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오파린의 [생명의 기원] 비판

『생명의 기원』비판-1

heojohn 2020. 3. 11. 14:51

 

 

오파린의 생명의 기원은 그의 일생 동안 6차례 개정되었고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에서 출판되었다. 오파린의 화학 진화론은 아직까지 실험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어서 유물론에 대한 비판적 가치밖에는 없다.

 

오파린은 생명의 기원어느 판본에서나 서두에서는 관념론적 세계관을 비판하고 유물론적 세계관이 과학적 진리라는 주장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어떤 세계관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생명의 기원 문제를 이해하는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물론자인 오파린은 생명은 본질적으로는 물질적인 것이며, “물질의 특별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그에게 생명은 물질의 법칙에 따라 발생하고 법칙에 따라 소멸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사람들이 이것을 해명하기 위하여 초물질적인, 영적인, 본원의 존재 등을 인정하는 견해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관념론자들을 열거하면서 그들의 관념론적 주장들을 차례로 비판한다. 오파린이 관념론의 역사를 비판하고 나서 열거하는 인물들과 인용문들, 그리고 그가 진술하는 주장들을 읽어보면, 그의 생명의 기원을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저술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오파린은 먼저 19세기에 종교적 관념론에 파괴적 타격을 가한인물로 다윈과 러시아 과학자들의 이름을 열거한다. 그리고 자연과학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의문에서 이미 물질계의 발전이라는 구체적인 조건과 무관하게 생명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의견을 타파했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살아있지 않은 물질로부터 생명에로의 이행”, 즉 생명의 발생 기작을 유물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생물계의 가장 간단한 것의 최초의 출현, 즉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의 조상의 발생에 대해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유물론자로서 이렇게 말한다.

 

성서의 가르침과는 달리 현재 우리들을 둘러싸고 있는 동물이나

식물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유성에 영원한 옛날부터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 주었다. 가장 진화한 식물과, 인간을

포함해서 가장 진화한 동물은 지구상에 돌연히 출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유성이 출현한 뒤로부터 오랜 세월을 거쳐 구조가

간단한 생물이 연속적으로 진화해 온 결과 비로소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생명의 기원 문제에 대해 유일하게 올바른 과학적연구 방향을 결정해준 천재가 엥겔스라고 하면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F. 엥겔스의 천재적 저작 반듀링론』 『자연변증법에서, 과학의

진보가 훌륭하게 일반화되어 생명의 기원 문제에 대해 유일하게

올바른 과학적 제기와 연구가 이루어졌다. 엥겔스는 이 방면의

과학적 연구 방향을 결정했다. 소비에트 생물학은 이 방향에 따라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엥겔스는 자연의 진화라는 조건에 의존하지

않고 생물의 발생이 가능하다고 하는 생각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배척하고, 생물계와 무생물계는 통일되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여, 그는 생명을 물질 진화의 산물, 역사적

조건과 생명 출현에 선행하는 시대에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에 의해

준비된 물질의 질적인 개조라고 간주했다.

 

그러나 오파린은 미국이나 서유럽의 많은 학자들이 생명발생의 문제를 인간 두뇌로는 도달할 수 없는, 저주 받은,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오파린은 1948년 레닌 전연방농업과학아카데미의 8월 대회에서 리센코가 생물학에 있어서의 입장에 대하여라는 강연을 통해 반동적인 관념론이 외국의 생물학을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를 폭로했다고 찬양했다. 리센코가 신화적인 유전물질은 영원한 존재로서 발전을 알지 못하며, 죽을 수밖에 없는 육체를 지배한다고 주장하는 바이스만-모건학파의 유전자설을 신비설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리센코는 미추린과 같이 레닌과 스탈린의 지지를 업고 소비에트 러시아에서 라마르크주의를 확립한 소비에트 생물학계의 독재자였다. 그리고 이 무렵엔 리센코가 오파린의 후원자였다. 리센코는 물질이 발전한다는 유물진화론에 입각하여 바이스만-모건학파가 불변하는 유전물질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신비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때는 소비에트에서 아직 멘델로부터 시작한 서구의 유전학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을 때였다. 오파린이 리센코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점을 보면 당시의 소비에트 과학자의 생물학 수준을 알 수 있다.

