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물론 비판

변증법적 유물론은 과연 과학적인 주장인가?

heojohn 2020. 3. 11. 14:06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유물사관은 다윈의 진화론과 결합하여 사실상 유물진화론이 된 것이다. 공산주의 사상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많이 수정되었다. 마르크스주의는 그의 사후에 특히 서유럽에서 많이 수정되고 변형되었는데, 엥겔스조차 생전에 이러한 수정주의에 부분적으로는 동의하고 있었다. 레닌을 비롯한 러시아 출신 교조주의자들은 서유럽 사회주의자들과 달리 처음에는 마르크스주의 원형을 비교적 잘 따랐었다. 그러나 이것도 레닌에 의하여 점차 수정되어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되었다. 레닌이 죽은 후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도 스탈린에 의해 과격하게 변형되어 이름만 남고 실제는 스탈린주의로 변했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스탈린이 죽은(1953) 후에는 흐루시초프에 의하여 마르크스-레닌주의로 돌아갔다가 1991년에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면서 공식적으로 폐기되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혁명에 성공했던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도 공산주의 방식을 폐기했거나 일부는 자본주의 방식을 대폭 수용하는 사회주의 체제로 바꾸었다. 이러한 사태는 공산주의가 실천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이론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마르크스 공산주의 이론 역시 그가 그토록 비난해 마지않던 공상적또는 유토피아적인 사회주의와 다름없는 것임을 역사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가 변했다고 해도 그 핵심인 무신론 사상은 그대로이며, 서구의 자본주의 체제를 뒤엎으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꿈도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러므로 공산주의 사상의 근본인 무신론을 추방하기 위한 비판도 여전히 필요한 것이다.  

 

변증법(dialectics)이란 말은 본래 그리스어로 논쟁이란 뜻에서 발전한 것이다. ‘논쟁은 대립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성립하고 논쟁 끝에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에서 논쟁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다양한 사람들(대립물)이 다른 의견들(모순)로 대립하고 타협(질적 변화)해서 결론(대립물의 통일)에 이르는 전체적인 과정을 변증법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물의 변화를 인식하는 방법으로서의 변증법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os, c.540-c.480 B.C.)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불이라고 보았다. 그가 주장한 만물유전설(萬物流轉說, panta rei)이 변증법의 시초라고 인정된 것은 헤겔에 의해서였다. 헤겔은 운동 속에서 모순을 증명한 옛 변증법 철학자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헤라클레이토스와 함께 거북이의 달리기 역설(逆說)로 유명한 제논(Zenon of Elea, c.490-c.430 B.C.)을 꼽았다.

 

