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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 논쟁에 대한 신학적, 과학적 고찰

heojohn 2020. 3. 30. 08:42

-오파린의 생명의 기원에 나타난 화학진화론 비판을 중심으로

. 서론

. 오파린의 생명의 기원에 나타난 화학진화론

1. 오파린의 생명의 기원에 관한 문헌 정보

2. 생명의 기원을 둘러싼 관념론과 유물론의 투쟁에 관하여

3. 탄소 및 질소화합물의 최초 형태

4. 최초의 단백질의 발생

5. 최초의 콜로이드 구조의 발생

6. 살아있는 원형질의 조직

7. 원시생물의 기원

8. 오파린의 맺는 말

. 결론

알렉산더 오파린

 

Theological and Scientific Studies on the Origin of Life

-Criticizing Chemical Evolution Theory in by A.I. Oparin

 

 

Evolutionism is the major basis of Atheism which Christianity must break. In this essay Oparin's chemical evolutionism would be analysed and the errors criticised. Is the origin of life based on the method of the dialectical materialism, which means materialistic evolution through chemical reactions, as Oparin asserted? The resolution of this essay says 'Never'. Because material is impossible to produce spirit which is the specularity of living phenomena, even though it does unlimited evolution and organizes every chemical reactions. Life is not the sum total of material parts. Chemical evolutionism to find the origin of life in material cannot be resonable theory. The origin of life was rather based on the spirit which could not be produced through chemical reaction. And material was only material for the phenotype of life.

 

 

 

. 서론

 

16세기에 종교와 과학의 혁명이 동시대에 일어난 이후, 과학 분야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17세기에 뉴턴(Sir Issac Newton)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1687)를 발표하자, 사람들은 우주를 거대한 기계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열렬한 개신교도인 그의 말의 의미는 칼빈이 했던 것처럼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경이의 찬사였다. 그러나 곧 그의 말은 계몽주의적 기계철학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의 실용적 과학자들은 증기기관을 인간의 노동력에 대치시는 산업기술을 발전시켰다. 산업기술은 대량 생산체제의 산업혁명을 이룩하였고, 이로 인해 부유해진 영국에서의 낭만주의적 낙관론은 과학에 무한 신뢰를 보내게 되었다. 이에 힘입어 어떤 사람들은 19세기에 그리스의 물질론적 사고를 다시 발전시켰으며, 과학 또는 철학을 다른 방향으로 더 멀리 이끌고 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망원경과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신()은 없는 것이라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적 사고를 반영하면서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1859종의 기원을 발표하여 새로운 과학적 이론을 제시했다. 창조주 하나님이 생물을 종류별로 창조하였다는 기독교의 교리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그의 주장은 당시 유럽의 지배적 다수였던 기독교 신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이 충격적인 주장은 오늘날에도 진화론이라는 이름으로 그치지 않는 논쟁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진화론은 과학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하여 현대에 이르러서는 무차별적으로 기독교를 공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돌이켜 보면 다윈 자신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신학공부를 했었다. 다윈의 초기 연구과정에서 실제로 결정적인 도움을 준 사람들은 기독교 성직자와 열성 신자들이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식물학을 가르치고 비글호 탑승을 추천했던 헨슬로우(J. S. Henslow) 교수와 비글호 함장 피츠로이(Robert FitzRoy)가 그들이다. 또한 지질학 교수인 세쥐위크(Adam Sedgewick)지질학 원리를 써서 그에게 균일론을 깨닫게 했던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나중에 다윈의 종의 기원이론을 보고 어떤 이는 부분적으로 받아들였고, 어떤 이는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피츠로이는 자책감에 자살까지 했다. 그는 윌리암 페일리(William Paley, 1743-1805)자연신학도 읽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가 기독교 적대세력인 무신론 과학주의의 창시자가 된 것이다.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도 다윈의 이론에 크게 고무되었고 그의 자본론을 다윈에게 헌정했다고 한다. 당시에 유럽 사회는 기독교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학을 공부했던 사람들을 이렇게 변절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기독교적 입장에서 반기독교로 돌아선 사람들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없지 않다. 이 논문 서두에서 이런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반기독교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이 진화론자들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반기독교적 창조론 또는 진화론과 관련하여 이와 같이 변절한 사례를 국내외에서 한 가지씩만 들어보겠다. 이는 진화론 비판이 기독교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란시스코 아얄라(Francisco J. Ayala, 1934-)는 스페인에서 가톨릭 신부였으나, 컬럼비아대학에서 유전학을 공부하고 열렬한 진화론자가 되었다. 그는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에서 생물학과 철학교수로 있으면서 1981년에는 아칸소(Arkansas)주의 기독교적 창조론 교육을 법제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과학자 진영의 증인이 되기도 했다. 인터뷰 기사에서, 그는 역시 신부였던 피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뎅(Pierre Teilhard de Chardin)이 쓴 인간현상 Phenomeno of Man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계속해서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이 생물학계에서 진지한 관심을 받을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봅니다고 말했다. 그는 책 본문에서 거침없이 하나님의 창조를 부정하면서도 아직도 가톨릭 신자이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는 말로 대답했다. 템플턴 재단은 어이없게도 이런 사람에게 2010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템플턴 상과 상금 150만불을 수여했다. 아마도 창조주가 없다고 본문에서 실컷 주장하던 그가 책의 말미에 가식적으로 우리는 진화와 창조주를 동시에 믿을 수 있다고 덧붙인 말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억지떼를 쓰는 것 같은 기독교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서글펐다.

