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물론 비판

공산주의 교의(敎義)가 된 유물론

heojohn 2020. 3. 11. 14:15

공산주의자에게 나타나는 특징은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레닌의 주장들을 무오류의 교리처럼 신봉한다는 것이다. 이 교리에 대한 해석은 당시의 공산당 최고 지도자만이 변경할 수 있다. 앞에서 서술한 스탈린의 DIAMAT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Sergeyevich Gorbachev, 1931- )가 집권(1985)하여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이 시작되던 무렵에 당시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지의 편집국장 아파나셰프는 그의 변증법적 유물론교재에서 생물의 형식과 내용 사이의 모순이 해결되는 변증법적 과정을 이렇게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유기체는 환경이 변하면 새로운 영양물들을 흡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그 유기체의 내용, 즉 그 유기체의 본래의

신진대사와 모든 생명 유지활동이 다소 빠르게 변한다. 형식,

그 유기체의 구조는 내용의 발달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내용과

모순에 빠진다. 이 모순은 유기체의 구조가 변함으로써 해결된다.

이때 그 유기체의 구조는 변화한 내용에 알맞게 된다. 그 결과에

기존의 기관들이 변형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기관들이 생긴다. 예를

들어 유기체들이 수중환경에서 양서류의 생활로 옮아가면 이

유기체들에서는 점차 아가미 대신 허파, 지느러미 대신 팔 다리

등등이 발달한다.

 

저자는 말하자면 구소련의 대표적인 지성인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도 되지 않는 억지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유물론적 변증법이다. 이미 앞에서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과 유물론적 변증법을 검증하고 부정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한 소리인가? 생물학적으로 개별 유기체는 유한한 수명을 가질 뿐이다. 무성번식을 하는 미생물은 몇 십분 정도이고 유성번식 생물도 포유류가 길어야 100년을 약간 넘는 정도이다. 유기체는 급진적으로 환경이 바뀌면 영양물을 섭취하기 위하여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죽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유물진화론자가 아니면 물고기가 땅에 올라오면 살아 있는 동안에 지느러미가 다리로 변화되는 일이 일어난다고 누가 주장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공산주의자라면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 최고 지도자가 말하거나 승인하면 무엇이든그대로 사실로 믿어야 한다. 믿지 않는 자는 공산주의자로 인정받을 수 없으므로 숙청되어야 한다. 공산주의자들이 유물론을 주장하는 데 있어서는 이처럼 진화론이나 변증법을 절대적 무적(無敵)의 원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르크스가 헤겔의 모든 것(모든 유한자)은 변증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역사 변증법을 잘못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엥겔스와 같이 헤겔로부터 배운 역사 변증법을 다윈의 진화론과 결합하여 공산주의 유물진화론을 만드는 데 이용하였고, 레닌은 이를 러시아 혁명에 이용하여 성공하였다. 그런 다음에는 코민테른을 조직하여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살아 있는 교리로 전파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러시아 사회와 공산주의화된 국가들에 나타난 결과는 참혹한 것이었다. 종교에 대한 박해와 반대자에 대한 무자비한 처형이 끝없이 이어졌다. 공산주의 사회의 이상인 물질적인 삶의 평등 추구는 개선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자들은 공산주의 정치이념으로 세계를 지배하려고 했다. 이런 모순을 안고 있는 공산주의 체제가 어찌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1988년 구소련 헌법이 개정되고 고르바초프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됨으로써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기까지 세계 각지에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인간에 의해 비인간적인 일이 저질러져도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변증법적 또는 진화론적으로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생각해야 했다. 이러한 것들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과학적이라고 주장한 변증법적 비약에 의한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한 결과였다. 이런 결과를 보고도 변증법적이라는 용어를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말은 맹신을 강요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더 큰 문제는 인류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주장하는 변증법적 공산주의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떤 인간적 삶의 기준이나 윤리의 근거도 인간사회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변증법적으로 태어났으므로 변증법적으로 살다가, 변증법적으로 죽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논리로 명제를 해석하면 잘못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물론자들은 변증법적 또는 진화론적 이론에 대해서는 절대적 무오류로 인정하고 검증을 불허한다. 공산주의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물질의 변증법적 진화에서 생긴 물질적 존재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도 되는 물질적 존재인 인간이 제멋대로 살아간들 무슨 문제가 되며, 삶의 방법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도덕과 윤리가 성립될 것인가? 물질적인 인간이 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물질적으로 사는 동안에 최선의 삶이란 어떻게든 권력이나 부를 획득하여 물질적 쾌락을 마음껏 누리다가 물질적으로 죽는 길밖에는 없다. 그렇게 되면 인간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무한경쟁, 착취, 살해, 테러, 협박, 온갖 거짓말 등이 정당화될 수밖에 없다. “다윈은 인간사회의 법칙을 동물사회에서 발견했지만, 자신은 동물사회의 법칙을 인간사회에 옮겨놓았다는 엥겔스의 주장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이 혁명에 성공한 사회에서의 역사는 사실 그렇게 전개되었다. 마르크스의 무신론적 변증법이 사이비 종교의 교리로 기능하면서 삶의 법칙도 윤리도 과학도 말살해버린 결과이다. 마르크스적 변증법이라는 용어는 인간사회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결코 사용되어는 안 되는 말이다. 그것은 철학에나 써야 할 말이다.

