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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 한국 기독교문화와 개혁신앙] 읽기

heojohn 2020. 4. 7. 01:02

 

Chapter 1: 21세기 한국사회와 문화변혁: 변혁적 문화신학의 프로그램

 

1장은 책이 제시하는 한국적, 21세기적 신학 패러다임인 변혁적 문화신학이 지향해야 할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열거한다. 문화변혁을 위하여 문화신학은 체면과 허례허식을 지양하는 내실 있는 생활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맹목적인 스타 숭배에 젖어드는 청소년들을 위해 대중문화의 변혁을 주도해야 한다. 경제발전의 미명 하에 용납되어 왔던 부도덕성에 대하여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며 도덕성을 회복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직시하고, 환경 친화적인 성장 모델을 추구하며 환경 보호를 지향해야 한다. 생명공학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수용하면서 맞춤 아기와 유전자 지도의 상업화가 내포하는 생명 존엄성에 대한 훼손을 엄중히 경계해야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나는 비윤리적인 활동- 해킹, 포르노물 유포, 사이버 도박- 등에 대항하여 건전한 디지털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경제적 극빈자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하고 장애인을 배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등, 사회복지의 실현에 앞장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외국인들에게 내세울만한 문화예절과 문화의식과 관광 상품을 개발하여야 한다.

 

또한 변혁적 문화신학이 시도하는 사회변혁은 여러 가지 미래지향적 가치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재벌의 족벌경영, 신패거리주의 등 불투명한 조직 운영, 그리고 부정부패를 경계하고 기업과 기관을 중심으로 투명하고 떳떳한 관행을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실패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재기할 기회를 주는 열린 풍토를 만들어 사회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여성인력을 활용하고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 성경적인 남녀평등을 구현해야 한다. 소득분배의 정의를 추구하여 IMF 이후 늘어난 절대빈곤층을 구제하고 사회보장 시스템을 구축하되 무작정 배분이 아닌 일자리와 교육을 통해 스스로 벌어 살도록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취약한 노인문제에 대한 인식과 노령화사회에 대한 대비를 주도하여 민간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시민운동 단체를 물심양면 지원하여 정부와 기업이 해내지 못하는 사회공익 추구 활동에 간접 참여해야 한다. 세계화된 가치관을 만들면서 외국인에 대한 열린 마음, 합리성과 공정성의 추구 등 국제적인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서 창조적 자본주의로 옮겨가고 있는 바, 2000년대 이후 나타나는 이타적 자본주의 정신을 수용해야 한다. 이타적 자본주의 정신은 나눔경영의 철학을 반영하여 가난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고 그들이 소비할 물건을 싸게 생산함으로써 가난을 탈피하도록 돕는다.

 

Chapter 2: 21세기 한국교회와 복음주의 신학

 

이 장은 한국 복음주의 신학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해 우선 한국 개신교의 현황을 분석한다. 한국 개신교는 성장둔화의 시기에 접어들었고, 심지어 1995년부터 2005년까지는 14만 명 감소하였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정보화 시대에서 과학기술이 종교가 해주던 역할을 대체하는 사회문화적 경향이 큰 원인을 차지한다. 또한 교회는 물량과 타협하여 많은 성도와 큰 건물에 집착하고 값싼 축복을 남발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정치사회적이고 비신학적인 요인에 의하여 분열하고 갈등하는 경향이 있어 왔으며 사회발전 단계에 걸맞는 건실한 자본주의 가치관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성장의 맹목적인 흐름에 편승해왔다. 또한 문화적 차원에서는 전통문화와의 갈등이 여전히 잠재하며 미디어 문화에서 기독교적인 흐름을 구축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교회 외부적으로 생명과학이 생명윤리의 존엄성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해외 선교차원에서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보인 눈부신 성과와는 별도로 교회주의적 팽창주의적 정책으로 선교지를 병들게 하는 모습도 없지 않다. 전지구적인 환경문제의 부각과 동떨어지게 한국교회에서는 환경 및 생태 문제에 대하여 무관심하다.