그렇지만 사실 이와 같은 변화의 철학은 동양사상에서 더욱 발전했었는데, 주역에서 64괘로 음양 변화를 설명하는 역()사상 및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5요소가 상생(相生) 또는 상극(相剋)함으로써 변화가 일어난다는 오행설(五行說)이 대표적이다. 이것들을 비교해보면, 서양의 변증법적 철학은 동양의 주역보다 오히려 저급하고, 시대적으로도 늦게 나타난 것이다. 노자와 장자의 도()사상, 불교의 윤회설(輪回說), 주자학의 이기(理氣)설 등도 본질적으로 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변증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에서 죄와 회개, 그리고 구원과 심판의 과정을 일관성 있게 말하는 것도 변증법적이다. 그러나 유신론 입장인 종교에서는 철학에서 사용하는 이런 말을 쓰지 않는다. 변화를 말한다면, 우주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이란 없다. 다만 변화의 법칙이 과학적인 사실로 증명되고, 진리이냐의 문제일 뿐이다. 사물이 다르면 변화의 원인도 다르고 결과도 다른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엥겔스는 공산주의를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유물론적 변증법과 경제학적 잉여가치를 발견한 것에 있다고 했다. ‘과학적 사회주의는 신의 존재를 믿는 초자연적, 형이상학적 또는 관념론적 철학이나 종교 등의 모든 사상(思想)과 노동자의 몫인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자본주의 사회제도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는 헤겔에게서 변증법을 배웠으면서도 헤겔에게는 변증법이 거꾸로 서 있다. 신비한 껍질 속에 들어 있는 합리적인 알맹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크스의 이 말은 세계정신이 역사적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헤겔의 관념론을 비판하고, 정신은 물질적인 현상이 인간 두뇌에 반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신의 유물론적 주장을 세우려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이 철학에나 써야 할 포괄적 개념어인 변증법이라는 말을 과학적 용어로 쓰는데 있다. 엥겔스는 반듀링론에서 변증법은 자연, 인간 사회, 사유의 운동과 발전에 대한 일반 법칙들을 다룬 과학일 뿐이다고 말하고 있다. 엥겔스가 이 말에 담은 의미는, 우주만물의 발전을 과학적 법칙으로 해명하는 방법은 변증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엥겔스의 말은 변증법적으로 어떤 이론을 말하면 그것은 곧 과학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엥겔스의 이 말은 진화라는 용어를 쓰면 과학으로 인정받는 오늘날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저명한 무신론 철학자 러셀이 그의 서양철학사에서 인용했던 고대 원자론자 데모크리토스와 레우키포스의 말을 생각해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데모크리토스는 무엇이든지 우연히 일어날 수 없다고 했고, 레우키포스는 ()에선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어떤 원인에서부터 必然的(필연적)으로 생긴다고 했다. 이들이 이미 오래 전에 한 이 말은 결국 존재의 우연성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물의 필연성을 밝히는 것이 과학이며, 필연성을 사실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과학이론이다. 그러나 세이빈과 솔슨은 정치사상사에서 변증법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던 레닌을 언급하면서, 레닌에게 변증법이란 과학과 같은 것이면서도 마술과 같은 그 이상의 무엇이기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에게 있어서 변증법적 유물론은 모든 수수께끼에 해답을 제공해주는 마법의 열쇠나 열려라 참깨와 같은 것이었다고도 말했다. 이 말들을 다시 거꾸로 뒤집어보면, 변증법은 과학도 아니고 마술도 아닌, 결국엔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닌 그 무엇이라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론에서는 모든 사물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 변증법이라는 애매한 개념의 비과학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과학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자는 공산주의 이론을 이런 방식으로 설명하면서 무신론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사물이 변화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물의 변화과정을 엄밀하게 관찰하면 사물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종류별로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른 종류의 사물의 변화를 한데 묶어 변증법이라는 일반화된 개념으로 규정하면 그것은 과학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유형별로 사물의 변화를 파악하고 일정한 법칙을 발견하여 정식화하는 것이 과학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체계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경우를 보더라도 사과가 떨어지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하고 과학이론으로 만든 것은 오직 뉴턴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진화변증법이라는 포괄적 개념의 용어를 사용하는 이론은 과학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용어들을 철학에서 쓰는 것이라면 더 이상의 사회적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용어들은 공산주의 정치집단에서 공산주의 정치이념을 과학적 진리처럼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됨으로써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주문(呪文)이 되었다. 변증법과 진화론을 사물의 변화에 적용하면서 과학적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은 무신론자들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무신론의 근거를 정상적인 과학의 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다윈의 진화론은 전적으로 무신론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주의 유물진화론에 유입되면서 다윈의 본의와는 상관없이 무신론 주장의 과학적 근거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그 원인은 후대 공산주의자들이 유물론적 변증법이나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이 다 같이 과학적이라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주장을 맹종(盲從)함으로써 이 말들이 무신론의 정당화에 쓰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러시아제국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하자 마르크스-레닌주의 유물진화론은 더 이상 반론할 수 없는 과학적 무신론으로 자리 잡았다. 레닌은 그의 권위로 요컨대 변증법은 대립물의 통일에 관한 원리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모든 대립물에 대한 설명을 변증법으로 통일하라는 명령에 다름 아니다. 그 이후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은 변증법을 만물의 원리로 마법의 주문처럼 썼다. 그리고 러시아과학아카데미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최고의 과학적 무신론이라고 주장하였다. 레닌의 논적이었던 트로츠키조차도 마르크스의 방법은 자연과 사회가 모두 진화한다고 보고 진화 자체를 서로 충돌하는 힘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보기 때문에 변증법적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물론자들에게 과학이란 무조건 변증법이나 진화론을 사물에 적용하여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엥겔스는 자연변증법에서 자연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되고 사라지는 것이다고 했다. 그리고 반듀링론에서는 헤라클레이토스를 언급하면서 만물은 존재하면서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만물은 유전하고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데카르트와 뉴턴 이래 자연과학의 법칙은 결정론에 근거해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원인에서 결과에 이르는 변화의 과정을 이론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변화는 자연과학의 법칙과 같이 결정론적인 방법으로 원인과 결과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정한 성질을 가진 원자들로 이루어진 물질계와 다양한 사유와 개성을 가진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는 다르기 때문이다. 헤겔은 변증법을 인간사회의 전체적인 역사를 합목적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했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물질적 경제사회에서 인간의 역사를 유물론적으로 해석하는 데 사용했다. 마르크스는 인간에게조차 대립물의 개념을 적용하고, 인간사회의 역사적 미래를 변증법적 해석으로 결론을 내린다. 말하자면 미래의 역사를 변증법적으로 예언하고는 이것을 과학적 사회주의이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는 물질적 우주와 의식을 가진 인간사회의 변화과정에 대해 변증법적 예언으로 이론을 구성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이렇게 잘못된 변증법적방법의 적용이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에서 과학적오류의 원인이 되었다. 물론 일말의 사실이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