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오파린의 [생명의 기원] 비판

『생명의 기원』 비판-3

heojohn 2020. 3. 11. 15:02

 살아 있는 원형질

 

결국 이러한 물질적 화학 변화의 축적이 질적으로 새로운생명의 벽돌인 원형질의 존재형식을 초래하였다. 오파린은 생명의 기원을 알려면 생물의 물질적 기초인 원형질 조직의 기본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생물을 살아있는 기계라고 보는 기계적 유물론자처럼 원형질 구조의 배열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만 하면 생명의 문제는 이해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원형질의 동적인 구조는 기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형질의 구조가 기계 이상의 기능을 어떻게 발휘하는가의 문제가 의문으로 등장하게 된다. 오파린에 의하면 원형질 조직에서는 공간적 배열보다 중요한 것은 화학변화의 시간적인 순서이며, 생명체 전체를 살아 있는 것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화로운 조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조화로운 조정은 누가 하는가의 의문이 생긴다.

 

오파린은 고대 그리스 헤라클레이토스의 변증법을 인용하여 생명체와 물질을 강과 강물의 흐름에 비유한다. 생명체는 살아있는 동안 외부로부터 들어온 화합물을 자신에게 필요한 화합물로 변하게 하여 에너지와 그의 생체조직 유지에 쓴다. 체내에서 물질은 복잡한 방법에 의해 끊임없이 이화작용과 동화작용을 통해 분해와 합성하는 과정의 흐름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강물의 흐름이 없으면 강이 사라지듯이 이런 흐름이 없으면 생명은 사라진다. 이런 흐름은 원형질 내에서 완전히 물리적, 화학적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물질대사이다. 여기에는 원형질 단백질의 특이한 효소작용이 관계하여 개개의 일정한 반응만을 촉매하고 있기 때문에 수백 수천 종류의 단백질-효소의 관계가 필요하며, 전체로서는 그것들의 반응을 일정한 형태로 결합하여 다양한 현상에 맞는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

 

오파린에 의하면 어떤 물리적 인자나 화학적 인자, 또는 유기물이나 무기염이 효소작용의 진행에 작용을 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것은 미추린과 리센코가 유기체와 환경 사이의 생명에 있어서 완전히 과학적으로 발전시켰던 가장 특징적이며 통일적인 전제이다. 그리고 오파린은 생물을 다른 무기계의 계통과 구별하는 근본적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생명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일정한 방향성과 고도의 질서의 합목적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파린은 그뿐만 아니라, 생명의 질서는 일치된 목적 -전체로서의 생물계()의 자기재생과 자기보존-을 향해 환경조건과 법칙에 맞는 적응을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오파린은 유물론 과학자로서의 한계적인 오류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는 미추린과 리센코가 과학적으로 발전시켰던생물학적 견해는 라마르크주의였으며 그 자체가 현대 생물학, 특히 유전학에서 오류로 판명된 것이다. 둘째는 생명에 합목적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엥겔스가 듀링을 유물론자로서 잘못된 주장이라고 공격했던 개념이다. 셋째로 원형질의 동적 구조는 기계와는 다르다고 하면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자연에서 누가 조정한다는 말인가? 넷째로는 생명의 적응을 말하고 있는데 이 말도 엥겔스가 듀링을 심하게 반박했던 말이다. 왜냐하면 진화는 적응이 아니라, 자연도태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은 유물론에 오히려 더 많은 모순과 난제가 있음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파린은 이 문제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물체를 역사적 발전 속에서 연구해야하며, “유기체와 환경의 변증법적 통일만이이 지구에서의 생명의 발생과 그 이후의 발전을 결정했다고 애매모호한 말로 얼버무리고 만다. 오파린과 같은 유물론자들에게는 이렇게 변증법을 들먹이며 주장하는 것이 과학적 방법이고, ‘변증법을 적용하면 증거도 검증도 할 필요 없는 훌륭한 과학이론으로 대접받는 것이다.

 

 원시생물의 기원과 맺는 말

 

마침내 지구상에서 가장 간단한 원시생명이 태어나는 변증법적 비약이 발생했다. 오파린에 의하면, 이 법칙은 생물을 살아 있는 기계로 보는 관념론적 기계주의자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원형질 조직이 기계와 다른 점은 부분의 배열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물질적 화학변화의 일정한 순서이기 때문이다. 그의 유물론적인 생명의 기원의 이론적 기초가 바로 변증법적 비약에 있다. 오파린은 이 새로운 변증법적 비약세포가 아닌 살아있는 물질로부터 세포가 발생할 가능성을 보여준 O. 레페신스카야의 실험을 기초로 해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파린은 그의 판단의 근거가 되는 화학변화의 일정한 순서를 죽을 때까지 제시하지 못했다. 그리고 O. 레페신스카야의 실험을 근거로 해서 오파린은 과학에서의 반동주의자인 독일의 생물학자 비르효의 세포속생설은 근본적으로 반박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파린은 이렇게 변증법적 비약으로 생성된 최초의 원시 생명체는 주변의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섭취하는 종속영양체였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원시생물의 구조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완성되어 갔으며, 햇볕을 이용하여 탄산가스를 분해하고 몸속에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독립영양체로 발전하게 되었다. 오파린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가장 간단한 식물인 남조류가 발생했고, 이후 이런 식물을 먹는 단세포 동물계가 생성되었다. 처음에는 세포의 형태를 취하지 않고 있던 생물도 어떤 단계가 되면 세포의 형태를 취하게 되고, 단세포 생물에서 마침내 다세포 생물로 변해갔다. 그러나 오늘날 생물은 최소 한 개 이상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음이 상식이다.

 

이상으로 오파린의 화학적 진화론이라는 제1차 법칙은 끝이 나고 결론으로 넘어간다. 생명 발생 이후의 진화에 대해서는 제2차 법칙인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에서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끝으로 오파린은 그의 화학적 진화론이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 생물을 만들었다거나 생명을 만든 것은 신이라는 픽션, 또는 뜬 구름 잡는 듯한 생명기원설”, 그리고 관념론이나 형이상학과 반동적인 실증주의적 이데올로기들을 모두 밑바닥에서부터 타파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과학이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세계관에 기초한 이론 및 방법론이 중대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서 곧 생체조직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므로 생명은 물질의 특별한 형태 이외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 그것에 의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생명의 기원3(1953)의 결론 부분에서 물질대사에서 나타나는 고등형태의 물질 유기화(有機化)를 더 자세하게 연구하면, 자연에서생명을 보다 더 높은 비율로 합성할 수 있을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이것이 인공 생명을 만들어내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인공 생명의 출현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이라고 초판부터의 판박이 주장을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