 

우리나라에서 장대익은 종교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냈는데, 이 책에는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라는 질문이 부제로 붙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과학고를 나와서 카이스트에서 학부생활을 할 때까지도 기독교 신자였으나, 비과학적인 창조과학회의 활동을 보고 기독교에 대한 종교적 회의를 느꼈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그는 뒤에 서울대학교에서 과학철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하고 저명한 과학적 무신론자 데니얼 데넷(Daniel C. Dennette)에게서 박사후 연구과정을 마쳤으며, 동덕여자대학 교수를 거쳐 이제는 모교에서 교수가 되었고, 리차드 도킨스의 불독이 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창조론과 관련하여, “창조과학과 지적설계? 그것은 틀린 것조차 아닙니다고 깔아뭉갠다. 이 책은 그가 호남신대 신재식 교수와 한신대 김윤성 교수 3인의 서신 토론을 엮은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과학의 시대에 종교의 유통기한은 끝났으며, “종교가 더 이상 필요할까요?”라고 질문한다. 또한 종교는 말살해야 할 정신의 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들은 스스로에 대해서 진화론적 무신론자, 진화론적 유신론자, 실체로서 종교는 없으나 문화현상으로서의 종교만 있다고 주장하는 불가지론자라고 밝히고 있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지적 담론은 진화론을 바탕에 깔고 전개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과학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러시아 태생으로 미국에 귀화한 진화유전학자 도브잔스키(Theodosius Dobzhansky, 1900-75)“Nothing in biology makes sense except in the light of evolution”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이 말은 유전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 그는 멘델의 유전법칙과 다윈의 진화이론을 종합하여 유전학과 종의 기원(1937)을 발표하였다. 도브잔스키의 말에 담긴 뜻을 새겨보면, “진화의 빛에서 벗어난 생물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보다 조금 늦게 다윈의 친구이자 열렬한 지지자였던 토마스 헉슬리((Thomas Henry Huxley, 1825-1895)의 손자로서 유명한 진화론자인 줄리안 헉슬리(Julian Huxley, 1887-1975)진화: 현대 종합설(1942)을 출판하였다. 이들이 진화론의 역사에서 현대종합설을 만들어낸 주역이다. 줄리안 헉슬리는 유네스코 초대 사무총장(재직 1945-48)이 되어 교육과 과학은 진화론의 방법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런 영향으로 서방에서 교육계는 진화론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과학계는 진화론적이지 않은 방법의 논증을 하는 학위논문은 통과가 되지 않는 관행이 굳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과학자들에게서 과학 과목을 학습한 어린 학생들이 이들의 영향을 어찌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반인들이라고 이런 시대적 조류를 피할 방법이 어디 있는가? 이런 진화론적 과학의 교육을 받고, 또 이렇게 진화론적 통념에 물든 사람들이 어찌 기독교적 창조론을 믿는 신자로서 교회에 나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을 수가 있겠는가? 성직자, 신학자 또는 열성 신자들조차 기독교 신앙을 버리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 실정임을 앞에서 보지 않았는가?

 

한편 진화론에 대해서 가장 열성적으로 반대를 하고 연구하는 단체는 한국창조과학회(KACR)일 것이다. 이 단체는 미국의 창조과학회(ICR)의 한국지부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자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진화론 진영에서는 이들에 대해서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부르면서 격렬하게 비판한다. 이들 사이에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그러나 진화론의 개념은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에서도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발표한 그의 이론은 단일 이론이 아니라, “변이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분화를 말하는 몇 가지 이론들이 합쳐진 복합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그 자신 또는 추종자들에 의해서 거듭 수정 보완되면서 진화론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가 일고 있는 진화론은 여러 사람의 주장에 의하여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다윈의 이론에서 진화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 어쨌든 진화론이 이렇게 복잡하게 된 원인은 진화론 자체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며, 반론이 나올 때마다 또는 새로운 과학 이론이 나올 때마다 그 영향을 받아 수정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선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현대의 진화론과 최근에 이를 반박하는 지적설계론에 이르기까지, 논쟁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추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 흐름은 150년이 넘게 진행되는 동안에 너무나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 이르러서는 각 생물의 게놈 지도가 작성되면서 유전자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유전학 분야와 생명현상에 대해 분자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는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인해 그만큼 검토되어야 할 분야가 깊고 넓게 확장되었다. 왜냐하면, 이 분야에 관여하고 있는 과학자들 대부분이 진화론자들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의 게놈 지도 분석 결과에 의하면, 30억 개의 유전자 염기쌍 중에서 99%가 일치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한다. 다른 생물들에 대해서도 계속 유전자 지도가 작성되고 있다고 하며, 유전자은행이 설립되어 모든 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저장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물의 유전자 전부를 검증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므로 미래의 과제로 남겨두고, 이 논문에서는 오파린에 의한 화학진화론의 쟁점만 짚어보는 것에 만족하고자 한다.

 

 

. 오파린의 생명의 기원에 나타난 화학진화론

 

진화론은 크게 두 개의 단계를 거쳐 발전했다. 먼저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제안한 생물학적 진화론이 있다. 그는 종의 기원에서 모든 생물이 한 개 또는 몇 개의 원시생명으로부터 변이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분화를 통해서 공동후손으로 번식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훨씬 나중에 쓴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1871)에서 인간도 다른 생물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종의 기원마지막 부분에서 조물주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본래 신학을 공부했던 다윈이 창조주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윈 연구가들에 의하면, 다윈이 그의 생전에 무신론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당시 논쟁에 휘말리는 상황을 피하려는 성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열성적 크리스천인 그의 아내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렇게 다윈은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극도로 꺼렸으며, 이 문제는 다음 단계에 미루어 놓았다. 마침내 1922년 알렉산드로 이바노비치 오파린(Alexander Ivanovich Oparin)에 의하여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제안되었다. 그가 스탈린 치하의 러시아에서 한 식물학회에서 있었던 발표를 통해 생명의 기원이론을 제안한 것이다. 이것이 화학적 진화론의 시발점이다. 그렇지만 다윈이 1871년 그의 친구이며 지지자였던 후커(Joseph Hooker, 1817-1911)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이미 있었다.