 

이러한 현황 가운데 한국 복음주의 신학이 밝은 빛을 비추어야 한다. 복음주의 신학은 그간 한국기독교의 성장을 견인해온 번영신학 (theology of prosperity)을 비판함으로써 시작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부문에서 내실적인 성장구조를 만들어 가야한다. 첫째, 목회자 수를 구조 조정해야 한다. 둘째, 포화상태가 된 목회자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팀 사역을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개척교회의 수를 구조 조정해야 한다. 넷째, 평신도 사역을 활성화해야 한다. 다섯째, 장년부와 주일학교를 중심으로 키워야 한다. 여섯째, 새로운 시대상에 부응하여 교회의 전통에 도전하는 이머징 교회 (emerging church)의 위협에 대응하여 전통적인 교회가치를 수호하면서 교회의 본질을 지켜나가야 한다.

한국 복음주의는 번영신학을 탈피할 뿐 아니라 교회연합운동의 신학을 펼쳐야 한다. 저자가 추구하는 것은 신학적, 이론적인 차원에서의 교회연합이 아니라 실천적, 현실적인 사안을 통한 협력과 대화이다. “한기총과 교회협, 분열된 교단들은 국내 전도, 해외 선교, 통일운동, 나눔 운동, 민간교도소 문제, 외국인노동자 문제 등, 대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사안별로 보조를 같이 하면서 일치와 연합을 하는 것이 요청된다.”

 

한국 복음주의는 사회윤리신학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첫째로 한국기독교 내의 물질관으로 자리 잡은 맘모니즘을 변혁해야 한다. 둘째로 샤머니즘적 축복관을 성경적 축복관으로 바꾸어야 한다. 셋째로 복음주의 경향성을 더욱 강화하여, 이 땅에서 복 받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현실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약하고 가난한 자를 돕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그 외에도 저자는 여러 가지 영역에서의 사회 변혁적 움직임을 주문한다. 미디어 문화에 이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미디어 선교와 신학을 정립하고, 생명공학의 윤리를 세우며, 생태신학을 제시하고, 통일신학을 정립하며, 은사주의와 차별화된 개혁 주의적 영성신학으로 회귀할 것을 주장한다.

 

또한 한국 복음주의는 선교의 새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한다. 선교개념을 해외선교에 제한하지 말고 국내의 명목상의 신자, 외국인 근로자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한국교회가 물려받은 선교의 제3자 원리에 충실하여 선전도, 후문명화의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해외선교의 계파주의를 지양하고, 하나의 연합선교기구 아래 초교파적 협력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리고 해외선교에서 지역을 전문화하여 전문적인 인력을 타겟 집단에 송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래종교와의 충돌에 대비하여 복음주의적 신학을 정립하고 타종교와 만나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명히 하는 선교변증론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hapter 3: 새 한국창조와 문화변혁

 

3장에서는 한국문화의 고질적인 증상을 진단하고, 그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한국 기독교가 그러한 방향전환에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고찰하고 있다. 현재 한국문화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하고 권위주의가 판치고 있다고 진단된다. 또한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고 허식허례주의가 짙게 배어있다. 과소비문화와 향락문화가 만연하며 반윤리적이고 가치관부재적인 문화가 강해진다. 교육 분야에서는 인간성 교육보다 획일적, 평균적 교육이 지배하며 경쟁만이 최상의 가치로 취급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기술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품질경쟁에서 뒤지고 지금은 가격우위마저 후발개도국에 밀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공동체의식이 소멸하고 파편화된 사회문화가 대세를 이룬다. 성장 강박증에 사로잡혀 환경을 도외시하고 성과 수치로만 모든 것을 평가하고 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국제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관행과 국제 비즈니스 룰을 잘 몰라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접근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한국의 현실을 바꾸고 새로운 한국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정립되어야 한다. 법질서와 위계질서를 존중하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하되, 사회지도층이 먼저 도덕성을 확립하여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 물질만능 풍조를 대체하는 정신문화가 성립되어야 한다. 체면과 형식보다 실질과 내실을 추구하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 근검절약하면서 그 자본을 가치 지향적이고 생산적인 곳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기업체의 재투자에도 해당한다. 인간 고유의 도덕성과 윤리성에 기반하여 건전한 문화풍토를 확산시켜야 한다. 교육 부문에서는 개성과 소질을 존중하고 인격과 인간됨이 우선적으로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기초과학을 육성하되 한국의 경우 IT와 생명공학에 갖고 있는 강점을 살려야 할 것이다.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도록 노력하며 환경을 의식하는 발전을 추구하고 국제화에 발맞추어 의식구조와 가치관을 바꾸어야한다.