 

오파린은 이에 덧붙여서 부르주아 학자들은 유전자의 최초의 발생에 대해, ‘한 번의 우연한 기회에 매우 요행스럽게 각 원자가 결합하여 생명의 전체적인 성질을 가진 유전자가 발생되었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한다. 오파린은 또한 부르주아 과학자의 최근작 슈뢰딩거의 물리학적 관점에서 본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미국 생물학자 알렉산더의 생명, 그 본성과 기원을 예시하면서, 이들이 생명은 신의 창조의지의 결과로만 발생이 가능하다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덧붙여 오파린은 관념론적인 멘델-모건주의는 생명의 기원 문제-이 가장 중대한 세계관적 문제-는 유물론의 입장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비판은 유전학을 아예 부정하는 것으로 오파린의 주장이 얼마나 비과학적인 것인지를 입증한다. 그리고 변증법적 유물론에 의하면 생명은 본질적으로는 물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오파린에 의하면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생명이라는 것은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상승하는 물질의 역사적 발전의 일정한 단계에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질을 획득한 물질이다. 오파린은 변증법적 유물론에 따라 그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다시 설명한다.

 

우리를 확실하게 생명의 기원문제의 해결로 이끌어 갈 근본적인

길은 물질의 발전역사를 연구하는 길밖에는 없다......그러나 생명의

돌연한 자연발생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증명하려고 했던 것과는

달리 돌연하게 발생했던 것은 아니다......구조가 간단한 생물들조차

발생의 근원인 물질의 끊임없이 아주 오랜 변화의 길을 거쳐서

형성될 수 있었다.

 

오파린은 그의 생명의 기원이론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레닌의 말을 인용한다.

 

생명의 진화적 발생에 대한 깊은 사상을 우리는 V. I. 레닌의 저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연과학은 지구상에 인간과 그 밖의 어떠한

생물도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할 수도 없었던 상태가 있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있다.”

 

오파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스탈린까지 인용한다. 여기에는 스탈린이 요약한 유물진화론의 핵심이 잘 나타나 있다. 말하자면 스탈린은 오파린의 화학 진화론에 교안(敎案)을 만들어 준 것이다.

 

금세기 초, I. V. 스탈린은 그의 노작 무정부주의인가 사회주의인가?

에서 유물론 학설의 기초를 설명하고, 생명이 어떠한 진화의 길을 거쳐

발생했는가를 완전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예를 들어 지구가 이전에

새빨갛게 작렬하는 불의 물질이었다는 것, 이어서 지구가 점차

식었다는 것, 그러고 나서 식물과 동물이 발생했다는 것, 생물계의 진화

결과 일정한 종류의 원숭이가 출현하고, 이러한 것이 전부 일어난

후에 잇따라 인간의 출현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렇게 자연의 진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오파린은 대학 시절 다윈의 진화론을 강의했던 티밀랴제프가 1912년의 과학 연대기에서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인용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물질이 그 밖의 모든 물질과정과 같이 -진화에

의해서-출현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화의 가설

현재 단지 생물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자연과학 -천문학, 지질학,

화학, 물리학-을 포함하고 있다. 이 과정은 아마 무기물의 세계로부터

유기물의 세계로 이행할 때에도 관여했을 것이다.

 

오파린은 또한 식물의 기원을 저술한 코마로프의 말을 인용하여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려고 한다.

 

생명의 기원의 생화학적 학설, 즉 생명의 발생은 물질의 -일반적 진화,

질소와 탄소화합물의 긴 계열의 진화에 있어서 -연속적 단계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하는 깊은 확신이야말로 유일하게 과학적인

것이다.

 

오파린은 결국 생명의 기원에 대한 유물론적 선행 연구자들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이들이 확신은 가지고 있었지만, 과학적 이론으로 서술하지 못했던 문제를 자신이 해결했음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오파린은 자기 이론을 주장하기 위하여 다윈, 리센코, 티밀랴제프, 코마로프 등의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엥겔스, 레닌, 스탈린 등의 정치적인 권위까지 인용하고 있다. 이것은 오파린이 그의 이론을 과학이라는 학문에서 사실성의 입증보다는 정치적인 권력의 보호에 더 많이 의존하려는 성향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