 

생물을 처음 발생하게 했던 조건은 예전에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있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령(그것은 아주 어려운 조건일 것입니다.) 따뜻하고 조그만 웅덩이 물에 암모니아, 인산염, 그리고 빛, 열 전기 등 모든 필요한 것이 주어져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더 나아가 더 복잡한 것으로 전화할 수 있었다고 치더라도 지금 세상에서는 생물이 존재하기 전의 시대와는 달리, 그것들은 곧 먹혀버리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윈의 따뜻하고 조그만 웅덩이 물이나 오파린이 그의 이론에서 말하는 코아세르베이트는 매우 비슷한 개념이다. 다윈도 이미 오파린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했었으나,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다윈의 생각은 변증법적 유물론자 오파린에 의하여 이론으로 탄생했다. 한편 오파린과 비슷한 시기에 영국인 생물학자 할데인(J. B. S. Haldane)에 의해서도 같은 개념의 이론이 제기되었으나, 오파린의 이론보다 정교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렇게 하여 진화론은 생명의 기원에서부터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역사적 과정을 일관된 과학적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진화론의 기본적 틀을 구성하는 이 두 가지의 이론은 매우 불완전하게 출발했었으나, 후대 지지자들에 의해 점점 보완되고 강화되어 이제는 철옹성 같은 진지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로 인하여 기독교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경의 창조기사를 완전히 부정하고 무신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진화론을 깨뜨리지 못한다면, 기독교는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겨야 할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진화론에 가장 중요한 이론 가운데 하나인 오파린의 화학진화론을 탐색해보고 이에 대응하여 비판론을 제기해보기로 한다(또 하나의 중요한 이론인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은 필자의 다른 논문을 참고하라).

 

1. 오파린의 생명의 기원에 관한 문헌 정보

 

오파린은 다윈보다 63년이나 지난 1922년에 생명의 기원에 대한 간단한 이론을 러시아 식물학회에서 처음 제안했고, 이를 정리하여 1925년에 팜플렛 형태로 출판했다. 이것은 서구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이 팜플렛을 개정하여 1936년에 출판하였는데, 이것의 영역본 초판이 Macmillan출판사(뉴욕: 1938)에서 출판되었고, 2판이 Dover출판사(1953)에서 발간되었다. 오파린은 이후에도(1957, 1962, 1864, 1968) 이 책의 속간판과 개정판을 냈다. 오파린의 이론을 실험한 것으로 유명한 밀러(Stanley L. Miller) 와 오르겔(Leslie E. Orgel)이 공동 저술한 생명의 기원서론의 소개에 의하면, 오파린의 1936후에 출판된 저서들은 내용은 더 많지만 Macmillan 판과 Dover 판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고 한다. 오파린의 저서들을 찾아보고 있던 필자는 마침 옮긴이가 1953년판이라고 하는 한국어 역본을 발견했다. 이 책의 옮긴이의 말에서는 1953년판을 번역한 것으로 말하고 있으나, 필자의 검토에 의하면, 밀러와 오르겔이 말하는 Dover출판사(1953)판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번역본에는 학문성보다 이념성이 강하게 나타나 있으며, 1938년 영역판(Macmillan사 출판)의 일본어 중역본(生命起源, 山田坂仁 )과 대조해보면, 내용이 많이 요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학공식이나 도표 등이 많이 빠져 있고, 대신 인물 사진이나 그림 설명이 많다. 아마 이 한글역본은 당시 공산권이나 일본에서 출판된 어떤 공산주의 선전용 대중판을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을 검토해본 결과, 오파린의 이론을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이를 대본으로 삼아 오파린의 화학적 진화론의 내용을 간략하게 검토하고자 한다(다만 좀 더 명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후에 출판된 저서들도 참고했다).

 

2. 생명의 기원을 둘러싼 관념론과 유물론의 투쟁에 관하여

 

이 역본의 서두(1)에서 오파린은 생명의 본질과 그 기원에 관한 문제를 둘러싸고 두 개의 화해할 수 없는 철학의 진영-유물론과 관념론-의 치열한 사상적 투쟁이 전개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생명에 관한 관념론적 견해모든 종교의 근본적인 결론이며, 유물론적 입장은 생명이 본질적으로는 물질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생명은 물질의 특별한 존재형태에 지나지 않으며, 법칙에 따라 발생하고 법칙에 따라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유물론적인 연구방법에 의해서 생명의 본질을 완전히 밝히고,” 물질적인 법칙에 따라 생물계를 의식적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개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생명의 기원에 대한 모든 종교적 관념론을 비판한 그는 19세기에 이르러 다윈과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성서의 가르침을 타파하는 이론은 제안했지만,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는 결국 엥겔스의 천재적 저작 반듀링론』 『자연변증법에서비로소 과학적 연구방향을 결정했으며, “소비에트 생물학은 이 방향에 따라 진보를 거듭하고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엥겔스의 생명관을 물질진화의 산물, 역사적 조건과 생명출현에 선행하는 시대에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에 의해 준비된 물질의 질적인 개조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엥겔스의 생명관에 그가 얼마나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지는 뒤에 나오는 그의 이론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언급이 바로 오파린의 화학적 진화론이 정치적 이념의 산물이며, 또한 레닌과 스탈린의 공산주의 혁명 세력이 당시의 러시아 정교를 제거하는 작업에 얼마나 유용한 도구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이어서 그는 서구의 부르조아 과학이론들과 반동적인 관념적인 견해를 가진 과학자들을 열거하여 비판한 뒤에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들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의해 생명은 물질운동의 특수한 형태이며, 또한 세계의 진화과정에서 물질의 역사적 발전의 일정 단계에서 발생하는......새로운 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생명은 본질적으로는 물질이라고 다시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과학적 사상의 기초는 엥겔스와 스탈린에 의해 제시된 진화의 길의 지도를 따르는 것으로 진술하고 있다. 이 길은 곧 물질의 발전 역사를 연구하는 길이다. 그는 또한 식물의 기원을 쓴 소비에트 아카데미 회원 V. L. 코마로프의 생명의 기원의 생화학적 가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파린에 의하면, 이 학설은 생명의 발생은 물질의-일반적 진화, 질소의 탄소화합물의 진화의 긴 계열의 진화에 있어서의-연속적 단계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변중법적 유물론의 입장에서 보면, 자본주의 과학자들은 이전의 기계론적 입장, 마침 경우가 좋은 우연성혹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물리적인 힘 때문에 생물이 발생했다는 입장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파린의 입장에서 현대과학적 과제는 생명의 기원 문제에 대해 유물론적이어야 하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최초의 생물 발생을 가져온 물질의 연속적 진화를 정확하게 묘사할 것.