 

이러한 의제들을 앞에 두고 한국 기독교는 문화변혁의 누룩으로서 기능하기 위하여 첫째로 성경적 가치관을 퍼뜨려야 한다. 기독교 정신을 한국 문화적 특수성과 결합시켜 한국토양에 맞게 표현되도록 해야 한다. 율법주의가 아닌 인간 내면성의 변화를 추구하여야 하며 청교도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하나님 앞에 선 기독교적 인간성을 존중하고 이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창세기에서 인간을 자연의 청지기로 삼은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개발활동의 노선을 잡아야 한다. 온 인류를 하나의 시민으로 보고 박애주의로서 함께 살아가는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Chapter 4: 전통문화와 기독교 문화-변혁적 해석학 착상

 

4장은 기독교문화가 어떻게 한국 전통문화와 접촉하여 상호작용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상황화와 해석학 개념을 들어 논한다. 상황화는 토착화나 문화화, 순응, 적응 등 모든 선교적 개념을 포괄한다. 토착화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혼합주의(syncretism)에 떨어질 위험이 있고 순응과 적응은 복음의 동질성을 약화시킬 위험성을 내포한다. 진정한 상황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에서 찾을 수 있다. 상황화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속적으로 묵상하는 가운데 타문화권 사람들을 복음으로 인도하는 실제적이고 인격적 만남을 거지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상황화는 해석학적 반성으로 수행된다. 이때의 해석학은 문화의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긍정의 해석학이어야 한다. 또한 이 해석학은 전통문화 가운데서도 억눌린 약자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회개혁의 방향성을 갖는 의심의 해석학이어야 한다. 그리고 상황화의 해석학적 과정은 변혁의 해석학이어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가진다. 첫째, 교회가 해석학적 공동체로서 인간 지식의 제한성을 인정하고, 상호주관적인 사고를 공유하는 공동체임을 인정해야 하고, 둘째, 성경의 규범성에 기초한 비판적 상황화를 수행하며 말씀과 성령을 따라야 하고, 셋째, 성령의 신비스러운 사역을 인정하며 그 공간을 열어 놓아야 한다.

 

올바른 상황화를 위해서는 전통문화와 상호작용하는 양식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전통문화를 문자 그대로 번역하는 형식적 일치 (formal correspondence),” 성경의 의미를 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현지 언어 속의 등가를 찾아내는 역동적 동의어 (dynamic equivalence)”를 넘어서서 변혁적 사고에 의하여 온전한 문화적 변화를 수행해야 한다. 이때의 문화적 변화는 인간정신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룬다. 문화를 구성하는 세계관, 가치체계와 행동양식 중에서 가장 기저에 깔린 세계관을 변혁시키지 않으면 문화적 변혁에 이를 수 없으며, 이는 곧 종교적 회심이 이루어져야 참다운 문화적 변혁이라는 의미이다.

 

올바른 상황화는 다음과 같은 유의사항을 가진다. 첫째, 문화의 공통성과 차이성을 인정한다. 둘째, 내부인이 볼 수 없는 것을 외부인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셋째, 과도한 상황화는 복음을 국수주의나 정치/사회 이데올로기로 변질시킨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렇게 비판적 상황화의 길로 나아가면서도 동시에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 보편적 내용을 인정하며 전 세계 속의 신앙공동체의 신학을 존중한다.

 

그리하여 변혁적 해석학의 차원에서 전통문화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거부해야할 문화, 점차 없애야 할 풍습, 발전시켜야할 문화풍습과 예술, 아디어포라 문화풍습, 즉 가치중립적이어서 인간 자유에 맡길 분야 등으로 나누어 차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모든 전통문화를 배격하는 것도 아니요, 전통문화를 혼합주의적으로 섞는 것도 아니라, 선택적으로 복음과 융합하는 것이다. 한국의 새벽기도가 도교 신자, 길선주의 도교적 종교성을 기독교식으로 바꾸었듯이, 하나님이 힛타이트족의 언약체결 방식을 사용하여 유대민족과 언약을 맺으셨듯이, 유교적 제사와 불교적 업보 개념, 불교적 무상/무아, 도교적 도() 개념 등을 바꾸어 기독교적 복음의 정수를 살린 상태에서 기독교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변혁적 해석학에 기반한 상황화를 통해 만들어질 고유한 한국적 기독교로서 시민신학을 제시한다. 시민신학은 민중신학의 대를 이으면서 민중신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시대성을 반영한 신학이다. 또한 이는 환경과 생명에 민감하며 생명 공동체 사상을 가진 생명 신학이다.

