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무신론 비판(진화론+유물론)/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물론 비판

엥겔스의 『반듀링론』읽기-1

heojohn 2020. 3. 10. 21:29

1) 엥겔스와 듀링의 논쟁

 

오이겐 듀링(Eugen Dühring, 1833-1921)은 대학교수이며 독일 사회민주당 당원으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반대파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마르크스의 자본론 I과 다윈의 종의 기원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세력을 늘려가고 있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듀링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게 되었다. 엥겔스는 듀링을 반박하는 논문들을 쓰기 시작했고(1876-1878), 이것들을 모아서 오이겐 듀링씨의 과학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했다(1878). 후에 반듀링론이라고 불리는 이 책이 나오면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주의는 체계적인 과학적 이론의 틀 안에서 이해될 수 있게 되었다. 말하자면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이때까지 공상에 머물러 있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회주의가 과학적인 사회주의가 되었다는 것이다. 뒤에서 보게 되겠지만, 이 책에서 엥겔스는 다윈과 그의 생물학적 진화론을 열렬히 옹호할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이론의 변호에 적극 이용하고 나아가서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자칭하고 있다.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론과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주의 유물사관이 이렇게 결합하여 과학적 무신론이라는 새로운 변종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반듀링론과학적 무신론의 발전에서 획기적인 저술이다. 엥겔스는 이것을 쓰는 동안 유물론에 다윈의 진화론을 완전히 접목함으로써 공산주의 사상이 유물진화론, 즉 과학적 무신론으로 변신하도록 만들었다. 반듀링론은 이후에 기독교는 물론 인류사회 역사에 피비린내를 몰고 올 가공스런 폭탄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누구도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엥겔스의 반듀링론은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함께 공산주의자들에게 성서처럼 학습해야 하는 교본이 되었다.

 

2) 논쟁의 결과: 공상에서 과학으로의 사회주의 발전

 

엥겔스는 반듀링론2판 서문(1882)에서 독일 관념론철학에서 정립된 변증법을, 의식적으로 자연 및 역사를 유물론적으로 파악하는 데 적용하려 한 것은 아마 맑스와 내가 처음일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는 변증법이 자연, 인간사회 및 사유의 운동과 발전의 일반 법칙에 관한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변증법은 우주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적 통일 이론이라는 것이다. 엥겔스에 의하면 변증법적이자 동시에 유물론적으로 자연을 파악하는 데는 수학과 자연과학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수학에 정통한 사람이지만, 자연과학에 대해서는 두 사람 다 겨우 단편적이고, 불규칙적이며, 산만하게 이해하고 있었다고 엥겔스는 실토한다. 말하자면 그동안에 일어난 자연과학의 진보는 그의 이론적 작업의 거의, “아니 전부를 불필요하게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업을 그만 두고 런던으로 돌아가서 8년간의 시간을 바쳐 수학과 자연과학에 대해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쳤다고 고백한다. 그러고 나서 그는 듀링이 마르크스와 다윈을 비판하는 논문들을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는 논문들을 썼다. 반듀링론은 이것들을 편집하여 출판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은 듀링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엥겔스와 마르크스의 인류사회의 정치와 철학의 역사적 발전에 관한 사상을 그들 나름대로의 과학적 방법으로 정리한 것이 되었다. 이 책은 마르크스가 죽기 전에 직접 원고를 다 읽고 출판에 동의한 것이므로 양자가 공동 저술한 것이나 다름없고, 실제로도 책의 일부는 마르크스가 직접 쓴 것이다.

 

반듀링론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철학을 다루고 있는 제1부의 제7장과 제8장에서 유기체에 관련한 논문을 싣고 있다. 그 중에서 제7장은 듀링이 다윈의 진화론을 비판한 것에 대해 엥겔스가 반박하는 논문이다. 7장의 논문 내용을 살펴보면, 엥겔스가 다윈의 입장을 얼마나 열렬히 옹호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8장에서는 엥겔스에 의해 제시된 유물진화론의 생명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또한 반듀링론에 소개된 공산주의의 과학주의적 입장을 알리기 위하여 이 책에서 3개의 장을 따로 뽑아서 편집한 소책자 공상에서 과학으로의 사회주의 발전(1882)을 출판했다. 이 소책자의 출판은 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그의 사회주의는 이제 공상이 아니라 과학적 사회주의로 발전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선언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주의를 과학적 사회주의로 주장하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그는 이 소책자의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사회주의 발전사에 대한 개략적인 서술 속에서 칸트-라플라스의 우주론, 현대 자연과학과 다윈, 독일 고전철학과 헤겔을 만나면 놀라게 될 것이지만, 과학적 사회주의는 본질적으로 독일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책이 예상 외로 국제적인 호응을 얻게 되자 다음 해에 나온 독일어 3판에서는 독일산이라는 말은 잘못 쓴 것이므로 국제적인 산물이라는 말로 바꾼다는 각주를 끼워놓았다. 이것은 공상적 사회주의를 과학적 사회주의로 발전시킨 그와 마르크스가 독일인임을 자랑하고 싶었던 사실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그의 말 바꾸기는 과학적 사회주의로의 발전이 세계의 체계에 대한 해설의 저자인 프랑스의 천체역학자 라플라스(Pierre-Simon, Marquis de Laplace, 1749-1827)와 생물학적 진화론의 창안자 영국인 다윈에 의해서 크게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그와 마르크스가 제안한 과학적 사회주의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또한 다윈을 인용함으로써 그들이 주장하는 과학적 사회주의가 다윈의 과학적 권위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소책자는 공산당 선언과 함께 공산주의 이해를 위한 입문서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며, 공산주의자에게는 필독서이다.