둘째, 알고 있는 과학적 사실을 기초로 물질의 역사적 발전의 각 단계를 완전히 분석할 것.

셋째, 진화 과정에서 차례로 발생해 오고 그 스스로 생명의 형성을 확정한 법칙을 밝힐 것.

 

이 세 가지의 명제는 이 책에서 오파린에 의해 유물론적 진화론의 견지에서 진술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는 오파린이 당시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 직후의 정치적 사상, 즉 변증법적 유물론의 영향을 엄청나게 크게 받았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그로부터 거의 9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의 현대과학과 오파린의 현대과학이 그 지식의 양에서는 매우 큰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유물론적인 진화론자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 탄소 및 질소화합물의 최초 형태

 

무생물계의 원소는 생물의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와 같다. 우주의 모든 유성에서 발견되는 원소들과 지구의 원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모든 생물계와 무생물계는 서로 통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은 원소들의 특별한 운동형태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우주의 한쪽 구석에서 적당히 조건이 형성된 기회에 진화의 과정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생물 구성의 기본 물질은 원소들이 탄소와 화합해서 만들어내는 유기물이다. 그런데 이 탄소는 유기물에서 뿐만 아니라, 무기물에서도 가장 널리 분포하며 우주 어디에서도 발견되는 원소이다. 따라서 탄소화합물의 진화를 연구하면, 생물의 기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오파린은 온도의 변화에 따라 탄소화합물의 생성과정을 설명한다.

 

우주의 초기 온도인 20,000이상의 고온에서는 어떤 원자의 결합도 일어나지 않는다. 탄소는 원소 중에서 가자 녹기 어려운 원소인데, 12,000에서 처음으로 수소와 결합하여 탄화수소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태양의 대기 온도인 6,000에서는 탄화수소와 시안 및 디카본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탄화수소의 존재는 어떤 유성에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이러한 우주적 탄소의 연구를 위해서 운석을 연구한 결과로서는 탄소화합물의 존재가 증명되었다. 그동안 유기물은 생물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는 정설이 완전히 부정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운석의 원소 구성은 지구의 원소 구성과 같은 것으로 밝혀지게 됨으로써 우주의 동일기원설이 입증되었다.

 

오파린에 의하면, 지구의 생성은 두 가지의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하나는 약 50억 년 전에 태양의 대기에서 발생한 가스 덩어리로부터 지구를 포함하는 태양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주 먼지가 태양의 인력에 의해서 끌려 들어와 태양계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탄소가 중금속과의 화합물의 형태로 지구의 구성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오파린에 의하면, 이 지구의 초기에는 이 탄화물이 대기층에 접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대기에는 오늘날과 달리 유리(遊離)산소도 유리질소도 없었다. 그 대신 많은 수증기가 있어써 지구 표면의 탄화물과 접촉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탄화수소가 나오게 되었다. 또는 우주먼지가 지구 형성의 재료가 되었다면, 메탄이나 탄화수소가 직접 지구의 대기로 들어갔을 것이다. 이런 사실은 태양계의 외부 행성의 대기 연구에 의해서도 증명된 것이다. 지구는 이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온도 때문에 화학변화가 쉽게 일어나는 곳이었다. 탄화수소가 물이 산화산물(酸化産物)을 만들어냈으며, 이들 3개의 원소(탄소, 수소, 산소)가 결합함에 따라 알콜, 알데히드, 티톤, , 그 밖의 간단한 유기물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우주에 유리된 가스 상태로 존재하는 질소가 질화물(窒化物)의 현태로 지구에 유입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분화구의 수증기로부터 암모니아를 추출함으로써 증명된다. 이리하여 이들 원자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화합물이 만들어져서 지구 초기의 바닷물 속에 함유되었다. 이것들은 매우 간단한 화합물이지만, 태양의 대기 또는 우주의 먼지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높은 단계의 진화를 이룬 것이다. 오파린은 여기까지의 과정을 두고, “아마 시간적으로 가장 긴 물질 진화의 흥미 깊은 시대라고 말한다.

 

4. 최초의 단백질의 발생

 

오파린은 이렇게 19세기와 20세기의 유기화학자들에 의해서 간단한 유기물이 이와 같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유기물은 생체 안에서 특수한 생명력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고 했던 잘못된 믿음은 타파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제 화학자들은 어떤 유기화합물이라도 합성해낼 수 있다. 그러나 유기물이 화학적 합성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생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생체 내에서 유기물의 화학변화는 세포에서 일어나는데, 그것은 주로 세 가지의 반응형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두 가지 탄소원자의 축합(縮合)과 그 역의 과정, 둘째는 산소와 질소의 중합(重合)과 그 역의 과정, 셋째는 산화(酸化)와 그 역의 환원(還元)과정이다. 이 반응들은 물 분자와 유기물의 접촉에 의한 상호작용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간단한 유기물을 수용액으로 만들어두는 것만으로도 고분자 화합물이 만들어지는 반응이 일어난다. 이러한 반응은 원시시대의 바다에서도 일어났을 것이다. 그래서 오파린은 원시 지구상의 태평양의 따뜻한 물 속에서 이제 우리들의 동식물의 몸 속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고분자 화합물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조건에서의 단백질 형성이다. 왜냐하면 단백질의 생성은 생물의 발생을 이끌어 온 물질 발전과정의 극히 중요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파린은 여기서 엥겔스가 반듀링론에서 생명이 발견되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그것이 단백체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또 분해과정에 들어가고 있지 않은 단백체가 발견되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예외없이 생명현상이 발견된다고 했던 말을 인용하여 그의 명제를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쁜만 아니라 다른 학자들에 의해서도 완전히 지지받고 있다고 천명한다.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벽돌은 아미노산이며, 긴 사슬로 이어진 채 감겨있는 분자이다. 단백질의 성질은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의 결합 순서와 수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아미노산은 제멋대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에 따라 결합의 순서와 수를 결정한다. 이렇게 하여 단백질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결정된다. 이것이 아미노산의 종류보다 단백질의 종류가 훨씬 많고 복잡한 것이 되는 이유이다. 따라서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미노산의 수와 순서에 의한 결합은 거의 무한정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파린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모든 단백질의 인공적인 합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필요한 것은 원시생명의 발생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기 위하여 원시바다는 먼저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었다는 논증이다. 그러나 오파린은 암모니아 및 탄화수소의 유도체에서 단백질의 조성인 각종 아미노산이 쉽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는 말로 그의 논증을 대신했다. 그리고 최초의 단백질들은 현재 존재하고 있는 단백질들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거대한 분자량을 갖고 화학적으로 커다란 능력을 갖고 있었음에는 오늘날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원시 단백질의 능력 속에는 물질 진화의 어떤 일정한 조건에서는 불가피하게 생물의 발생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5. 최초의 콜로이드 구조의 발생