 

Chapter 5: 한국교회의 비판문화

 

저자는 한국교회가 권위주의에 짓눌려 비판문화가 부재한 상황이라 진단한다. “기구화를 위하여 직분이 주어지고, 직분화 속에서 교회는 하나의 위계질서 속에 있다. 상하관계가 강조되고 수평적인 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서 마음을 터놓은 대화와 건설적인 비평은 쉽지 않다.” 담임목회자가 성경적인 권위를 넘어선 유교적 권위주의가 혼합된 한국개신교적 권위주의에 기반하여 목회를 하고,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난무한 교회 내부 갈등이 만연하고, 젊은이들의 참신하고 정의로운 생각이 언로를 찾지 못하며, 제도화된 교단 속에 유연성을 잃어버린 독단성이 지배하고, 교회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 활동이 결여되며, 부교역자들의 지위와 대우가 미천한 상황이 빈번하다.

 

비판문화의 부재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불순종이요, 교회가 자기 안에 갇혀 자기를 절대화하고 역사와 문화를 몰자각한다는 의미이며, 교파분열의 원인이 되고 사회정치적인 책임의식이 결여되어 있음을 뜻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창조적인 비판을 허용하며 장려해야 한다. 이는 한국교회가 인본주의적 기구화하는 것을 막고 열린 마음으로 자기개혁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곧 말씀에 복종하고 위계적인 사고를 극복하며 복음주의적 정치의식으로 무장하고 사회문화의식을 각성하는 것이다. 물론 자기비판의 한계와 제한을 인정하고 상대성을 인정하는 열린 태도도 요구된다

 

교회의 비판문화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양심과 믿음을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다양한 모임과 채널을 열고 교류하는 일이 필요하다. 안티기독교 세력이 한국개신교를 향하여 지적하는 독선적이고 획일적인 성향에 대해 겸허히 자기 반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목회의 방향을 심방과 설교에서 상담목회로 전환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상담목회란 목회자가 영적 권위를 갖고 교인을 만나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필요한 신앙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의식이 깨어 있는 성도와 목회자가 만날 때 창조적인 비판문화가 싹튼다.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처럼 권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향해가는 중도적 실체로서의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교회에서 다루는 범주가 개인윤리를 넘어서 사회문화윤리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이는 인본주의적 윤리가 아닌 교의학에 기초를 둔 윤리여야 한다. 그리하여 이 세상을 향하여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참회가 필요하다.

 

Chapter 6: 한국사회의 반기독교 정서와 그 대처방안

 

6장은 한국에서 반기독교 정서가 형성된 역사적인 배경을 서술하고 그에 대한 복음주의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독교는 발생 초기에 일제의 압박에 대항하여 민중의 편에 섰고 한국전쟁에서 서구 기독교 국가들의 도움을 받은 영향으로 대중들에게 호의적인 이미지를 형성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바뀌어 비종교인을 대상으로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는 불교 37.4%, 천주교 17.0% 그리고 개신교가 12.3%를 차지함으로써, 한국개신교는 한국 내의 유력종교 중 호감도가 매우 처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개신교는 196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 군사독재에 침묵하며 때로는 영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청년층 사이에 반기독교 정서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반하여 가톨릭을 포함하여 진보주의 교회는 군사정권에 반대하고 인권보호를 주장하면서 청년들의 공감을 얻어왔다. 또한 기독교 이단들의 열광주의적 행태와 비윤리적 행동이 일반인들에게 혐오감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이외에도 반기독교 정서를 낳은 개신교의 원인으로는 한국교회 각 교단의 분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수교회의 무관심, 그리고 간간히 터져 나오는 사역자들의 비윤리적인 행동, 마지막으로 물량주의, 전시주의적인 교회 팽창정책을 들 수 있다.

