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물론 비판

스탈린의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1

heojohn 2020. 3. 11. 13:47

 

 

공산주의 사상은 단순히 앞에서 살펴본 공산당 선언반듀링론만으로는 충분히 이해될 수 없다. 여기에는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DIAMAT)에 대한 이해가 추가되지 않으면 안 된다.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은 공산주의 유물진화론, 즉 과학적 무신론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데, 첫째 이론인 변증법적 유물론은 공산주의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플레하노프에 의해서 제안된 것이지만 레닌의 것이 되었으나 스탈린이 재해석했다. 그리고 둘째 이론인 역사적 유물론은 그것의 실천적인 부분을 논의하는 것이다. 스탈린의 DIAMAT1956년에 후르시초프에 의해 결국 폐지되어 본래의 마르크스-레닌주의로 돌아갔지만, DIAMAT는 그 뒤에도 내용으로 수정된 채 공산주의 학습교재로 계속 보급되었다. DIAMAT는 국가와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 판본이 나왔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는 여러 가지 판본들 중에서 스탈린의 DIAMAT 원본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판본을 선택하여 연구하고 인용했다.

 

1) 과학적 무신론으로서의 변증법적 유물론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말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썼던 말이 아니다. 이 말은 러시아 공산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플레하노프가 처음 썼고, 레닌이 물려받아 발전시킨 개념이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에서 실천적인 면을 강조하다보니 그것을 지지하는 철학적 이론구성이 약했다. 플레하노프가 보기에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공산주의에는 이런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마르크스주의 대부 플레하노프는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변증법적 유물론을 서술했던 것이다. 플레하노프에게서 마르크스주의를 학습했던 레닌은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레닌의 혁명을 반대하던 플레하노프가 숙청되자 변증법적 유물론은 레닌의 것이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역사적 유물론(또는 유물사관)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론이고 변증법적 유물론은 레닌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합치면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레닌의 추종자들은 가장 발전된 과학적 무신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레닌이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에는 성공했으나 일찍 죽는 바람에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실천적으로는 미완성의 이론으로 남았다. 그 실천적 완성의 임무는 레닌의 후계자 스탈린의 DIAMAT에 넘어갔다.

그러나 스탈린은 DIAMAT에서 플레하노프와 레닌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기형적으로 수정했다. 여기에는 이렇게 진술하고 있는 말이 있다. “인간사회의 발전은 자연의 발전과 공통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또 그와는 구별되는 특수성도 가진다.” 이것은 변증법을 진화의 법칙보다 더 낫다고 여기는 이유를 암시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식적으로 진행되지만 사회에서는 의식을 가진 인간의 활동에 의하여 진행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의식이 없는 자연의 변화를 다루는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보다 의식을 가진 인간 사회의 변화를 다루는 공산주의 유물론이 더 어렵다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을 스탈린이 나서서 논술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주장하는 유물론 사상은 물질 일원적 체계의 세계관이다. 마르크스는 역사철학에 적용한 헤겔의 변증법칙을 모든 사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보다 앞서 나왔던 모든 유물론은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자연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계적 유물론자들에 대해서는 사물의 변화를 역학적인 기계 운동으로만 파악했다고 비판하면서, 그 변화의 원인이 모순과 대립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르크스주의는 모든 사물이 변증법적으로 생성과 소멸의 과정 속에서 발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변증법이란 사물과 현상들을 전반적인 상호 연관 속에서 그리고 발전의 견지에서 보고 이해하는 사고방법을 말한다. 따라서 변증법적 유물론은 우주에 내포된 모든 사물의 변화의 법칙을 물질주의적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다.