 

진화의 과정에서 다종다양한 유기물이 지구의 원시바다에서 만들어졌지만, 그것은 단순한 수용액과 같은 것으로서 살아있는 생물과는 다른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기초는 원형질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파린에 의하면, “원형질이야말로 그대로 생명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물질적인 본체이다. 겉으로 보면, 원형질은 단백질 껍질로 된 끈끈한 덩어리이며, 많은 유기화합물이나 무기염을 함유하고 있다. 살아있는 물질적 개체는 일정한 형태와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일정한 구조를 갖지 않고 수용액에 완전히 녹아 있는 것 같은 생체는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저분자의 용매에서 생명체는 형성되지 못한다. 오파린은 이러한 견해에서 고분자 유기물질 용액에서 입자가 콜로이드 용액을 형성하는 것에 주목하여 논리를 전개한다. 고분자 입자들은 다양한 영향하에서 서로 결합하여 한 덩어리가 되어 복합체를 만든다. 이 입자의 집합체, 즉 콜로이드상 물질이 용액으로부터 침전의 형태로 유리되어 응고하거나, 어떤 한 점에 모여 덩어리를 만든다. 여기에서는 원자들뿐만 아니라, 분자들 사이의 배열에 의해서도 복잡한 관계가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 용액의 균등성은 깨어지고, 마침내 주위와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멍울, 즉 액적(液滴)이 나타난다. 이 분리된 액적이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 라틴어의 아셀브스-퇴적에서 온 말)이다.

 

코아세르베이트에는 특별한 성질이 있는데, 물이 스며드는 액체이면서도 물에 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성질이 바로 원형질에도 있다. 식물세포를 파괴해서 그 속의 원형질을 물속에 넣어두어도 원형질은 물에 녹지 않고 작은 구슬이 된다. 오파린은 원형질이 코아세르베이트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코아세르베이트에서 물질조직의 싹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코아세르베이트가 주위 용액 속에 있는 다양한 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액적의 부피만 들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화학 조성도 변한다.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원시 단백질이 생장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불가피하게 개개 분자 사이에 새로운 상호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코아세르베이트의 형성은 원시 유기화합물의 진화에, 또 생명의 기원에 있어서 극히 중요한 단계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오파린은 변증법적 유물론의 입장을 보여준다. “코아세르베이트 액적의 어떤 것이 주위의 외계에 대해서 분명한 개성을 갖고 대립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코아세르베이트의 석출에 의해서 비로소 생체와 외계의 변증법적 통일이 이루어졌고, 지구상의 생명의 배치와 발전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정반합(正反合)이 일어나 것이다. 그러나 오파린은 아직 액적이 살아있다고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직 모든 생물 원형질의 특징인 구조의 합목적성-주어진 존재 조건하에 일정한 생명기능을 갖기 위한 내부조직의 적응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시생물의 기원에 대해서는 물질 발전의 과정에 새로운 법칙,” 다시 말해서 생물학적 성격을 갖는 법칙이 만들어져야 한다.

 

6. 살아있는 원형질의 조직

 

이전까지 어떤 학자들은 생물은 살아있는 기계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생명의 근본에 기초하고 있는 원형질이 기계의 부품과 같은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므로 이 원형질을 기계의 부품처럼 정확하게 이해하기만 하면, 생명도 이해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실제 원형질의 구조는 기계의 부품과는 달랐다. 오파린에 의하면, 원형질의 콜로이드 입자는 액체의 덩어리처럼 보였으며, 현미경으로도 구조를 볼 수 없었다. 다만 몇 개의 덩어리, “즉 핵, 플라스티드, 미토콘드리아 등의 형태성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그는 원형질의 동적인 구조는 생명과정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기계의 작업이나 구조와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기계와 원형질은 전혀 본질적으로 다른 체계이기 때문이다. 원형질의 조직 중에서 중요한 것은 그 부분의 배열이 아니라, 화학변화의 일정한 순서이다. 기계주의자들은 이러한 차이를 깨닫지 못했다. 생물에게는 복잡한 방법에 의해 동화작용과 함께 이화작용도 있다. 그러므로 생물의 구성물질은 무수한 합성반응과 분해반응에 의해 결코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오파린은 우리 몸의 물질은 흐름 속의 물처럼 체내에서 재생되고 있다는 것을 고대 그리스의 헤라이클레이토스의 변증법이 가르치고 있다고 진술한다. 그는 모든 변화를 변증법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유물론자임을 여기서도 보여준다.

 