 

반기독교세력은 때로는 조직적으로 반기독교 운동을 전개하기도 하는데, 특히 인터넷이 활성화된 2000년대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안티 기독교는 기독교를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최선을 다하여 조직적으로 기독교 반대 운동을 펼친다. 기독교 일각에서는 안티기독교 인사들과 대화하며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들은 안티 기독교가 내세우는 기독교 반대의 근거를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에는 저항하는 중도적인 스탠스를 취한다. 저자 역시 안티 기독교의 목소리를 하나님의 병기로 받아들여 한국 교회의 성숙을 위한 양분으로 삼을 것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안티기독교는 기독교를 반대하는 세상 영의 영향을 받는 것이라 주장한다.

 

교회는 반기독교 정서에 대처하기 위하여 이신득의에 자족하면서 선한 행실을 경시하지 말고 칭의에서 성화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또한 역사의식을 고취하면서 사회와 정치에 무관심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구조적인 현실 개선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한 교회의 물량주의, 전시주의를 벗어나 내면화와 자기 갱신을 추구해야 한다. 선교지역에서는 교파경쟁으로 힘을 낭비하지 말고 타문화를 존중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교회가 사회를 섬기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며, 목회자들은 특히 윤리강령을 제정하여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해야 한다.

 

Chapter 7: 한국 기독교인의 사회적 영향력

 

이 장은 한국 기독교의 사회적 의의와 사회정치적 이슈와의 사회 작용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기독교적인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기독교인의 과제를 제시한다. 한국 개신교는 개화기에 민족주의와 합쳐져 기울어가는 민족의 운명을 일으키고 일제에 저항하는 종교로서 성장했다. 또한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 민초들에게 봉사하고 근대화를 선도하면서 신자 수를 늘려 나갔다. 3.1운동 이후 일제가 식민정책을 문화정책으로 바꾸면서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은 사회정치적 문제를 외면하고 교회와 사회문제를 분리시켰다. 신사참배 강요 앞에서 교회의 분열이 일어났다. 이러한 경향성은 1960-70년대 정경분리의 원칙 아래 권력을 비호하던 보수교회의 모습과도 이어진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보수교회는 신군부 정권으로 하여금 대통령 직선제를 합의하도록 하는데 힘을 썼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시민운동으로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기독교 일각에서 일어나 올바른 선거 문화를 정착 시키고 건전한 문화소비자를 육성하며 생명 존중 사상을 보급하는데 힘썼다. 그러나 기독교는 전체적으로 기득권의 편에 서서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는 방향으로 흘렀으며 이에 따라 사람들이 교회를 등지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교회의 도덕성을 높이기 위한 윤리적 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회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국가와 공공이익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행동으로서 참여해야 한다. 사회봉사와 구제로서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펼쳐가야 한다. 기독교인들이 책임감 있고 도덕적인 사회지도층으로 거듭나야 한다. 저자는 다시 한 번 시민신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시민인 사람들의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Chapter 8: 한국 기독교 문화 형성에 관한 소고

 

8장은 한국적 기독교 문화의 구체적인 제안을 다룬다. 전통문화와 대중문화를 기독교적으로 승화시켜 한국적 기독교 문화를 탄생시키기 위한 실천 제안이다. 우선 전통 명절인 추석과 추수감사절을 일치시켜 한국교회 전체가 같은 날에 추수감사절을 지킬 수 있다. 유대 민족이 이집트로부터 탈출한 유월절은 한민족의 광복절에 대입시킬 수 있다. 기독교가 사용하는 찬송가가 대부분 서양에서 만들어진 점을 주목하고 한국적인 리듬과 음감을 반영한 찬송가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다. 미술의 경우 종교적인 미적 형상화를 종교적 열망의 표현으로 간주하고 한국적인 기독교 미술을 지향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통신앙의 숭배 대상이었던 장승을 하나의 신상으로 간주하여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문화로서 포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예배의 형식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구약적 혹은 카톨릭적 잔재나 유교적 요소, 무속적인 요소가 남아있지 않나 살펴야 한다. 예배 중 성만찬에서 반드시 서양 빵과 포도주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혈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전통주와 한국음식을 사용하여 한국화할 수 있다. 그리고 제례 및 장묘 문화의 영역에서 범신론적 귀신론을 배경으로 한 유교적인 매장이 아니라, 화장과 납골당 시스템을 교회에서부터 안착시키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또한 성경의 새 번역을 통해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 현재 번역본 중 가장 현대감각에 맞으면서 원어를 훼손하지 않은 것은 개역개정인데 이를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타종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배타주의와 종교다원주의를 지양하고 변혁적 포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로의 획기적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 연합과 일치를 보여주고 사역자와 신자의 윤리적 삶을 정립하고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향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Chapter 9: 한국에서의 기독교 성공과 기독교문화

