곡하는 일은 저지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학
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우주와 생명 발생의 최초원인을
‘우연’으로 주장하는 과학적 무신론을 무작정 믿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과학적 무신론은 잘못된 이론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유신론이
그 해답을 곧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