오파린은 순화학적인 관점에서, 물질대사는 산화, 환원, 가수분해 등의 방법에 의해, 규칙적으로 일정한 순서를 이루며, 조화로운 순서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한 예로서 그는 알콜 발효유산균 발효의 순서를 화학공식의 도표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순서를 조금만 틀리거나 다르게 하면, 전혀 다른 물질을 생성하게 된다. 그래서 원형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물질의 합성을 연구한 결과, 그의 결론은 일련의 길고 연쇄적인 화학반응의 결과로서 다양한 물질이 생성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원형질 존재의 본질인 물질의 합성에는, “엄밀하게, 일정한 법칙적순서에 따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원형질 특유의 화학적 구성성분과 그 구조는 살아 있는 물질 속에서 항시 이루어지고 있는 화학변화의 일정한 순서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오파린의 연구에 의하면, 원형질의 이러한 화학변화의 순서는 관념론자가 생각하고 있듯이생물과 무관한 외적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모든 것은 살아있는 원형질 내의 물리적 화학적 관계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화학변화의 속도는 격심한 템포로 살아야 하는 생물에게 자연에서와 같이 느려서는 안 된다. 이런 빠른 반응의 필요에 맞게 생물에는, 화학자가 쓰는 무기 촉매보다 수십만 배, 혹은 수백만 배강하고 특별한 생물적 촉매, 즉 단백질 효소가 있다. 물질대사에서 어떤 유기화합물이 변화하는 방향은 단백질이 어떤 물질과 작용하여 만드는 일정한 복합체의 분자구조와 화학적 능력에만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원형질 단백질이 갖고 있는 효소작용의 특이성에 달려있다. 따라서 다양한 생활과정에서 전체로서 물질대사를 실현할 때에는 수백 수천의 다른 단백질-효소가 관계한다. “각각의 효소는 특이하게 개개의 반응만을 촉매할 수 있으므로 전체로서는 그것들의 반응을 일정한 형태로 결합시켜야 다양한 물질대사의 법칙에 들어맞는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오파린은 A. 바하를 비롯한 몇몇 과학자들이 호흡이라고 하는 생명의 독특한 현상의 기초에는 서로 엄밀하게 정해진 순서로 일어나는 산화, 환원, 그 밖의 반응 등이 있는데, 각각의 반응은 특이성을 갖고 있는 효소에 의해서 촉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한다. 주정발효의 예에서와 같이 생물의 세포구조 밖에서는 효소혼합물의 조성의 질이 반응의 질서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유기체의 세포에서는 단백질의 촉매작용이 엄밀하게, 그리고 양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이 조정은 다양한 종류의 영향에 대해 효소가 가지고 있는 극히 강한 감수성에 기초한다. 오파린은 여기에 유기체와 환경 사이의 생명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통일된 전제가 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원래 어떤 식으로든 효소작용의 진행에 작용을 가하지 않는 물리적 인자나 화학적 인자, 유기물 또는 무기염은 없습니다. 온도의 어떤 상승, 하강, 매질(媒質)의 산성, 산화환원 전위(電位), 염분조성 또는 삼투압의 모든 변화는 다양한 효소 반응 간의 상호관계를 이동시키고, 따라서 적당히 그 상호결합을 변화시킵니다.

 

오파린은 원형질의 조직 속에서 특징적인 질서의 기초가 생물체의 구조에 관계하고 있는 물질의 화학적 성질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들 물질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또한 화학반응에 매우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화학적 변화의 가능성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살아있는 원형질에서 이러한 변화는 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파린은 이렇게 해서 살아있는 원형질에 특유한 화학변화의 법칙적 질서는 하나로 결합해서 통일적인 질서를 만들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 엄밀하게 일치하면서, 생물계의 자기보전과 자기재생이라는 일치된 목적을 향해서 환경조건과 법칙에 들어맞는 적응을 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원형질은 그 속에서 끊임없이 이화작용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특유한 조직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오파린에 의하면, 이러한 메카니즘에 의해 생성된 원형질의 물질과 구조는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 위에서 연구되고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들에 대해서는 물체를 역사적 발전 속에서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명은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무기계를 지배하고 있는 질서에 비해, 훨씬 고도의 법칙성과 질서에 따르는 복잡한 고분자적 조직의 형태를 거쳐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파린에 의하면, 이렇게 우리 지구에서 생명의 추이과정과 그 이후의 발전을 결정한 것은 유기체와 환경의 변증법적 통일이었다.

 

7. 원시생물의 기원

 

이제까지 살펴본 코아세르베이트의 액적은 아직 생명을 부여받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파린에 의하면, 유물론의 변증법적 필연성에 의해, 각각의 액적은 특유의 구조, 즉 액적의 조직과 일정한 외부 환경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화학변화 사이의 일정한 관계에서 변화의 차이가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에 따른 개개의 계()의 형성에 의해 전혀 새로운 관계와 법칙이 산출된다. 개개의 계()의 운명은 외부 조건과 개별적인 내부의 특이한 조건에 의해 결정되며, 이 내부 조건은 세부적으로 그 액적만 특유하며 다른 액적과는 어느 정도 달라지고있다. 여기서 일정한 동적 안정성을 가지게 되어 합성이 분해를 능가하고 있는 액적은 보존되었으며, 무게와 크기를 늘려 성장하게 되었다. 액적이 성장하면, “완전히 기계적인 원인으로작은 조각, 액적으로 나누어졌다. 오파린에 의하면, 지표면에서 공급되는 물질의 양이 늘어나면서 끊임없이 코아세르베이트의 액적이 커짐에 따라 완전히 일정한 방향으로, 즉 전체로서의 계()의 끊임없는 자기 보존과 자기 재생을 보장하는 화학적 과정의 질서가 생겨나는 그러한 방향에서 액적 조직의 질적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그 조직에 화학반응의 속도를 특히 크게 하고, 그와 함께 이들 반응을 일정하게 조정하고 통일하는 본질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구조만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살아있는 원형질안에서 변화과정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효소의 화학적 능력이다. 오파린은 여기서 자연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보다 수천만 배나 강한 카탈라제효소를 예로 들면서, “생물이 뜻대로 하는 합리화의 규준에는 완전한 우리의 기술로도 도달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은 매우 느리다. 코아세르베이트 이전에 먼저 수용액 속에서, 이어서 원시 콜로이드 속에서 진행된 유기물의 다양한 변화도 비교적 느리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무기의 촉매는 유기화합물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파괴되고 소실되어버렸다. “진화과정의 결과,” 이러한 무기 촉매는 훨씬 복잡하지만 훨씬 안전한 화합물에 의하여 대치되었다. “효소의 진화또한 마찬가지로 다양한 반응의 속도를 본질적으로 증대하는 것이 진화과정에서 확실하게 되는 것이다. 콜로이드계는 그 속에서 진행되는 합성이 서로 조화롭게 합성법칙에 들어맞는 반복이 일어났을 때에만 동적 안정성을 얻었다. 이리하여 원형질의 자기 재생 능력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생겨났고, “콜로이드계 조성의 불변성이 형성되었다. “법칙에 따라 반복해서 일어나는 다양한 합성반응의 통일에 의해 펩티드(peptide)결합의 하나하나의 사슬고리를 무질서하게 결합할 가능성이 배제되었다. 이렇게 하여 단백질 유사 화합물의 특징인 아미노산을 변덕스럽게 배치한다고 하는 성질이 조금씩 일정한 구조를 갖는 단백질 입자를 만드는 성질로 대치되었다.