 

9장에서는 한국에서 기독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역사적, 문화적 토양을 다루며 기독교문화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무속신앙은 한국인의 종교성의 큰 공통분모이다. “현실적 번영을 추구하는 기복신앙은 한국인의 세속적, 물질적, 숙명적, 실용적 소원성취에 있어 한국인의 무의식에 영향을 주면서 종교문화의 토대가 되어왔다.” 이러한 종교성은 기독교가 기복신앙적 요소를 가미한 형태로 뿌리내리는데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또한 1910년에 있었던 한일합방으로 인하여 조선왕조가 붕괴되면서, 종교의 공백현상이 일어나 기독교가 대안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일본에 대항하여 서구의 기독교를 종교로 삼는 것은 일종의 민족주의와 연결되어 확산되었다. 교회는 신문화운동의 근거지였으며, 3.1 운동 실패 후 민족의 실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민족주의자들의 전략이 수정되자 교회 인력들의 민족교육, 민족자립을 향한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한편, 하나님이라는 전통적 개념 역시 외래 종교인 기독교의 하나님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한국의 하나님은 최고의 신이며 절대적인 유일신(하나의 신)이고 모든 것을 포용하며 인간의 기도를 듣고 그들을 돕는 분으로 인식되는데, 이는 기독교의 하나님과 큰 차이가 없다.

 

남미의 해방신학을 한국적으로 적용한 민중신학은 한국적인 한()의 정서를 모태로 한다. 그러나 민중신학은 성서를 사회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하여 컨텍스트에 치중함으로써 복음적 의미를 훼손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유교적 윤리가치 역시 기독교가 수용되는데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강한 가족주의적 가치관은 신약적 가족관과 들어맞으며, 조상에 대한 공경심을 기독교적으로 바꾸어 추도예배가 만들어졌다. 남성중심의 가족체계도 신구약 성경의 가부장적 제도와 상응하였고, 특히 장로교회가 대세를 이루는데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한국적 토양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한 한국기독교는 이제 개혁적 문화변혁을 지향해야 한다. 기복 신앙적 요소를 경계하고, 민중의 한을 십자가의 대속을 바탕으로 한 용서와 치유로 승화시키며 조상제사의 비기독교적 요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타종교에 대하여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Chapter 10: 교회재산의 공익성

 

이 장은 교회의 소유 재산이 사회의 공공적인 발전에 기여해야 하며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어떠한지를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교회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에 속하면서 이 땅의 권위에 종속되지 않는 자유를 누린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 나라와 동일한 것이 아니며, 이 땅에 발을 딛고서 이 땅과 교류해야 한다. 교회는 죄인의 공동체이며 사회적인 종교기관이다. 교회는 사회의 도덕과 윤리를 준수하는 면에서 교회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

사적 소유에 대하여 성경은 소유를 인정하되 소유욕에 지배당하는 것을 경계한다. 재산과 소유권은 봉사와 사랑의 수단이어야 하며 억압과 착취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소유란 본래 하나님께서 위탁하신 것으로 인간은 그 청지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교회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박해받던 초대 교회 시기를 지나 콘스탄틴 황제 시대에 로마의 국교로 자리 잡은 기독교는 부자들의 재산 기부로 부유해지면서 점점 영적 능력을 상실해간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서양 교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에서도 교회의 자리를 사고팔며 재산을 마음대로 유용, 처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미국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의 토지 공개념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대안론을 펼쳐나간다. 헨리 조지는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라는 레위기 말씀에 기반하여, 토지를 만인이 공평하고 균등하게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특정 집단의 독점을 막으면서 빈곤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생산자로부터 아무 것도 착취하지 않으며 토지가치 증가세만으로 사회공공비용을 염출해 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토지 공개념에 영향 받은 이가 러시아의 톨스토이이며, 그로부터 영향 받은 이가 중국의 손문, 그리고 그의 후계자인 대만의 장개석이다. 독실한 기독신자인 장개석이 이끈 대만은 국가가 만들어진 초기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토지개혁을 성공시켰다. 저자는 한국의 경우 극소수의 사람들이 필요 이상의 토지를 독점하면서 토지 가치의 증가만으로 엄청난 부당이익을 얻는 상태를 개탄한다. 그리고 방글라데시의 빈민구제 프로그램인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소개하면서 빈민들에 대한 시혜적 구제가 아닌 그들이 일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한 지원금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제도적 장치를 제시한다.

