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유신론 이해

동양철학의 자연적 실재(實在) 이해

heojohn 2020. 3. 14. 00:40

1. 노자의 도(道)에서


만물은 ‘최초 원인’ 또는 일자(一者, the One)에서 비롯되었다는 플라
톤 철학파의 주장도 노자의 도(道)사상과 부분적으로는 맥을 같이 한
다. 노자에게 ‘최초원인’은 최초의 자연인 유무(有無)이다. 그곳에 만
물의 어머니로 불리는 창조신이 계셨다. 그러나 플라톤적 서양철학
자들은 일자(the One)에서 역설적인 무(無)의 존재를 생각하지 못했다.
노자는 창조신의 작위에 의하여 제2차 자연이 창조되었다고 이해했
다. 그러나 노자는 제2차 자연에서 인간의 작위에 대해서는 매우 비
판적이다. 노자는 우주만물 가운데서가장 뛰어난 의식을 가지고 있
는 인간에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인간은 매우 이기적이고
탐욕적으로 작위하기 때문이다. 노자에게 인간은 언제나 도(道)를 거
스르는 일에 그의 뛰어난 의식을 사용하는 존재로 보였다. 노자는 만
물의 어머니인 신이 만들어놓은 자연의 법칙을 도(道)라고 했다. 그리
고 인간에게 어머니의 도(道)에 순응해야 하고, 인간의 작위를 함부
로 행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노자의 도(道)의 범위는 여기까지이다.

 

인간성을 어머니인 신이 부여한 것으로 인정한다면, 도는 어머니
를 따르는 인간성의 범주를 의미한다. 노자가 인간에게 덕(德)이 필요
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인간이 탐욕적이고 오만해서 도(道)에 반(反)하
는 작위를 하므로 최대한 이를 억제하자는 목적에서이다. 그래서 노
자는 인간에게 창조신의 작위인 도(道)를 따르지 못하면, 도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의 덕(德)이라도 행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므로 인간이
사회적 법률을 만들 때 마지막 근거를 노자의 덕(德)에서 확보할 수 있
다. 그러나 인간은 노자의 도(道)보다 공자의 ‘천명(天命)에 의한 도(道)’
를 더 널리 받아들였다. 공자의 도는 노자의 덕의 수준에 불과했으므
로 그만큼 따르기 쉬웠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道)사상에 의하면, 도
를 행하지 않는 인간의 세상은 제3차 자연이 된다. 공자의 가르침은
훨씬 쉬웠지만, 인간은 노자의 제3차 자연에서 살게 되었다. 인간이
도와 덕을 모두 상실한다면, 그때는 인간성을 빼버린 껍데기 인간들
이 살아가는 제4차 자연이 될 것이다.


과학은 인간사회의 문명을 엄청나게 진보시켰다. 과학적 무신론
은 과학의 기술적 성취에만 도취해서 자연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한
다. 과학적 무신론은 인간성의 범주를 파괴하는 주장이다. 이제 과학
적 유신론은 과학적 무신론을 노자의 덕조차 실행하지 못하는 인간
들의 작위적 이론이라고 분명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신에게도 질문
한다. 노자는 이미 인간의 도덕적 퇴보를 예측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신은 도덕이 필요 없는 인간을 만드셨는지? 아니면 인간의 도덕적 퇴
보가 신의 예정된 방향이므로 알고도 내버려 두시는지? 신의 지적 속
성을 가장 많이 가진 인간들에게 모든 도덕적 결정을 맡기셨는지? 물
론 우리는 신으로부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직접 들을 수는 없을 것
이다. 노자의 자연에서 만난 신에게 던지는 이 질문들은 신학과 철학
과 과학에게도 질문이 될 것이다. 신학과 철학과 과학이 진정한 학문
이 되려면, 이 질문들에 대답하는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과학적 유신론에서 신은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유일한 존재이다.
창조신을 보다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빅뱅 이전부터 우주 법칙들
을 설계하고, 우주 에너지를 이용하여 우주 만물을 만들어낸 영원한
지적 생명체이시다. 태초에 우주만물을 만들어낸 존재를 창조의 신
으로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노자는 만물을 만들어낸 존재를 어머
니라고 말했다. 노자의 자연에는 고대 서양철학에서의 물활론적 신
과는 다른 만물의 어머니로서의 창조신이 존재하고 있다. 어느 종교
에서나 주신(主神)을 여성으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노자는
창조의 신(神)을 어머니라 부르고 있다. 세계 종교들이 대부분 주신을
가부장적 권위를 가진 아버지 또는 남성으로 표현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대표적으로 유일신을 섬기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에서는 신을 아버지로 부르지만, 어머니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
는다. 그러나 노자에게는 어머니만 있고, 아버지는 없다. 이러한 차
이는 부부를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보는 관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다만 그러한 차이의 원인은 사회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생몰(生歿) 년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노자는 아마 중국의 고대 모계
사회 시대에 살았던 사람인지도 모른다. 노자는 기원전 1천년 무렵에
살다가 죽지 않는 신선으로 변했다거나,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노자는 그의 이름으로 남긴 『도덕경』에서 창조의
신을 분명하게 어머니로 이해하고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달리 그
의 몸을 나누어준 자식들을 직접 안아서 키운다. 노자가 창조신을 만
물의 어머니로 이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과학은 창
조신의 발가락 틈만 뒤집어보고 있다. 어머니의 작위를 이해하지 못
한 과학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창조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노자의 직관적 눈보다 더 성능이 좋은 망원
경을 만들어낼 것 같지 않다.