 

결국 이것이 질적으로 새로운 물질의 존재형식을 낳았고, 이리하여 지표면에서 가장 간단한 원시생물이 태어나는 변증법적 비약이 발생했다. 그러나 변증법적 비약이 뜻하는 원시의 가장 간단한 유기체의 구조는 아직 현대의 생물과 같은 세포를 가지지는 못했다. 오파린에 의하면, 이러한 변증법적 비약에 의한 세포의 발생은 O. 레페신스카야의 실험에 의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로써 과학에서의 반동주의자인 독일 과학자 비르효세포는 세포에서만 생겨날 수 있다고 하는 잘못된 확신을 반박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물의 구조는 점점 완성되어갔으며, 생명이 발전된 생존조건에 적응하게 되었다. 오파린은 처음에는 생물의 영양으로서 유기물이 유용했으나, 발전과정에서 무기계를 재료로 해서 탄산과 물에서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어떤 능력을 형성했음에 틀림없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연속적인 발전과정에서 생물은 태양광선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을 갖게 되고, 탄산가스를 분해하고 그 탄소로부터 몸속에 유기물을 형성하는 능력을 형성했다.

 

오파린의 주장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가장 간단한 식물 남조류가 태어났으며, 이 유물은 지각의 가장 깊은 층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로부터 생물이 발전해온 것에 대해서는 화석에 기초해서 추측할 수 있는데, 다음에는 이 해초를 음식물원()으로 하여 그 유기물을 이용하는 동물계가 발생했다. “상시원통(上時原統)” 초에는 식물이나 동물이나 매우 작은 단세포였으나, 다세포 생물로 발전하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다종다양해졌다. 고생대를 거쳐 5억년 전 캄브리아기에는 모든 생물이 바다에 모여 살고 있었다. 이어서 실루리아기에는 바다에 칠성장어와 비슷한 척추동물이 처음 나타났고, 육지 식물이 처음 나타났다. 35천만 년 전에 해당하는 데본기에는 어류가 나타났다. 1억년이 지나 석탄기가 되자, 육지 식물이 번성하였으며, 처음으로 양서류가 나타났다. 225백만 년 전인 이첩기(二疊紀)에는 파충류가 나타났으며, 공룡이 나타났다. 쥬라기 및 백악기에는 익룡을 비롯한 파충류가 육해공을 지배하였다. 35백만 년 전이 되자 강대한 파충류는 멸종하고 조류와 길짐승의 시대가 시작되어 포유류가 번성했다. 3기 후반쯤에 유인원(類人猿)이 나타났고, 백만 년 전 무렵 제4기가 시작되기 전에 원인(猿人), 곧 피테칸트로푸스가 나타났다. 맘모스와 순록이 번성하던 제4기 빙하기에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현대 인류의 조상이 지구상에 나타났다.

 

8. 오파린의 맺는 말

 

이렇게 해서 오파린에 의해 밝혀진 사실은, 처음 지구 탄생의 뜨거웠던 시기에 원자상태에서 있었던 탄소가 식으면서 화합물을 형성하고, 마침내 현생인류가 나타나기까지의 역사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오파린에 의하면, “생명의 기원과 그 진화의 법칙을 밝혀낸 현대 자연과학의 성과는 관념론이나 형이상학뿐만 아니라, 모든 반동적인 실증주의적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일대 타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오파린에 의하면, “생물학에서의 동화작용이나 이화작용 사이의 모순,” 거기에 생체와 환경의 통일된 기반에 선 생명의 기원과 진화의 법칙이라는 자연과학의 심원한 연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물변증법적 세계관의 이론 및 방법론이 중대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오파린은 생체의 내부 조직에 대해 자세하게 연구하고 있는 현재, 조만간에 이 조직을 인공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생명은 물질의 특별한 형태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직접 그것에 의해서 밝혀질 것이다. 왜냐하면, 소비에트의 생물학자가 최근 거둔 성과는 간단한 생체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며, 그것을 멀지 않은 날에 실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 결론

 

다윈의 변이와 자연선택에 의한 생물학적 진화론은 모든 생물은 ......게 되어서 .......게 변이된 것이며, 자연선택에 의해서 다시 ......변종이 될 것이다는 식으로 과정에 대한 추론적 설명이다. 이것은 “............이다라는 과학적 이론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다윈의 이론은 발표 당시에도 불완전한 것이었으나, 후에 추종자들에 의해 많이 보완되었고, 어떤 부분은 입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아직까지도 불완전한 것이다. 다윈의 이론은 생명체의 변이를 다루면서 정작 중요한 신()적 생명은 빼놓고 몸체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죽은 시체를 다루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윈의 이론이 결과적으로 생물학과 의학의 발전에 끼친 공로는 막대하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고, 또한 인정해야 한다.