 

변증법이라는 말은 앞에서 보았듯이 사물의 변화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과학적 용어가 아니며, 사물의 변화 또한 변증법적으로 정확하게 분석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검토했다. 변증법은 유물진화론의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유물진화론은 또 하나의 자연발생론의 변종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산주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유물론 철학일 뿐이다. 말하자면 프롤레타리아의 현실 불만을 선동하여 폭력적 혁명을 통해 무신론적 지배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정치적 주장에 다름 아닌 것이다. 결국 공산주의자들은 무신론에 바탕을 두고 반종교적 사회혁명을 선동하는 정치적 도그마 광신집단에 불과한 것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앞에서 보았듯이 공산주의 혁명에서 타도의 대상으로 특별히 자본주의 체제와 부르주아지와 지배층을 옹호하면서 부와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기독교 성직자를 꼽았다.

우리는 이러한 공산주의를 개괄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모든 사상과 민주주의적 사회체제와 모든 종교를 폐기하기 위해서 혁명을 꿈꾸는 공산주의자들이 잠복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공산주의사회를 꿈꾸는 과학적 무신론의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이를 분명히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산주의는 부분적 이론이 어떻게 변형되든 핵심사상은 그대로 전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산주의의 세계사를 다룬 로버트 서비스(Robert Service, 1947- )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추종자들이 자신들을 비판하거나 반박할 권리가 없다는 듯

행동했다. 그들은 헌신을 적극 권장했다. 그 결과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를 새겨들어야 할 예언자로 대우받았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기독교인들이 성서를 검토하는 식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에 의존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결국 그들이 비난해 마지않던 종교적 예언자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그래서 서비스는 마르크스주의는 추종자들에게 무오류의 교리이자 종교의 정치적 대체물이 되었다고 말했다. 추종자가 생겨난 종교는 쉽게 소멸되지 않는다. 이미 종교적인 실체를 가진 공산주의 역시 기독교의 대적자로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칼 포퍼( Karl R. Popper, 1902-1994)는 마르크스주의를 가장 예리하게 비판한 것으로 유명한 과학철학자이다. 그는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을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하는 주장은 역사주의의 오류라고 비판했다. 말하자면 사회과학에서는 물리학의 결정론적 법칙과 같은 것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마르크스를 거짓 예언자라고 말하고 있다. 마르크스가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의해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사회주의를 거쳐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으나, 역사적 사실은 그의 예언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포퍼에 의하면 과학적 예측과 역사적 예언은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는 이를 왜곡하여 역사적 예언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과학적 접근방법이라고 믿도록 많은 사람을 오도했던 것이다. 심지어 포퍼는 러시아 혁명은 마르크스가 예언한 사회혁명과 동일시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에 있어서 그것들은 서로 아무런 유사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포퍼에 의하면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은 종교적 방법의 거짓 예언이고 공산주의자들은 그에 의하여 오도된 자들인 것이다. 어떤 예언자의 예언을 맹신하는 자는 종교적 광신자가 되고 그 예언의 성취를 위해 희생제물을 바친다. 마르크스 예언의 허위성을 폭로하지 못했던 근대 사회의 역사는 공산주의 무신론 광신자들의 난동에 의해 엄청난 희생제물을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