 

교회재산은 교회나 사역자의 부 축적을 위하여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오로지 신앙활동의 보장과 선교활동과 사회구제활동을 위하여 쓰여져야 한다. 교회는 사회의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을 재정집행의 상대로 간주해야 한다.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 제 3세계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재정운영을 투명하게 하면서 교회재산을 노회나 총회에 귀속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저자는 목회자의 사례금에 대해서는 기존의 면세 방침을 지지하며, 자본주의의 동기부여 효과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Chapter 11: 한국 기독교문화운동-20세기 후반의 성찰과 21세기 전망

 

11장은 한국 기독교문화운동 내지는 기독교문화를 이슈로 하는 신학적 논쟁의 시대별 패러다임을 다루고, 21세기에 걸맞는 기독교문화운동을 그려낸다. 1960년대는 토착화 논쟁이 신학 논단을 달구었다. 감리교 신학자 윤성범은 한국 단군신화와 기독교의 삼위일체 사상이 연관된다고 주장함으로써 토착화 논쟁을 시작하였다. 이에 대하여 장로교 신학자 박봉랑은 기독교 사상을 자연신학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반대하였다. 감리교와 장로교는 전자는 기독교를 전통문화로 번역하는 경향을, 후자는 전통문화의 부정을 통하여 기독교를 정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그 이후로도 줄곧 대립하였다.

 

1970년대는 문화신학적 논쟁이 있었다. 윤성범은 한국적 신학을 성()의 해석학으로 규정하면서 성은 삼위일체이자 계시이고 그리스도도 된다는 혼합주의적 시각을 드러내었다. 이에 대하여 김의환은 샤머니즘의 때가 묻은 단군신화를 기독교와 혼합시키는 것을 거부하고 한국문화를 기독교 진리의 심판 아래에 두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러한 대립은 전형적인 것으로, 그 후 유동식은 한국 무교는 한국문화와 종교의 기초라고 주장하고, 변선환은 불교와 기독교의 만남을 통한 토착화를 제시한 반면, 조종남, 박봉배 등은 혼합주의를 배격하는 입장에 서서 기독교 고유성을 보존하는 방향을 지지하였다. 이와 다른 흐름으로, 70년대 유신독재 하에서 형성된 민중신학은 성경과 기독교를 구속사적인 관점이 아닌 사회경제사적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보수교회가 독재정권과 은밀히 타협한 반면, 민중신학은 민중의 입장을 반영하며 현실 비판적 목소리를 내었던 데 의의가 있으나 기독교 신학의 죄 개념이 왜곡되며 민중을 절대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박봉배의 변혁주의적 문화신학이 보다 구체화되었다. 그는 교회력, 찬송가, 조상제사를 기독교의 토착화라는 목적으로 구체적인 실례까지 제시하였다. 그리고 혼합주의적 토착화 운동도 김광식, 유동식, 김경재 등에 의해 한 차원 높게 전개되었다. 80년대의 민중신학은 민중의 소리가 하나님의 음성이라는 범신론적 입장을 가진 서남동, 전통신학 모두를 부정하고 전통신학의 중심테마를 민중적 시각에서 재편하여 복음을 비인격화한 안병무에 의해 주도되었다. 한편으로 80년대는 경제적 풍요가 증가하면서 기독교 대중문화운동이 자생적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보수교회 청년들이 정치의식을 가지면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일어나 올바른 선거문화와 건전을 문화소비자 양성을 기치로 걸었다. 또한 기독교 학문연구가 이루어져 기독교적 관점에서 문화와 종교를 연구하는 다양한 학문 활동이 펼쳐지고 기관들이 만들어졌다.