 

오파린의 이론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오파린의 이론은 마르크스 공산주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기초하여 물질의 화학적 반응과 변화에 의해 나타난 것이 생명현상이라는 주장이다. 두 사람의 진화론은 공통적으로 생물의 기원이 초자연적 존재인 신의 개입 없이 순수하게 자연적으로 발생했으며, 그런 생명이 자연선택에 의해 번식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론은 곧 만물에 대한 변화의 시작과 종말의 원인이 자연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이들이 진화론을 근거로 하여 무신론을 주장하는 것은 시체를 가리키면서, “이것은 살아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다윈 이후 150년 이상, 오파린 이후 90년이나 진화했으나 아직도 불완전한 진화론을 근거로 무신론을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다. 진화론자들이 무신론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합성되고, 창조주의 개입이 없는 자연적 조건에서 유기화합물이 저절로 자기조직화(self-systemized)하여 실제로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생명체로 완성되는 것을 완전하게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또한 먼 미래에서도 이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왜냐하면, 물질적 조합만으로 생명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과학적 확실성 때문이다. 다윈 또는 다윈주의자들이 무신론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신학자들이나 기독교 신자들은 그런 이론에 부정적이거나 굳이 관심을 가지고 비판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화론을 근거로 무신론을 주장하려면, 그런 이론은 앞으로도 영원히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논증이 약간 옆길로 빠진 감이 있지만, 변화에 대한 이해를 위해 좀 더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변화의 논리는 서양보다 훨씬 먼저 동양에서 주장된 것이다. 바로 주역(周易)이다. 주역에서의 역(), 곧 변화의 논리에는 이미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다 포함되어 있다. 64() 가운데 하나를 뽑는 것으로 점()을 쳤던 동양인들의 사고에는, 괘를 뽑는 인간의 손에 운명이 달려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고 결과에 순응했다. 동양인들에게는 천명(天命)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양인들에게 천()은 곧 명()을 내리는 상제(上帝)이며, 조물주(造物主)이신 하나님이시다. 동양에서 이런 천명(天命)사상이 사라진 것은 공산주의에 의해 도입된 진화론, 즉 변증법적 유물론 때문이다. 뚜렷한 경전은 없었지만, 천명은 민속신앙의 바탕이 되는 사상이었다. 동양인들은 공산주의자 및 진화론자가 아니면, 누구나 경천애지(敬天愛地) 사상을 갖고 있었다. 필자는 이런 사상이 동양에서 전파되고 있는 모든 현대적 종교의 밑바탕에도 여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이를 두고 동양적 또는 한국적 기복신앙이라고 비난하는 주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종교의 본질이 인간에게 기복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면, 그런 종교가 왜 필요한 것이냐는 반문 또한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오늘날 최첨단 망원경 또는 현미경으로 우주 어디에서나 모든 물질적인 존재는 변화하고 있는 것이 관찰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정신세계에서도 변화하지 않는 정신은 없다. 진화론에서는 이를 물질의 변화에 따른 부수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아가서 우주법칙의 불변성에 대한 믿음도 무너지고 있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 head, 1861-1947) 등의 과정철학자들은 신()도 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경에서 보면, 불변의 존재이신 하나님이 섭리의 손길을 자주 바꾸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존재하는 것은 변화의 산물이라는 진화론적 주장을 기독교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보다 근원적인 고찰에서 물질적 화학반응만이 변화의 원인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우주법칙이라는 개념은 창조의 섭리라는 개념과 동의어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창조주의 존재를 부정하는 진화론자의 주장이 동의를 얻기에는 논증이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오파린은 인공적으로 생체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며 곧 실현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오파린의 이론이 처음 나온 이후 거의 100년 가까이 된 오늘날까지 이 분야에서 과학의 진보는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진화론적 연구와 실험을 하면서 과학 발전이 부수적으로 얻은 성과는 질병을 고치는 의학 분야에서 엄청나게 컸다. 그러나 유전자를 조합해서 인공 세포체를 만들고 각종 영양소와 생체효소를 섞어 넣으면서 전기적 자극을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숱한 실험을 했어도 생명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파린과 같이 과학이론을 가능성으로만 주장한다면 그것은 과학이론이 아닌 공상과학소설에 불과한 것이다. 말하자면 실험적 성과와 역사적 증거는 없고 허구적인 추론만 남아 있는 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끊임없이 주장하는 진화론의 실상을 검토해보면, 그동안 한두 가지의 부분적 성과를 내놓으면서, 마치 그것이 전체적인 생명발생 과정을 성공한 것처럼 과장되게 보도를 해왔고, 일반인들은 여기에 현혹되어 진화론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사례는 생명체의 벽돌이 되는 세포의 조작 기술이 발전되면서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유전자 조작기술과 체외세포 증식기술, 그리고 체세포 복제생명 탄생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기존의 생명체를 이용하는 기술이지 원초적 생명현상의 발현은 아닌 것이다. 이제까지 인간은 그의 손에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을 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뒤집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생명체는 단순히 물질의 집합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합성되고, 이것이 무작위적으로 점점 진화하다가 우연히 최초의 변증법적 기회에 생겨난 어떤 물질현상이 생명이 된 것은 아니다. 슈뢰딩거가 1943년에 던진 생명이란 무엇인가? What is Life?라는 질문이 나온 뒤 10년 후에 프란시스 클릭은 DNA 이중 나선구조를 발견하고 나서 생명의 비밀을 풀었다고 외쳤다. 그러나 이 천재 과학자는 이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였으나, 곧 그의 대답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는 DNA구조 어디에서도, 생체 내부 어디에서도 최초 생명의 발생 기작을 알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남은 생애를 바쳐 신경해부학과 신경과학에 몰두했지만, 결국 정답을 찾아내지 못하고 2004년에 죽었다. 우리는 생명체가 정신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작동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첨단의 현미경으로도 해독할 수 없는 수 없는 것이다. 정신은 물질과 접해 있지만, 또한 물질을 초월해 있기도 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정신은 물질계와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 세계의 경계에 존재한다.

 

물질은 아무리 진화해도, 다시 말해서 어떤 화학적 반응을 조합해서도 생명현상의 특이성인 정신을 만들어낼 수 없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을 물질에서만 찾는 화학진화론은 결코 합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이론이다. 생명의 기원은 오히려 인간이 화학적 실험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정신에 있는 것이며, 물질은 그것의 표현형의 재료일 뿐이었다. 그러나 진화론자들은 이러한 정신 곧 형이상학적 세계와 물질계를 연결하는 영혼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영혼의 불멸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나라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진화론에 대해 기독교는 생존을 걸고 비판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이것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진화론자들이 최후의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하여 분자생물학, 세포학 그리고 유전학 등의 생물학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종 생명현상의 실험과 연구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진화론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분야에 대한 지식의 습득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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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Yoon HUH

허정윤

평택대학교 피어선신학전문대학원(역사신학)

Graduate School of Theology, Pyeongtaek University

EMail: djtelco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