 

3) 반듀링론등에 나타난 다윈의 영향

 

반듀링론은 전체적으로는 1, 2장의 서설철학을 다루는 제1부의 14개의 장, “정치경제학을 다루는 제2부의 10개의 장, 그리고 제3부의 사회주의를 다루는 5개의 장 등 총 31개의 장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이다. 한 개의 장이 한 개의 논문으로 된 것이다. 우리가 이 모든 것을 다 검토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그의 입장을 설명하는 서설과학적 무신론의 발전과 관련하여 다윈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그의 영향을 가장 잘 드러내는 제1부 제7장의 자연철학유기계를 살펴보고 난 다음에는 과학적 무신론의 완성자 오파린의 생명의 기원의 지침서가 된 제8유기계(결론)”를 살펴보는 것으로 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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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적 사회주의

 

엥겔스는 먼저 서설에서 그들의 이론을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이유로 유물론적 역사관과 잉여가치를 통한 자본주의적 생산의 비밀의 폭로를 들고 있다. 그는 이것을 전적으로 마르크스의 공적으로 돌리면서 위대한 발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한 자본주의에 의한 대공업과 세계시장은 생산의 무정부성과 상업전쟁이라는 국가 전체의 존망이 걸린 투쟁으로 몰아넣었으며, 여기서 패배한 자는 사정없이 쫓겨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동물의 자연적 상태가 훨씬 더 증폭된 힘으로인류사회에 옮겨진 것이라고 본다. 그는 이것을 가리켜 다윈이 말한 개체의 생존투쟁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다윈의 자연도태(자연선택) 이론을 공산주의 프롤레타리아의 계급투쟁에다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프롤레타리아가 생존을 위해 계급투쟁과 혁명운동을 해야 한다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주장은 자연적인 것이며, 따라서 과학적인 것으로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유물론에서의 생명

 

엥겔스는 먼저 자연과학의 이해가 에너지 보존법칙이라는 양적 측면에서 에너지의 전화(轉化)라는 동적 측면으로 바뀌게 되면서 자연과정의 변증법적 성격을 의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엥겔스에게 이것은 곧 세계의 밖에 있는 창조자의 최후의 흔적도 소멸하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엥겔스는 생물학에 대해서 생물학이 진화론의 각광 하에서 연구된 이래, 유기적 자연계에서도 종래의 고정적인 분류 경계선이 무너져종의 유형적 분류에서의 구별의 특징이 그 절대적 타당성을 상실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성경에서의 종류대로의 창조설도 부정되었다. 말하자면 생물학의 분류체계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그때까지의 정설이었던 린네의 유형론적 분류체계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엥겔스는 이러한 관점에서 유물사관도 진화론과 같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이 유물사관에 의해 만들어낸 과학적 사회주의가 종래의 모든 관념론적 사상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엥겔스는 먼저 듀링이 세계의 발전에 대해 상당히 정통해 있으므로 생명의 발생에 관해서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음을 전제한다. 그러나 곧 엥겔스는 듀링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회피한다고 비난의 포문을 연다. 그리고 엥겔스는 유물론의 바탕에서 생명현상은 단백질의 화학작용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헤겔이 논리학에서 목적론(Teleologie) 또는 목적설을 매개로 하여 화학작용에서 생명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음을 유신론적이라고 비판한다. 엥겔스는 여기서 듀링의 목적개념(Zweckbegriff)은 헤겔의 유신론적 개념을 차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유한 근저적인 과학이라고 말한다고 비판한다. 그리고는 삼단논법의 결론을 제시하면서, 듀링의 말은 헤겔적인 서투른 수작일 뿐이라고 듀링에게 모욕을 가한다. 또한 듀링이 다른 사람의 유심론적 활동에 대해서는 무한한 도덕적 분노를 느끼는 유물론자인데, 정작 듀링 자신이 유신론적으로 본능적인 감각은 주로 이 감각의 발휘에 따른 만족을 위하여 창조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