 

1990년대는 기독교문화운동의 세련화 및 민중운동의 자아비판적 변혁이 이루어진 시기이다. 이종성, 이광순 등이 박봉배의 뒤를 이어 복음주의적 토착화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종성은 토착화-비토착화-재토착화라는 변증법적 토착화 과정을 도식화하였으며 이광순은 여자 서리집사, 심방제도, 권사 제도 등 전통문화에 맞추어 기독교가 토착화한 사례를 열거하였다. 혼합주의적 토착화 운동도 계속되었는데 이정배는 토착화 신학으로서 기() 일원론적 한국적 범재신론을 주장하였으며, 박종천과 김경재는 토착화 모형으로서 나무의 접목을 예시하였다. 접순은 복음이고 대목은 전통문화로서, 복음의 토착화란 살아 있는 두 생명체 간의 유기체적 결합을 통해서 새로운 생명체를 산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민중신학은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한 사상적 설득력을 상실하였고, 1995년 소장 민중 신학자들이 출간한 민중신학 입문 (1995)’을 통해 민중신학의 방향전환을 시도하였다. 그들은 무분별한 전통신학 해체를 반성하고 신학의 초월성을 회복할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그 외에도 1990년대는 기독교 환경주의 및 생태신학이 발아된 시기이며, 기존에 있던 기독교 대중문화 운동, 기독교윤리 실천운동, 기독교 학문연구 운동이 한층 다양한 컨텐츠와 운동주체를 수용하면서 발전한 시기이기도 하다.

 

Chapter 12: 민중신학의 위기와 한국신학의 새 방향-변혁적 문화신학의 착상

 

이 책의 맺음말에 해당되는 12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변혁적 문화신학이 절실한 배경과 그 구체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 변혁적 문화신학은 민중을 대체하는 중산층 시민을 주체로 한 시민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고, 환경문제에 대하여 보다 민감하며 첨단 문화의 다양한 컨텍스트를 고려한다. 변혁적 문화신학은 한국적 한()의 정서를 기독교적으로 수용하고 새롭게 조명하면서 또한 한국의 역사 속에서 출발한다. 변혁적 문화신학은 문화적 명령이 하나님의 일반적 은총에 근거함을 믿으며, 신칼빈주의의 입장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사회문화 전반에 미치게 하는데 동참한다. 또한 인간문화가 중립적이지 않으며, 개별문화가 그리스도를 향해 결단하도록 만들어 가야함을 믿는다. 그리고 인간문화가 치료, 즉 갱신과 변혁이 필요하며 그리스도가 문화의 변혁자임을 인정한다.

변혁적 문화신학은 서구신학의 무분별한 수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며 따라서 지성주의와 성령의 경시를 경계한다. 동시에 민중신학의 장점을 수용하면서 보완하여 시민을 위한 민주 신학을 지향한다. 같은 맥락에서 개인윤리를 넘어선 사회윤리의 정립과 보편화를 중요시한다. 그리고 문화신학은 한국 사회에 적용되는 신학으로서의 당파성과 신학 전반의 보편성을 균형감 있게 통일시킨다.

이 책이 제시하는 변혁적 문화신학은 영성신학으로서 사회변혁을 가져오는 성령의 힘을 믿고 이에 의존하는 신학이다. 그리고 역사의 과도기로서의 현실을 걸어가는 순례자로서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하며 끊임없이 변화와 개선을 추구하는 신학이다. 변혁적 문화신학은 유교와 도교가 근원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종말론적 성격을 지닌다. 동시에 자유주의적 혼합주의적 문화신학과 차별성을 가지며, 무속적, 불교적, 유교적 신앙을 비판적, 변혁적으로 수용하여 기독교 토착화에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변혁적 문화신학은 생명의 신학으로서 생명존중 사상에 기반하고, 범신론적 생명사상을 기각하며 생명윤리의 정립에 힘쓴다.

 

후기:

 

저자의 한국 기독교의 개혁주의적 발전에 대한 열망은 크다. 그러나 이의 실천방안 마련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종교는 결국 대중의 열망을 따라 간다. 이러한 대중의 열망은 점화되어야 타오른다. 점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인적 자원이든지, 아니면 어떤 세속적 권력의 방법이든지, 어쨌든 현실에서 나오는 힘이 필요하다. 힘은 결집되기 위한 구심점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구심점이 없으면 어떤 이상도 현실화되지 못하고 묻혀진다. 한국 기독교의 문제를 개혁하기 위한 구심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은 독자도 이 책을 쓴 저자와 함께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