 

(1) 물질과 의식

 

마르크스주의 철학은 본질적으로 유물론이다. 유물론에서는 물질에 대한 이해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세계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마르크스주의자의 대답은 하나의 물질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산주의 유물론은 인간의 의식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인간의식은 최고도로 발전한 물질의 장구한 발전과정의 산물이다. 인간의 의식은 감각을 통해서 외부의 물질적 세계를 반영한다. 같은 사회에서 사람들의 사회적 견해가 서로 다른 것은 그의 계급적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감각, 의식, 사유는 고도로 발전한 물질인 뇌수의 기능이며 객관적 현실의 반영이면서 동시에 그것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반작용하는 것이다. 변증법적 유물론은 관념적인 것은 인간의 사유의 형식들로 번역된 물질세계이고 이것이 바로 정신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생명은 물질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그리고 의식 또는 정신은 물질적 생명현상의 전사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생명은 물질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고, 의식은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질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조차 물질이라고 한다면 우주에 물질 이외의 것은 있을 수 없다. 결국 유물론자에게 우주만물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물질이 잠시 조합되어 있는 것이다.

엥겔스는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에서 유물론에 대해 유물론은 이미 자연과학 영역에서의 획기적인 발견 성과물과 더불어 그 형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레닌은 물질에 대해 발전적으로 새롭게 정의하면서 물질의 유일한 특성은 객관적 실재라는 특성이며 우리 의식의 외부에 존재한다고 하는 특성이다고 말했다. 이 개념은 의식은 물질의 반영이라고 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명제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2) 물질세계의 연관성과 변화

 

변증법적 유물론자는 자연과 사회의 모든 사물과 현상들은 유기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상호 의존되며 상호 제약되는 환경과 조건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물질세계의 연관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마르크스주의자는 혁명의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 다양하고 복잡한 연관들 속에서 사물의 중심 고리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사물은 질()과 량()을 가지고 있으며, 끊임없이 발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물의 발전은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초래한다. 사물의 발전 형태를 보면 양적 변화의 단계에서는 진화적 형태, 그리고 질적 변화의 단계에서는 혁명적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질적 변화에서 낡은 질이 새로운 질로 변화하는 것은 오직 비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물이 수증기로 변하는 것이나 유인원이 인간으로 된 것도 이러한 비약을 통해서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도 이러한 비약을 통해서만 사회주의로 전환될 수 있다. “비약은 결국 공산당 선언에서의 폭력적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다름 아닌 말이다. 이것이 바로 같은 유물론자이면서도 사물의 변화를 기계적 법칙으로 이해하는 기계적 유물론자의 관점과는 다른 것이다. 공산주의 유물론에서 쓰는 비약의 개념은 오파린에 의해 물질이 생명으로 진화하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에서도 채용된다. 유물론에서 기계적 법칙은 과학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지만, ‘비약은 억지 주장일 뿐인 것이다.

 

(3)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

 

유물론에서 물질의 운동은 단순히 위치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발전을 이행하기 위한 변증법적 현상이다. 발전의 원천은 그 사물이 가지고 있는 모순이다. 이것은 물질의 조직적 집합체계인 물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마르크스는 이런 사물의 현상에서 역사적으로 서로 대립되는 경향들에서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변증법적 유물론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에 의한 발전적 변화들은 부정의 부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변증법에 의하면, 모든 것은 어떤 영역에서든 자신의 이전의 존재양식을 부정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단순하고 저급한 것으로부터 복잡하고 고급한 것에로 부단히 발전하는 것은 자연에서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논술한 바와 같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변증법과 다윈의 진화론이 동일한 개념으로 통일되는 것을 여기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화론에서도 유물론에서도 우주와 세상의 변화의 법칙은 결과적으로는 동일하게 발전적인 것으로 본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진화의 법칙과 변증법을 동일한 개념으로 보기 때문에 유물사관을 유물진화론이라고 불러도 좋은 것이다.