노자의 자연이해는 직관적이지만 오히려 과학보다 이성적이고 통
섭적이며 정확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노자의 자
연이해는 창조신의 존재와 자연의 법칙에 의하여 우주만물의 기원을
모두 잘 설명하고 있는 반면에, 과학은 아직도 ‘우연’에 의존하여 설
명하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가 알지 못하는 우주와 생명체의 최초 생성 과정에 지적 존재인 신의
개입이 있었느냐를 밝히는 것이다. 각 종교의 신자들은 모두, 물론
약간씩 차이는 있겠지만, 신의 존재와 신의 의식적 개입에 의한 창조
를 믿는다. 그러나 과학적 무신론자들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므로
우주와 생명체의 최초 생성이 신의 개입 없는 자연적 발생이었다고
믿는다. 노자는 우주만물의 어머니인 신이 최초의 자연에서부터 존
재하였고, 신이 온갖 오묘한 것들로 제2차 자연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노자에 의하면 신은 만물의 질서를 위해서 무위자연의 법칙들까
지 만들어 놓았다. 노자의 자연이해에 현대과학이 접근 가능한 이유
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사실 창조의 신인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
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무신론자들은 우리우주가 ‘보이
는’ 물질만으로 형성되었으므로 신은 존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과학은 자연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아예 ‘존재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말았다. 노자에 의하면 이런 주장은 도덕에
반하는 인간의 작위적 주장이다. 인간의 지적 수준에서 무지의 오류
가 아니라면 악의적 의도가 내포된 것이다. 만물의 어머니이신 신이
자식들 사이에 이런 사태가 생길 줄을 왜 몰랐겠는가? 신은 대칭성의
법칙에 따라 그가 만들어놓은 과학적 무신론을 극복하는 과학적 유신
론이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셨을 것이다. 어머니는 자
식들의 논쟁에 중립적으로 침묵하시지만, 누가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는 분명히 듣고 기억하실 것이다. 


2. 우주만물의 실재(實在)적 의미

 

노자는 우주만물의 최초의 생성(生成)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도(道)에서 1이 나왔으니 1에서 2가 나왔고 2에서 3이 나왔으니
3에서 만물이 나왔느니라.”(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도덕경』,

제42장). 이 말은 노자의 연구가들이 이해하기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의 하
나이다. 왜냐하면 우주의 생성 과정을 수학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 말을 이해하자면 먼저 노자의 자연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
이 ‘1+0=1’로 표현된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유(有) 곧 만물
의 ‘최초원인’이 ‘1’이라고 한다면 2를 존재하게 만드는 방법은 1이 나
누어지는 길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나누어진 부분이 또 하나의 1이
되면서 1+1=2가 된다. 나누는 방법은 물체인 경우와 생명체인 경우
가 각각 다르므로 두 가지가 있다. 물체인 경우는 물리법칙이 적용되
고, 생명체인 경우는 생명법칙이 적용된다. 여기에서 크기는 작거나
크거나 상관없다. 우주 에너지 총량 1을 물리법칙으로 나눈 구체적
방법은 빅뱅이었다. 빅뱅에서 사용된 에너지는 우주 에너지 1에서 나
누어진 것이다. 2에서 3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2개의 1에서 하나의 1
을 다시 나누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1+(1+1)=3의 형태이다. 이
형태는 빅뱅이 만들어낸 우주의 3가지 형태를 나타낸다. 이 등식에서
1은 수학적으로는 같지만, 각각 크기와 질량이 다른 우주를 의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괄호 밖의 1은 신이 거처하는 우주를, 괄호 안에
서 앞의 1은 암흑우주를, 뒤의 1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우주를 표현
한다. 이런 순서는 우주의 생성과 크기의 순서와도 일치한다. 노자가
3가지 우주의 생성과정을 정확하게 표현했다는 사실은 뒤에서 보게
될 우주론에서 입증될 것이다. 노자는 우주의 생성과정을 ‘유는 물질
이 섞여 만들어졌으나 하늘이 먼저이고 땅은 나중’(有物混成 先天後地-
『도덕경』, 제25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약 2,600년 전에 우주를 꿰뚫어본
노자의 직관력이 놀랍기만 하다.


