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창조론 연구 자료실/유사 창조론의 비판적 이해

김윤성 교수의 '창조과학 탈출기'를 반론함

heojohn 2008. 8. 3. 07:26

   '프레시안'지의 '종교와 과학의 대화' 시리즈(13)에 한신대 종교학과 김윤성 교수의 '창조과학 탈출기'라는 글이 올라왔다. 나는 이 글을 미국 여행중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미국 워싱턴 소재)을 보고난 저녁에 호텔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접속해서 읽었다. 이 박물관은 국립으로 운영되고 무료 개방되고 있다.  진화론을 선전하는 것 같은 I-MAX 영화도 보여주는데 이것은 유료이다.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해 아쉬웠다. 알려졌다시피 이 박물관은 미국 진화론자들의 본거지 같은 곳이다. 전시장의 구성도 철저히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우선 나비와 식물이 진화의 역사에서 때로는 적으로, 때로는 동지로 생존경쟁했다는 설명을 덧붙인 나비와 식물 표본 전시물,  인간의 조상이 유인원이라는 설명과 함께 잔뜩 갖다놓은 뼈다귀들과 진화론적으로 배열한  화석들의 전시를 보았다. 나머지 지질과 광물에 관련된 전시방 등도 대충 둘러 보았다.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세계 최대의 코끼리 박제물 등의 전시물을 보면서, 일반 관람객들은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 진화론적 분위기에 압도 당하고 만다.  
   이런 분위기에 싸여 이 박물관을 한바퀴 둘러보고나면, 어느덧 진화론에 세뇌 당하고 만다. 나도 이런 기분에 쌓여 있을 때  냉정을 유지하면서 이 글을 읽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그리고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반론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여행중에 급히 쓰느라 잘 정리된 반론은 아니지만 우선 '프레시안'지에 토론글로 올렸다. 다음은 그 반론 전문이다.

  김 윤성 교수의 이번 글에서 공교육에 종교의 요소가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듯한데, 종교의 자유라는 말은 종교를 선택하는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종교에 대해 무지하게 만들라는 뜻이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종교학 교수라는 사람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식 수준으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공교육의 목적은 역사적으로 존재했고, 현실적으로도 엄연히 존재하는 종교들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소개하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종교학의 본분은 이런 목적에 당위성을 강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종교에 대한 공교육을 실시한 다음에 각자 종교를 선택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헌법정신에 맞는 것이고, 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김 교수가 주장하는 핵심은 창조과학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같은데, 창조과학이 기독교, 그중에서도 개신교와 관련된 것처럼 말하는 동안에 논지가 확대된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알다시피 창조과학은 기독교의 창조론을 말하는 것이고, 김 교수는 창조론이 기독교 성경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우주만물의 창조주이시다는 기록에서 유래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주장은 표면적인 이유로 진화론은 과학이고, 창조론은 과학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성경의 창세기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에서도 공통 경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가 유독 개신교만이 창조과학과 관련된 것처럼 말한다면 그의 주장은 다른 목적이 있다고 밖에 달리 이해할 수 없다. 즉, 개신교를 공교육에서 가르치지 말라는 말에 다름 아닌 것이다.


   창조과학이라는 말이 진화론주의 과학자들이 창조론은 과학이 아니라는 공격에 대항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창조론을 설명하려는 목적에서 붙여진 이름이고, 아직 과학적 체계가 덜 잡혀 있다는 점에서 보면, 김 교수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진화론도 아직 무수한 가설의 바탕위에 세워진 가설에 불과한 학문이다. 그동안 진화론의 역사에서 숱한 이론이 등장했다가 검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라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생명의 기원과 종의 변이에 대한 진화론의 주장은 과학적 방법으로 엄밀한 검증을 거친 것이 아니다. 단백질 합성 실험이 생명탄생의 증거처럼 말하고, 종의 변이를 설명하려고 집단 유전자 이론이나 심지어 ‘괴물이론’까지 등장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이고 공상과학과 같은 허구에 불과하다. 진화론은 창조론과 마찬가지로 논쟁 중에 있는 학문이지 확립된 이론이 아닌 것이다.


   김 교수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김 교수와 정반대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즉, 나는 젊은 시절 니체를 추종하는 무신론자였으나, 삶의 연륜이 쌓이면서 동양사상에서 정체성을 찾다가 창조신을 만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진화론의 허구성을 충분히 반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과정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가톨릭에서 진화론을 수용한 것은 물질(육신)적인 부분에 대해서일 뿐, 영혼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았다고 전체적인 사실을 알 수 있게 말해야 한다. 나도 일부 기독교의 문자주의적인 창조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진화론이 허구임을 깨달았으므로, 창조론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 교수도 진화론을 검증하다가 창조론이 옳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향한 과학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개인적인 전향을 마치 승전보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학토론이나 신앙간증이라면 몰라도 종교와 과학을 주제로 하는 토론에서는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