대상으로서의 사물은 동시에 다른 여러 사물과의 연관성을 파악해야 하며, 한 가지만 고립시켜서 파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사물을 전체적인 상호관련 속에서 파악할 때, 운동이나 변화의 원인이 부분과 부분 사이에서나 전체와 부분 사이에서, 의존적 관계인지 또는 대립적 관계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마르크스는 헤겔이 서로 다른 것들을 보면 그들 사이의 동질성을 보지 못하고 비슷한 것들을 보면 그들 사이의 차이점을 보지 못하는상식적인 사람들의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엥겔스는 자연과학자들 대부분은 동일성과 차이가 서로 조화될 수 없는 대립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일성은 차이를 포함하고 있으며 둘은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진리를 보여주는 두 극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다른 말로 더 깊이 조사해보면 대립물의 양극은 마치 양()과 음()처럼, 서로 대립하는 것만큼이나 서로 떨어질 수 없으며, 모든 대립에도 불구하고 서로 관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 말은 그들의 변증법적 대립물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4) 양적 변화에서 질적 변화로

 

변증법은 사물이 정반합(正反合: thesis-antithesis-synthesis)의 발전과정을 거쳐 결국 통일된다는 이론이다. 변증법은 이런 변화의 원인들이 모순을 내재한 대립물의 투쟁과 통일, 그리고 다시 모순이 내재된 대립물이라는 순환적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발전하는 것으로 본다. 사물은 고유한 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물은 양을 가지고 있다. 양은 외적인 크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질의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모든 사물이 대립하는 것은 질적 차이에 원인이 있다. 외형적으로는 하나의 사물에 실제적으로는 질적 차이를 가진 여러 가지 작은 사물이 혼합되어 있다. 이런 사물은 내면적으로는 대립하면서도 외형적으로는 하나의 통일체처럼 보이는 것이다. 변증법적 유물론은 모든 사물이 끊임없이 내부적 변화 과정에서 단순히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질적 통일체로 지향하는 비약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어떤 사물이 변화하면서 일정한 한계에 이르게 되면, 그동안의 양적 균형이 깨지고 새로운 질적 변화로의 비약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서 통일에 이르는 변증법적 과정을 합목적적으로 보면 헤겔적인 관념론자가 되고, 진화적으로 보면 마르크스적인 유물론자가 된다. 진화적 변화는 양적으로 누적되어 곧 혁명적 변화인 질적 비약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5) 부정의 부정 법칙

 

자본주의 사회가 공산주의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정의 부정이라는 혁명적 파괴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말하자면 낡은 것은 부정되어 새로운 것을 낳고, 새로운 것 또한 낡아져서 부정된다. 이러한 부정(否定)의 부정(否定)’(negation of negation)이라는 대립물의 갈등과 충돌에서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되는 질적 변화는 직선적인 왕복형(往復形)이 아니라 순환적인 나선형(螺旋形)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부정의 부정은 나선형의 진보를 이루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양적 차이들도 일정한 지점을 넘어서면 질적 변화들로 이행한다.” 이러한 질적 변화는 우주만물의 역사가 이렇게 변증법적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부정의 부정 이론은 스탈린의 DIAMAT에서는 삭제되었던 것이나, 그가 죽은 후에 다시 삽입되었다. 아마 스탈린은 이 부정의 부정 이론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집권을 낡은 것으로 부정할까봐 염려했던 것 같다.

 

(6) 범주와 인식

 

유물론적으로 물질의 무한성을 인정하고 보면, 물질적 현상으로서의 인간의 의식도 끝없이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변증법적 유물사관은 모든 자연과 인간사회란 물질의 역사적 변화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성립하는 것이며, 결국에는 진보적으로 통일된다는 낙관적 인본주의 세계관으로 발전했다. 그러므로 변증법적 유물론의 범주는 인간사회와 자연을 포함하는 우주만물의 관계를 모두 포괄한다. 엥겔스는 이런 세계관의 토대 위에서 인류의 역사적 현상을 자연적 사물의 현상과 같은 것으로 보는 유물진화론을 제시했다. 그에 의하면 변증법적인 역사의 변화를 자연과학의 연구 성과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변증법이 과학적 방법이고 진리를 찾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그런데 마르크스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진리는 인식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어서는 안 되고 실천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사회에서 실천 없이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