노자에 의하면 ‘만물은 음을 지고 양을 안고 있으며, 기가 참에 따 라

조화를 이룬다.’(萬物負陰而抱陽 冲氣以爲和- 『도덕경』, 제42장). 이 말은
우주만물은 대칭성 또는 음양의 법칙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있다. 노자는 이미 대칭성의 법칙을 우주의 변화에 작용하
는 기본법칙으로 보고 있다. 최초의 대칭성은 존재와 비존재의 대칭
을 표현한다. 존재는 대칭성의 법칙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동양철
학에서 최초의 대칭성은 태극(太極)이다. 태극은 노자의 유무의 대칭
성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유무의 공존은 필연적이다. 만물은 오직 유
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유는 만물을 포괄하고 있지만 크기가 유한하
다. 무(無)는 ‘존재하지 않음’이 아니라 유의 터전이며 무한(無限)의 크
기로 존재한다. 무(無)가 무한한 것은 대칭성의 짝인 유(有)가 유한(有
限)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칭성의 법칙으로 보면 무는 무한
하므로 유일하지만, 유는 무의 대칭이기 때문에 유일하다. 왜냐하면
존재의 대칭적 짝은 하나밖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氣)
를 과학적으로 보면 물체의 구성 물질이 최소 크기에서 초짝인 힘 매
개입자와 결합하여 생긴 장(場)을 의미한다. 물체는 구성 물질의 종류
와 크기에 따라 장력(場力)이 달라진다. 장력이 변화를 이끌어간다. 뒤
에서 양자물리학이 이런 사실을 입증할 것이다.


노자의 말은 후일에 음양론(陰陽論)으로 발전하였다. 음양론은 우
주가 음과 양의 1대1 대칭성의 원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음양론
은 동양권에서 우주자연의 모든 변화가 음양(陰陽)의 성쇠(盛衰)에 따
른다는 기계적 법칙으로 변질되면서 운명학(運命學)의 바탕을 이루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로 발전하였다. 우주 변화의 원리는 고대 서양
철학에서도 논의하고 있다.261 변화의 원리를 과학적 용어로 표현하
면 물리적 인과율 또는 자연법칙이다. 현대 우주론은 한 개의 우주가
아니라 다수의 우주가 여러 번의 빅뱅이나 무(無)에서 생겨났다는 다
중우주론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적 유신론은 일정한 우주
에너지 총량이 우주만물의 기원이라는 과학적 사실에서 다중우주론
을 부정한다. 노자의 도(道)사상에서도 우주는 대칭성 법칙에 의하여
이해된다.


노자에 의하면 우주만물은 한 어머니를 가지고 있으나 그 속성들
은 다양하게 나누어졌다. 제1차 자연은 만물이 만들어지면서 제2차
자연으로 변화했고, 생명체들이 생겨나자 변화는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다. 변화는 만물의 속성이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나는 것이
다. 만물은 모두 한 어머니에서 생겨났지만, 어머니가 만들어 준 각
각의 속성은 대물림되었다. 노자는 만물의 어머니를 유(有)라고 갈파
하여, 과학적 의미로는 우주 에너지가 존재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분
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주 에너지 가운데 일부는 빅뱅을 거쳐 물질
적 우주의 재료가 되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우주 에너지 그대로 남아
있다. 물질은 크게 암흑물질과 보통물질로 나누어져 각각 우주를 구
성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노자와 대칭성의 법칙에 의하면 우주만
물은 결국 우주 에너지 총량을 부분적으로 나누어가지면서 만들어지
는 존재이다.  엠페도클라스도 만물에는 두 가지 성질(愛憎=引力·

斥力=당기고 밀어냄의 작용에 의해서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것은 동양철학의 음양론 (陰陽論)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앞에서 우주 에너지 총량을 1로 파악했다. 그렇
다면 만물은 총량적으로 1을 구성하는 에너지 또는 물질 단위를 몇
개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존재이다.
과학적 유신론은 생명체의 기원이 신에게 있는 것이며, 생물은 신
에 의하여 종류별로 창조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과학적 무신론은 생
명체가 물질 덩어리에서 ‘우연’히 자연 발생된 것이며, 이후 점점 진
화하여 오늘날과 같은 생물들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과
학적 무신론이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진화론을 입증
된 이론처럼 주장하는 것은 신화를 사실이라고 우기는 것보다 더 웃
기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물질에서 생명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물리
법칙에서 생명법칙으로 넘어가는 메커니즘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아직 이를 발견한 사실이 없거니와 발견할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최초의 생명체가 존재했었고 우리는 그의
생명력을 이어받아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다. 과학적 무신론은 최초의 생명체를 단백질 덩어리에서 진화한 단
세포 생물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하여, 과학적 유신론은 최초의 생명
체를 신이라고 주장한다. 바로 이 문제가 앞으로 연구해야 할 최대의
과학적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